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문학계 지각변동?, 한국문학 진화의 주역들, ‘문학권력’이라는 불명예 퇴임

허미선 기자,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5-11-27 07:00 수정일 2015-12-02 22:09 발행일 2015-11-2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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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6월 대한민국 문단을 대표하는 신경숙 작가의 표절 문제가 불거지고 오래도록 관행처럼 쉬쉬하던 문단의 폐해들이 민낯을 드러내면서 ‘문학권력’이라는 신조어가 익숙해질 지경이 돼버렸다.

그리고 그 ‘문학권력’의 핵심으로 일컬어진 문학 계간지 ‘창비’의 수장인 백낙청 편집인과 ‘문학동네’ 서영채 편집위원이 퇴임을 알렸다.

‘창비’와 ‘문학동네’는 1990년대 이후 신경숙 작가의 주요 활동무대였고 백낙청·서영채 편집인은 표절 사건 당시 신 작가를 옹호하는 발언들로 ‘문학권력’의 핵심으로 낙인찍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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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동안 ‘창비’를 이끌었던 백낙청 편집인은 25일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창비통합시상식(만해문학상·백석문학상·신동엽문학상·창비신인문학상·사회인문학평론상)에서 퇴임을 발표했다.

백 편집인은 퇴임사에서 “창비는 어쨌든 부끄러움보다 긍지를 느낄 일이 더 많은 동네”라며 신경숙 작가의 표절 문제에 대해 “소설가의 인격과 문학적 성과에 대한 옹호를 넘어 한국문학의 품위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염종선 창비 편집이사는 “2016년 창간 50주년을 앞두고 오래 전부터 준비했던 일”이라며 “백영서 편집주간, 김윤수 발행인도 백 편집인과 동반 퇴임한다”고 전했다. 백 편집인의 퇴임으로 50년을 마무리하고 새 시대로 접어들 ‘창비’의 새로운 편집진과 개편안은 2016년 초에 공식발표한다.

서영채 위원도 ‘문학동네’ 겨울호에서 글로 작별을 고했다. 그는 권두에 ‘권력’은 ‘권위 있는’ 보다 ‘권위적인’ 쪽에 가깝다며 “문학을 하겠다고 모인 사람들에게 문학권력이라는 말은 무엇보다도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었다”고 적었다. 10월 29일 강태형 사장이 대표직을 사임하고 스페인으로 떠나면서부터 ‘문학동네’ 편집진 전면 교체는 예견된 일이었다.

그리고 2015년을 끝으로 서영채 위원을 비롯해 20년 동안 ‘문학동네’를 책임졌던 1기 편집위원(남진우·류보선·신수정·이문재·황종연) 전원과 차미령 주간은 퇴임한다.백낙청 ‘창비’ 편집인과 서영채 ‘문학동네’ 위원은 이후 문학계 어른이자 글쟁이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향후 행보를 알렸다.

창비 시상식에 참석했던 한 문학관계자는 “문학권력에 대해서는 업계 내부적으로도 많이 생각하고 있다. 신경숙 작가 문제로 불거졌지만 그 전부터 이같은 지적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문학동네 (서영채 편집위원)와 창비 백낙청 교수 퇴임까지 이런 노력을 통해 개선해 나가려한다. 앞으로는 기본을 지키면서 독자들과 소통하려 한다. 하지만 단기간에 실현되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국 문학을 이끌던 양대 문학 계간지의 수장들이 동시에 퇴임한 것이 문학계의 개혁의 계기가 될지 또 다른 ‘문학권력’의 탄생이 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허미선·김동민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