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 위기' 재점화… 치프라스 파산위기에도 채권단과 기싸움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4-21 17:27 수정일 2015-08-18 14:08 발행일 2015-04-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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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와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채권단은 현재 구제금융 지원 관련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세계 주요 외신은 현재 그리스의 디폴트, 그렉시트(유로존 이탈) 등의 가능성을 잇달아 제기하며 그리스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나서고 있다.  

◇그리스는 왜 지방정부 현금을 중앙은행으로 모으기로 했나

EU, ECB, IMF로 구성된 국제 채권단 ‘트로이카’는 그리스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제출한 개혁안에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 평가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리스가 구제금융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가운데 위기의 그리스 정부가 20일(현지시간) 심화된 자금부족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의 현금을 끌어 모으겠다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번 결정이 국가부도 위기 상황에서 그리스의 자금난이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로이터 통신은 그리스의 이런 조치가 10여년 전 아르헨티나 정부가 취한 것과 닮았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는 당시 IMF의 요구에 따라 2000년대 초반까지 긴축정책을 유지해왔으나 2003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기 부양책을 실시했다. 재정적자 축소에 따라 희생양이 됐던 서민층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세금인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건설 경기 활성화, 최저 임금 대폭 인상 등의 경기 부양책으로 아르헨티나는 경제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현재 채권단이 요구하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연금 개혁에 대해 그리스는 강하게 맞서고 있다.◇채권단과의 구제금융 협상이 순탄치 않은 이유

지난 1월 25일 그리스 조기 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집권에 성공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지율 3%에 불과했던 시리자의 도약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시리자 대표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서민들을 위한 경제개혁을 선거 공약의 요지로 삼았다. 긴축 정책 반대를 핵심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던 시리자이 채권단의 요구를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강력한 이유로 분석된다.

채권단과 그리스는 특히 노동시장과 연금 부문에서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채권단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연금 개혁을 강하게 요구하며 그리스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그리스는 기초 연금 확대, 노동시장 보호를 주장하고 있다. 그리스가 개혁 의지를 보인다면 채권단은 낮은 금리로 구제금융 자금을 제공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그리스 정부 또한 시리자를 지지하는 여론을 쉽게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미치는 영향

영국 가디언 등은 그리스가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라는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리스가 4월 안에 채권단과 타협 하거나, 오래 걸리더라도 주요 긴축안 수용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해 채권단의 지원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만약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대외채무가 많은 브라질, 러시아 등의 신흥국이 위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의 국가에서는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금리가 일시적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러시아앤인디아리포트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경제 5국 브릭스(BRICS)는 최근 위기대응기금(CRA) 설치를 위한 협정에 서명하는 등 그리스 디폴트에 따른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