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경제력 없어서… 구속 싫어서… "그까짓 결혼 안할래"

김보라 기자
입력일 2016-09-28 07:00 수정일 2016-09-28 07:00 발행일 2016-09-2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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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 미혼들이 생각하는 '결혼' 인식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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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인 시대가 도래했다. 실제 한 연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미혼남녀(20~44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과 미혼 남성들 가운데 37%, 미혼 여성들 가운데 58%가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결혼하지 않은 이유로 남성은 경제적 문제, 여성은 눈높이에 맞는 사람을 찾기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설문을 통해 미혼남녀의 결혼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살펴봤다. ◇ 10명 중 6명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결혼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많은 미혼 남녀들이 결혼의 필요성에 강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미혼남녀의 34.8%만이 결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결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41.8%)에 미치지 못했다.

결혼의 필요성은 여성보다 남성(남성 43.7%, 여성 26.8%)이 나이가 젊을 수록(20대 50.2%, 30대 37.9%, 40대 24.3%, 50대 23.4%) 상대적으로 많이 느끼는 모습이었다. 또 계층수준이 높을수록(자가평가 상 46.7%, 중상 44.2%, 중하 35.4%, 하상 30.9%, 하하 23.9%) 결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경향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결혼이 필요하지 않다는 시각은 남성(34%)보다는 여성(48.8%)에게서 두드러졌으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결혼의 필요성을 더 느끼지 못하는 모습(20대 32.2%, 30대 37.9%, 40대 51.4%, 50대 46.2%)이 뚜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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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 “돈 없이 결혼하는 것 불가능해”

전체 미혼남녀 10명 중 6명(61.8%)이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상당수 미혼남녀가 결혼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상황과 여건에 맞게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남성(49.5%)보다는 여성(72.8%), 그리고 연령이 높을수록(20대 52.8%, 30대 60.6%, 40대 67.4%, 50대 68.3%) 이런 인식이 컸다.

결혼에 대한 부담감은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많이 비롯되고 있었다. 응답자의 78.2%가 요즘 시대에 돈 없이 결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한 것이다. 젊은 층일수록(20대 81.9%, 30대 79.1%, 40대 77.6%, 50대 71%) 결혼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감을 많이 느끼는 편이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전까지 결혼을 미루는 것이 좋다는 생각(61.3%)이 큰 것도 돈 없이 결혼하는 것이 어려운 사회분위기를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역시 젊은 층이 번듯한 직업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결혼을 미루려는 성향(20대 79.6%, 30대 59.6%, 40대 56.9%, 50대 40.7%)이 강했다.

◇ 58.7% “결혼보다 지금의 자유로운 생활이 더 좋다”

미혼남녀 10명 중 6명(58.7%)이 결혼보다는 지금의 자유로운 생활이 더 좋다고 응답했다. 현재의 자유로운 생활을 더 즐기고 싶어하는 모습은 여성(남성 47.3%, 여성 68.8%)과 30대 이상(20대 52.5%, 30대 59.9%, 40대 62.3%, 50대 60%)에서 많이 발견됐다.

결혼을 하는 순간 내 인생이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이 든다는 의견(41%)도 적지 않았는데, 역시 남성(31.2%)보다는 여성(49.7%)이 결혼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사라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편이었다.

‘경제적 여건’만 충족한다면 혼자 살 의향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68.7%가 혼자서도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살 수 있다고 답했으며, 능력만 있다면 혼자 사는 것이 좋다는데도 10명 중 6명(58.7%)이 공감했다.

또 미혼남녀의 72.3%가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모두 잘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답했다. 부모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부모 결혼생활 행복한 편 68%, 행복하지 않은 편 78.2%)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경향이 강했다.

지금 결혼한다면 왠지 결혼에 실패할 것 같은 두려운 마음이 든다는 의견(32.2%)도 결코 적은 수준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부모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은 경우에 결혼 실패에 대한 두려움(부모 결혼생활 행복한 편 23.3%, 행복하지 않은 편 41.3%)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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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가치관이 보편화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웨덕스 코리아 웨딩박람회’의 모습.(연합)

◇ 결혼을 생각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 ‘정서적·심리적 안정’

미혼남녀가 결혼을 결심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정서적, 심리적 안정의 필요성(49.8%, 중복응답)인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 층일수록 정서적, 심리적 안정을 위해 결혼을 결심할 것 같다는 의견(20대 54.3%, 30대 50.5%, 40대 47.9%, 50대 44.1%)이 많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더 오래 있기 위해(47.6%) 결혼을 결심하게 될 것 같다는 응답도 많았다. 이같은 의견은 역시 젊은 세대(20대 60%, 30대 48%, 40대 42.2%, 50대 35.9%)에서 보다 많이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노후의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위해 결혼을 고려할 것 같다는 의견(32.9%)이 많았으며, 예상치 못한 운명적인 사람을 만나거나(31.8%),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을 때(29%) 결혼을 결심하게 될 것 같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그밖에 자녀출산 및 양육에 대한 의지(21.7%)와 경제적 안정에 대한 기대감(21.5%)도 결혼에 대한 고려를 하게 만드는 요인들이었다.

성별로 보면, 미혼 남성은 정서적, 심리적 안정(남성 51.8%, 여성 48%)과 더불어 사랑하는 사람과의 애정을 즐기고(남성 55.2%, 여성 40.8%), 자녀 출산을 원해서(남성 27.8%, 여성 16.3%) 결혼을 결심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었다.

김보라 기자 bora6693@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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