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의 반란?'… 신동빈 롯데家 '왕좌' 지켰다

김보라 기자
입력일 2015-07-28 16:29 수정일 2015-07-28 16:31 발행일 2015-07-2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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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92·사진)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명예회장에 취임돼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로써 신동빈 회장의 한일 롯데 통합경영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아들 간의 언제라도 경영권 분쟁의 불이 붙을 수 있는 상황이다. ◇경영권 놓고 ‘신동주의 난?’ = 이번 사태는 롯데그룹 2세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신 총괄 회장을 앞세워 사실상의 쿠데타를 시도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외신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전날인 27일 오전 신동주 전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 등 5명의 친족들과 함께 전세기 편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94세의 고령으로 거동과 말이 불편한 상태인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은 장남인 신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 도착한 신 총괄회장은 27일 오후 일본 롯데홀딩스에 나타나 자신을 제외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했다. 이날 해임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는 신동빈·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대표이사 부회장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신동빈 회장은 해임 결정이 정식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불법 결정이라고 규정하고,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에서 전격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격호 대표이사를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결정을 했다”며 “롯데홀딩스는 향후 주주총회를 통해 신격호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안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독립적인 의결사항이며, 한국의 사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신 명예회장은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의 주요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동빈vs신동주…앞으로 롯데 승계의 운명은 = 애초 롯데그룹의 후계자 구도는 ‘일본 롯데 신동주, 한국 롯데 신동빈’이었지만 지난해 신동빈 원톱 체제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해 12월 26일 긴급 임시이사회를 열어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을 롯데 부회장·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롯데아이스 이사 등 계열사 3곳 직위를 해임했다. 그는 올해 1월 8일 일본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에서도 해임되면서 일본 롯데의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이어 신 전 부회장은 한국 롯데그룹 내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에서도 잇따라 물러났다. 그는 3월 롯데건설 등기임원에서 배제된데 이어 롯데리아 주주총회에도 재선임 되지 못했다.

반면 차남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 전체와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지배력을 강화해 나갔다. 상반기 KT렌탈(현 롯데렌탈) 등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도 성공시키며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였다. 특히 이번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승계구도의 마침표를 찍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향후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뚜렷한 의중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데다 두 형제의 지분 격차는 큰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이 대외적인 경영에서는 손을 뗐지만 지분은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며 “결국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광윤사를 누가 차지할 것인지가 롯데 승계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보라 기자 bora669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