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영원한 '2인자' 오혜리…"최고령 전설을 쓰다"

김동현 기자
입력일 2016-08-20 11:05 수정일 2016-08-20 11:22 발행일 2016-08-2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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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금메달 획득한 오혜리
한국 여자 태권도의 오혜리가 19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 3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태권도 여자 67㎏급 결승전에서 하비 니아레(프랑스)를 꺾고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원한 ‘2인자’ 혹은 ‘국내용’. 허벅지 근육 파열에 발목 인대가 끊어지기까지. 올림픽과 가장 인연이 없었던 선수…….

이랬던 오혜리(28·춘천시청) 선수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급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오혜리는 이로써 한국 태권도 선수 중 역대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불굴의 의지를 불태우며 끝까지 버텨 끝내 전설로 우뚝 섰다.

한국 나이로 29살, 선수층이 두터운 한국 태권도 세계에서 은퇴하거나 은퇴를 심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나이다. 하지만 그에겐 그저 숫자일 뿐이다.

오혜리의 저력은 익히 알려져 있다. 전국체전에서 2010년 대학부, 2011·2012년에는 일반부 73㎏급에서 3년 연속 우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림픽은 물론 국제대회와 인연이 없어도 이 만큼 없는 선수도 드물다. 태극마크를 달고 2011년 경주 세계선수권대회 73㎏급에서 은메달을 따긴 했었다. 하지만 이것이 그때까지 국제대회 최고성적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러시아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대회 73급에서 금메달을 따 내며 반전의 계기를 열었다.

오혜리의 오랜 ‘잠행’은 한국 태권도 선수로는 처음으로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수확한 ‘여제’ 황경선(고양시청)의 영향이 있긴 했다. 그러니까 전설 뒤에 전설이 숨어 있었던 셈이다.

오혜리 만큼 불운을 안고 사는 선수도 드물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황경선에게 밀렸다. 그 뒤 황경선의 훈련 파트너로 참가해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도왔다. 이후 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 최종선발전 직전 허벅지 근육이 파열됐다. 2013년 멕시코 푸에블라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대표 1차 선발전을 앞두고 발목 인대가 끊어졌다.

그러다 2014년 춘천시청에 입단한 뒤 지난해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뒤늦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꾸준히 월드그랑프리 대회 등에 참가하면서 랭킹 포인트를 쌓아 세 번째 도전 끝에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았다. 그리곤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앞으로 오혜리는 어떤 궤적을 그릴 것인가. 그의 길은 스스로 작성한 ‘최고령 기록’을 갱신하는 여정이자 또 다른 ‘전설’을 만들어가는 도전이 될 것이다.

김동현 기자 gaed@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