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박스오피스] 파죽지세 ‘베테랑’, 장기집권 ‘암살’, 류승완·최동훈 감독의 힘!

허미선 기자,현예진 기자
입력일 2015-08-17 10:52 수정일 2015-08-17 11:04 발행일 2015-08-1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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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친일파 암살 작전을 골자로 한 최동훈 감독의 ‘암살’이 광복 70주년을 맞은 15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답답하고 억울한 소시민을 대표하는 서도철 형사(황정민)를 중심으로 세상에 발차기를 날리는 카타르시스와 유아인, 유해진의 악역 연기가 빛을 발하는 ‘베테랑’은 개봉 2주차 주말 225만4062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6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이는 류승완 감독 최고의 흥행성적이다.

1, 2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는 이 영화의 감독들은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도둑들’ 등과 ‘부당거래’, ‘베를린’ 등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스타일리스트들이다.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동훈 감독은 “진정한 스타일리스트는 알프레드 히치콕이나 데이비드 핀처”라며 “그들에 비하면 작품 수 부족으로 자격 미달”이라고 겸손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베테랑’이 주연배우 황정민·오달수의 ‘국제시장’이 극장가에 장기체류하며 흥행한 덕분에 1년이나 개봉이 미뤄지면서 관객들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두 스타일리스를 한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2015년 상반기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강세로 한국영화시장 위기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하지만 특별한 두 감독의 동반 출격으로 한국영화 점유율은 급상승했고 5, 6월 메르스 사태로 침체일로를 걷던 극장가는 활기를 되찾았다.

재밌게도 두 감독은 배우를 공유하는 인연으로 엮였다. 최동훈 감독의 ‘암살’에 출연한 전지현과 하정우는 류승완 감독의 전작 ‘베를린’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췄고 오달수는 ‘암살’에서 영감으로, ‘베테랑’에서는 오팀장으로 각각 출연 중이다.

이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관객들이 현명해 ‘베를린’에서 (두 배우의) 모습은 잊었을 것”이라며 “‘암살’의 배경인 일제 강점기의 영화가 더 나와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라 더없이 기쁘다”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망한다’는 한국 영화시장의 징크스를 단박에 깬 ‘암살’의 1000만 관객 돌파로 최동훈 감독, 전지현, 이정재는 ‘도둑들’에 이어 ‘쌍천만’ 감독과 배우에 등극했다.

13일 동시 개봉한 엄정화·송승헌 주연의 ‘미쓰 와이프’와 이병헌·전도연의 ‘협녀, 칼의 기억’(이하 협녀)은 극과 극의 평을 받고 있다. “의외로 재밌다”는 ‘미쓰 와이프’는 개봉 주말 25만6212명의 관객을 만나며 5위다. 어떤 캐릭터든 제 옷처럼 소화하는 엄정화와 그 어느 때보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사하는 송승헌의 활약이 흥미롭다.

반면 이병헌 스캔들로 미루고 미루다 개봉한 ‘협녀’는 ‘기대 이하’라는 혹평을 견디는 중이다. 연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이병헌, 전도연이 액션과 감정 연기를 펼치고 충무로 기대주 김고은이 합세했지만 작품 자체가 가진 문제를 극복하지는 못하는 형국이다. 개봉주말 관객수 24만7117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6위에 겨우 이름을 올렸다.

배우는 물론 제작진까지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이정현의 초저예산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69개 스크린에서 574회 상영에도 1만 관객을 돌파하며 선전 중이다.

글=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인포그래픽=현예진 기자

yesjin.hyu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