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28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70년에 가까운 그의 경영 활동도 사실상 마감됐다.
지금은 수몰지역이 된 경남 울산 삼남면 둔기리에서 1922년에 5남5녀 중 맏아들로 태어난 신 총괄회장은 1941년 만 19세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지인의 도움을 얻어 1944년 도쿄 근교에 첫 사업인 윤활유 공장을 세웠지만 미군의 폭격으로 빚더미에 앉는 등 초반에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해방 후에도 계속 일본에 남아 궂은 일을 마다하며 고생한 덕분에 1946년 히카리특수화학연구소라는 공장을 짓고 이어 1948년에 롯데를 설립하게 된다.
2차대전 패전 후 일본에서 껌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신 총괄회장은 1961년 초콜릿 사업을 시작으로 계속 사업을 확대해 종합 식품 메이커로 부상했고 이어 1967년에는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해 고국에서의 사업을 본격화했다. 국내에선 공격적인 M&A로 단기간에 국내 최대 식품기업으로 부상했다.
신 통괄회장은 이후 롯데호텔과 롯데쇼핑을 잇달아 설립해 국내 관광 및 유통사업의 현대화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70~80년대에는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등 건설과 석유화학으로 사업을 다각화함으로써 일찌감치 식품과 관광, 건설, 화학으로 이어지는 그룹의 골격을 완성했다. 1990년대에는 할인점과 편의점, 정보기술, 엔터사업을 전개하고 특히 차남인 신동빈 현 회장과 함께 그룹을 재계 서열 5위로 끌어 올렸다.
동생들에게도 창업의 DNA를 공유해 농심의 신춘호 회장, 푸드밀 신준호 회장, 일본산사스 신선호 사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 등이 그의 영향으로 일가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