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승전 7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 개최

문은주 기자
입력일 2015-05-10 18:01 수정일 2015-05-10 18:49 발행일 2015-05-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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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날 승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는 1만 6000여 명의 병력이 투입됐다. 190여 대의 각종 군사장비, 140여 대의 군용기들이 총동원됐다. 소련 붕괴 이후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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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대승리의 길(The Roads of Great Victory)'이라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러시아는 이날 제2차 세계 대전에 승전 70주년을 기념해 소련 붕괴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 퍼레이드를 개최하는 등 승전일을 기념했다.(EPA=연합뉴스)

군사 퍼레이드는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기념사에 이어 펼쳐졌다. 퍼레이드에서는 러시아 내 부대 외에 중국, 인도, 몽골 등 2차 대전에 참전했던 외국 군대도 참여했다. 군인들의 행진에 이어 각종 군사 장비와 군용기들이 등장했다.

최신형 T-14 아르마타 탱크와 RS-24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첨단 방공 미사일 S-400 등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4.5세대 전투기로 불리는 최신 전투기 Su-35, 전략폭격기 Tu-95MS 등은 하늘에서 위용을 뽐냈다. Tu-95MS는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군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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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리 70주년 기념식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승리의 행진'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에 크렘린, 왼쪽에 성 바실리 성당(St.Basil Cathedral)이 보인다.(모스크바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비롯해 각국 정상들을 초청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행사 내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옆자리를 지켰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누며 한층 가까워진 중·러 관계를 과시했다. 

시 주석 이외에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등 해외 인사들이 이날 퍼레이드를 참관했다. 옛 소련권 국가들과 인도, 몽골 등 27개국 지도자들도 사절로 참석했다. 

북한에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대신해 참석했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체코 대통령과 슬로바키아 정부 관리, 그리스 총리 등이 행사에 참석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역시 서방 정상들은 대부분 러시아를 찾지 않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만이 퍼레이드 다음날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크렘린에 있는 무명 군인의 묘를 방문한 다음 푸틴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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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리 7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군복 차림의 배우들이 붉은 깃발을 흔들고 있다.(모스크바 AP=연합뉴스) 

러시아는 주변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 3월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1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동부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면서 눈총을 사고 있다. 이번 군사 퍼레이드를 최대 규모로 조직한 것도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하려는 러시아의 야망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럽에서는 나치 독일이 연합군에 항복했던 8일을 승전일로 본다. 하지만 러시아는 나치가 구 소련군에 다시 한번 항복을 서명했던 9일을 승전일로 기념하고 있다.

문은주 기자 joo0714@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