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는 주된 이유는 무엇?

노은희 기자
입력일 2015-06-07 07:38 수정일 2015-06-07 10:47 발행일 2015-06-0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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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내 발견된 메르스 바이러스
전자현미경 16만 배율로 본 세포내 있는 국내 메르스 바이러스.(연합)

브릿지경제 노은희 기자 = 국내에 유입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는 유독 확산이 빨랐다.

국내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전파력이 강한 변종으로 변이한 것은 아닌 것인지 의구심이 일고 있는 것도 확산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변종바이러스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보건연구원의 유전자 분석 결과 국내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는 사우디의 바이러스와 99.82%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나라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와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메르스 확산이 빨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감염학 전문가들은 국내환자간 밀접 접촉이 일어나기 쉬운 좁은 병실 환경, 가족 등 동반하는 병간호·문병 문화가 바이러스 전파에 좋은 환경을 제공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감역학 전문가들은 기온, 습도가 너무 높거나 낮아도 바이러스의 생존에 악영향을 끼치는데 현재 건조하고 온화한 편인 국내 기후가 메르스 바이러스가 살기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의 병원 환경도 메르스가 쉽게 퍼진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고령 환자가 많아 메르스 확산 속도가 빠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현재 최초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3번 환자(76·사망)를 비롯해 65세 이상 고령 환자가 15명으로 30%를 차지했다. 특히 사망자 4명 중 3명이 고령자였다.  

정부의 허술한 대응과 느슨한 방역망도 메르스의 확산에 일조했다고 검역학 전문가들을 비난했다. 최초 환자는 메르스 증상이 발현된 지난달 11일부터 거의 열흘 동안 방역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은 채 병원을 옮기고 지역사회를 활보했다.  

국내에 메르스 바이러스가 유입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도 14번 환자, 16번 환자도 격리 조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병원으로 옮겨 다니면서 3차 감염자까지 발생했다. 

종합하면 고온 건조한 기후, 고령의 환자, 좁은 병실환경 및 간병 문화, 느슨한 방역망 등 4가지가 유독 한국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는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한편, 한국보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감염 환자수는 사우디아라비아(1019명·450명 사망)와 아랍에미리트(76명·10명 사망) 뿐이며 중동 이외 국가에서는 대개 환자 2∼3명 발생에 그쳤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메르스' 공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