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내수활기-미·일 밀월… '일본경제 부활' 힘 받나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4-23 17:14 수정일 2015-04-23 18:22 발행일 2015-04-24 3면
인쇄아이콘

하락세를 보이던 일본 경제 성장세가 강한 탄력을 받아 다시 치솟고 있는 모양새다.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아베노믹스와 확고해지는 미·일 동맹관계 등의 요인이 맞물려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2015042401020012052
엔저(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방송사 카메라 기자 원·엔 환율을 촬영한 결과물을 확인하고 있다. 이날 원·엔 재정환율은 오전 6시 뉴욕시장 대비 0.66원 내린 100엔당 899.67원을 기록했다. 원·엔 재정환율이 900원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8년 2월28일 이후 처음이다.(연합)
◇아베노믹스, 발톱 드러내나

약 3년 전부터 아베 신조 총리가 내세우고 있는 아베노믹스는 정부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기조로 이어져왔다. 일본은행은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으로 시장에 돈을 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2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엔화는 달러대비 한 때 120.02엔을 기록했다. 전날까지 일주일 연속 달러당 엔화는 120엔대 밑에서 머물렀다.

2012년 아베 내각 출범 이후 40% 가까이 하락했다. 물가의 지속적인 하락과 엔화가치 상승을 막고자 했던 아베노믹스가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엔저 현상이 이어지자 기업 수출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무역지수는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월 기준 첫 흑자를 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 기업들의 3월 수출은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들이 엔저 현상으로 인해 수출 물량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도 크다. 신문은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상장사들의 경상이익이 22조2600억엔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7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지난해 4월 일본 정부가 소비세를 인상한 뒤 굳어졌던 소비심리도 되살아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3월 소비자태도지수는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소비자태도지수는 소비지출 계획이나 경기전망에 대한 소비자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지수로 환산해 나타낸 지표다.

◇깊어지는 미일 동맹관계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아베 내각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허용 등으로 미국과 일본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과 일본의 관계가 점점 더 긴밀해지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 제2차세계대전의 이데올로기를 넘어선 미국과 일본의 ‘떠오르는 태평양동맹’을 최근 강조했다. 실제로 끝을 향해 달려가는 TPP 협상에 일본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일본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게 떨어질 혜택에 주목하고 있다. TPP가 실행될 경우 모든 무역상품에 대한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다. 일본 중소기업청은 TPP가 타결될 경우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 수출이 0.5%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과 미국의 끈끈한 관계는 오는 29일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 총리로서는 최초로 미국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파악할 수 있다. 미 포린폴리시는 최근 퓨리서치센터가 미국 내 3분의 2에 해당하는 인구가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지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또 아베 총리가 오는 8월 발표할 종전 70주년 담화에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를 포함하지 않을 뜻임을 시사했으나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는 사실도 미일이 상호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신화통신은 최근 위안부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과 미국의 역사 갈등에서 미국은 일본을 지적하기 보다는 미일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해서인지 일본의 역사관은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은 일본 자위대의 미군 후방지원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시키기로 하는 등 아베 총리의 의사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