[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RAND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자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16-10-11 13:13 수정일 2016-10-11 13:14 발행일 2016-10-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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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와 밝은 태양. 미국 서부 해안에 있는 산타모니카에 가면 언제나 눈이 부시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남서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있는 나타나는 이곳은 비치에 나무로 만든 해상잔교가 있다.

이 나무다리 위를 걸으면 레스토랑 선물가게 카페 게임룸 등이 줄을 잇는다.

이 평화로운 해안을 지나 남쪽으로 걸어 내려가면 피코가에 4층짜리 곡선형 흰색 건물을 만난다.

산타모니카 비치의 평화로움과 달리 이 흰색건물은 조금 심각한 문제를 다루는 연구소다. 이 연구소의 이름은 랜드(RAND).

이 RAND가 생겨난 건 전쟁과 관련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 육공군 총사령관을 맡았던 헨리 아놀드 장군은 태평양전쟁에서 미군을 승리로 이끄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일본 본토를 타격하기 위해 B29폭격기 제작을 주도했고, 핵폭탄개발을 위한 맨해튼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자 이 폭탄을 싣고 갈 폭격기를 제작하는데도 앞장섰다.

히로시마에 원폭을 떨어뜨려 전쟁을 승리로 이끈 그는 미국 국방부장관에게 한통의 편지를 보낸다.

“지난 전쟁기간동안 미국은 과학과 산업자원을 잘 활용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 군대 기업 대학 등이 팀워크를 지속할 만한 조직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들의 지식과 기술을 융합할 만한 연구소의 설립이 절실하다”

이 편지가 RAND를 탄생하게 했다. 1945년 10월1일, 아놀드 사령관과 더글러스항공의 더글러스 사장, 에드워드볼스 MIT교수 그리고 B29제작에 참여했던 핵심기술자인 레이먼드와 콜범 등 5명이 캘리포니아 해밀턴필드에서 모였다. 이들은 더글러스항공과 RAND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출범 초기에 RAND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사무실은 더글러스항공의 연구개발실의 귀퉁이였고, 첫 달에 지출한 경비는 60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RAND는 델파이기법이란 독특한 미래예측기법을 개발하면서 세계적인 연구소로 우뚝 섰다. 이제 델파이기법은 세계 어디에서든 응용하는 미래예측법이 되었다.

또 RAND가 내놓는 예측은 세계경제 및 군사 환경을 좌우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근데 최근 RAND는 “북한이 13~21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재료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2020년까지 핵무기 50~100개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RAND는 “앞으로 북한이 4~6년 사이에 미국의 군사시스템과 전쟁 수행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핵전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북한은 태평양 넘어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핵탄두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으며, 2020~2025년엔 장거리, 이동식, 잠수함 발사 형태로 다수의 핵탄두 미사일을 실전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를 잃어, 미국이 북핵 개발을 억지하지 못한 것에 반발해 핵무장을 요구할 정도”라고 했다.

솔직히 지금 RAND는 북한의 핵탄두 미사일이 RAND본부가 있는 평화로운 미국 서해안의 산타모니카에도 떨어질 수 있다는 걸 경고한 셈이다.

그럼에도 핵우산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한국에선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RAND의 경고를 깊이 새겨들어야 할 때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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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