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만큼 가까워진 중국-러시아… 신냉전 부활하나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5-10 18:11 수정일 2015-05-10 18:50 발행일 2015-05-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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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시대의 부활인가.”

중국이 러시아와 ‘신밀월’ 관계를 재확인하면서 미·일과 진영 전쟁을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9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서 최고 수준의 환대를 받으면서 두 국가가 세계 질서를 새롭게 재편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60주년 기념행사 때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던 것에 비하면 확실히 다른 모양새다. 신문은 두 국가의 ‘신밀월’ 관계가 서구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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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나란히 앉아 같은 곳을 응시하며 대화하고 있아. 왼쪽은 시진핑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 양국 정상은 기념식 내내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며 '밀월관계'를 과시했다.(EPA=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는 전날에도 경제, 안보 협력 강화를 위한 공동성명에서 중·러 관계가 한층 격상됐음을 공고히 했다. 공동성명에서 가장 대표적인 내용은 상대국이 추진하고 있는 지역 경제협력구상에 대한 협력이다. 중국은 러시아의 옛 소련권 경제공동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러시아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지지하기로 합의했다.

‘서부노선’ 가스 공급과 관련한 합의도 이뤄졌다. 양국의 국영에너지 회사인 가스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중국석유·CNPC)은 이날 두 정상의 승인을 거쳐 기본조건에 합의했다. 서부노선 사업은 러시아 중동부 시베리아 지역의 가스를 중국 동북부 지역으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당초 300억 큐빅미터(㎥)의 천연가스를 30년 동안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현재 러시아는 1000억㎥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향후 몇 개월 내에 본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국간의 안보 협력도 한층 강화됐다. 두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미사일방어체계’(MD)를 개발하고 배치하는 것은 국제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지구의 전략적 안정과 안보를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밖에 에너지·인프라·금융 분야 등에 걸친 합의도 이뤄졌다. 중국 수출입은행은 러시아 케메로보주(州) 광산 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 명목으로 러시아 브네슈에코놈방크에 39억 위안(약 6300억원)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고, 러시아 최대 상업은행 스베르방크와 중국개발은행은 러시아 시멘트회사인 유로시멘트에 시설투자 차관을 9억6000만 달러까지 증액하기로 했다.

이처럼 중·러 양국이 ‘신밀월’ 관계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최근 미국 방문을 통해 경제 군사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나선 것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 허핑턴포스트는 이날 타가트 머피 쓰쿠바대 교수의 글을 인용해 미국의 ‘피보호국’으로 전략적 선택을 한 일본과 그에 맞서는 중·러 구도가 신냉전 시대의 도래를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