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현실화 땐 英 일자리 300만개·수출 325조 타격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4-07 13:50 수정일 2015-04-07 18:14 발행일 2015-04-0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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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선 한달 앞으로…英, EU 탈퇴 여부 촉각

영국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영국 역사상 가장 예측하기 힘든 선거’라는 평가를 잇달아 내놓고 있어 브렉시트가 현실화될지는 예측이 쉽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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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은 의회의 두 축인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 단독 과반 확보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선거 후 과반 확보를 위한 당 간 연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6일(현지시간) 브렉시트가 일어날 경우 영국 내 소득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이 유럽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관세 등의 요인으로 영국 내 제조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영국 내에서는 집권당인 보수당을 중심으로 EU 탈퇴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보수당 당수 데이비드 캐머런(사진) 총리는 집권 보수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2017년 영국의 EU 탈퇴 의사를 묻는 국민투표를 조기에 치르겠다고 공언해 왔다. 

영국은 EU 회원국이지만 자국 통화인 파운드를 고수하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EU의 통합이 가속화될 경우 영국 정부의 권한이 과도하게 침해받는 것은 물론 유럽 금융의 중심지인 런던 금융시장의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럽개혁센터(CER)는 브렉시트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영국 내 제조업체들이 관세라는 ‘장벽’을 마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영국 경제가 위태로워 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 영국 내 제조업 성장세는 상당히 가파르다. 지난달 제조업 경기확장 속도는 해외 수요가 늘면서 지난 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보제공업체 마르키트에 따르면 영국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달 54에서 54.4로 상승했다. 영국 PMI는 2년간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PMI 50 이상이면 경기확장을 의미한다. 영국경제는 국내수요 증가와 더불어 유럽 경제가 침체기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자 수출이 늘어난데 힘입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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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지난 6일(현지시간) 잉글랜드 남서부 항구도시 브리스톨에서 5월 7일 총선 유세 도중 시민들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AP=연합)

그러나 신문은 영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인 제조업이 타격 받을 경우 영국이 유럽 경제의 중심적인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영국 투자회사 프리미어애셋매니지먼트 크리스 화이트는 “브렉시트는 영국 내 기업들의 지위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유럽 시장에서 기업 친화적인 나라 중 하나며 그만큼 열린 시장인데 해외 기업들은 공략해야 할 타깃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챌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렉시트에 따른 해외 기업들의 반응을 정확히 예상할 순 없으나 공급 사슬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문은 일부 제조업체들은 관세 장벽을 감당할 만한 방안을 재빠르게 마련할 수도 있으나 영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EU의 품을 벗어나 무역량을 기존처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앞서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도 영국의 EU 탈퇴는 독일을 넘어 유럽 제 1의 경제대국이 되겠다는 영국의 계획이 물거품이 돼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의 품을 떠나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간다는 것이) EU와 관련된 300만개의 일자리, 2만5000개의 기업, 연간 2000억 파운드의 수출과 4500억 파운드의 투자 등도 고려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현 정권이 브렉시트 가능성을 남발하면서 영국이 이미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고도 경고했다. 

싱크탱크 ‘오픈유럽’이 최근 밝힌 보고서도 맥을 같이한다. 오픈유럽은 브렉시트의 영향을 진단한 보고서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자동차 제조업체와 같은 기업들이 EU와 어느 정도 수준의 협상은 이룰 수 있겠지만 금융 부문에 있어 영국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EU의 새로운 규정들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