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깨끗한 대한민국 만들기’ 시동…법 보다 문화로 정착돼야

김진호 기자
입력일 2016-09-27 16:53 수정일 2016-09-27 17:58 발행일 2016-09-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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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금품수수? 금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28일 전격 시행된다. (연합)

“‘깨끗한 대한민국’을 만들 마중물이 될 것이다.”, “법의 강제화를 떠나,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길 기대한다”, “법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비현실적, 경제를 옭아매는 규정들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시행 전부터 각계각층에서 ‘뜨거운 감자’로 주목받았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드디어 28일 발효된다.

청탁이나 접대 등 ‘관행’이라는 명목하에 묵인되어 왔던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2011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한 지 5년여 만에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것이다. 부정한 청탁과 댓가성 접대 없는 ‘깨끗한 사회 만들기’에 시동이 걸린 것이다.

김영란법은 직접적인 적용 대상이 공무원, 교직원, 언론인 등과 이들의 배우자까지 포함해 약 400만 명에 육박하는 광범위한 법이다. 특히 생활과 밀접한 법의 특성 상 정치·경제 뿐만 아니라 국민의 의식구조와 삶의 방식까지 완전히 바꿔버릴 메가톤급 법안이다.

다만, 애매하고 복잡한 법 조항과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마저 확실한 유권해석을 내놓지 못하는 사례들, 그리고 관련 업계의 피해와 소비 위축과 같은 부작용 등 경제적 우려가 여전해 시행 후 반드시 보완이 필요한 법이라는 지적도 많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공직자와 언론사, 사립학교와 유치원 임직원 등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 원이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3만 원 이상의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물게 되고, 받을 수 있는 선물의 가격은 5만 원, 경조사 비용은 10만 원으로 한정된다.

이 법 시행으로 우리 사회는 ‘청렴’이 모든 사회활동의 근간이 될 전망이다. 특히 ‘정(情) 없는 외국문화’로 치부되던 ‘더치페이(N 분의 1)’ 문화가 확산되고 ‘청탁’ 대신 ‘합리적 원칙’이 중심 되는 시스템이 자리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9만 1694개 기업이 법인카드로 결제한 접대비는 총 9조 9685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등 이른바 유흥업소 접대비가 1조 1418억 원에 달했다. 이런 접대문화 속에서 온갖 부정과 타락이 이뤄졌던 것이다.

합리적인 접대 문화가 확산되면 국가 시스템도 더욱 건전해지고 국가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정청탁 등을 통해 네트워크화된 일부 이권 구조 등 사회 병리 현상에 과감한 메스가 가해지기 때문이다.

걱정은 있다. 가뜩이나 가라앉은 우리 경제가 이 법 시행으로 더욱 위축될 것이 우려된다. 기우(杞憂)가 아니다. 특히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장기 내수침체가 가장 우려된다. 후폭풍은 벌써부터 가시화되고 있다. 고급식당과 골프장 등 관련 업계가 직격탄을 맞아 예약률이 뚝 떨어지고 있다.

사회 전체의 활력이 떨어질 것이란 걱정도 많다. 소통이 단절되고 자신의 것만 챙기는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시범 케이스에 걸리면 안된다’라는 인식이 퍼지며 공직사회는 민원인과의 접촉을 피하고 복지부동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법 시행 과정에서 나타날 부작용과 불합리한 조항들을 서둘러 고쳐야 이 법이 제대로 기능할 것이란 재계와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김진호 기자 elm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