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 글로벌 기업 M&A 바람… 전세계 절반 육박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3-31 17:01 수정일 2015-03-31 18:35 발행일 2015-04-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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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발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 바람이 다시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8년만이다.

최근 들어 미국의 경제 성장세가 계속돼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린 상태인데다 각국 중앙은행의 경기 부양책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에 여윳돈이 많아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올 1·4분기 M&A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8110억달러(약 9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M&A 증가는 일반적으로 기업들의 경기전망이 개선되는 조짐으로 인식된다.

보도에 따르면 M&A가 가장 활발했던 분야는 의료 부문이다. 전체 M&A의 11.7%를 차지했다. 부동산(11.5%), 통신(11.1%)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 제약회사 애브비(AbbVie)가 백혈병 치료제 업체 파머시클릭스를 최근 210억 달러(약 23조원)에 인수했다. 미국 화이자의 호스피라 인수(168억달러), 캐나다 밸리언트 파마슈티컬스의 미국 살릭스 파마슈티컬스 인수(159억) 등 규모가 큰 계약이 지난 2개월 사이 잇달아 성사됐다.

이외에도 지난 30일 유나이티드헬스그룹(UHG)이 처방전 관리업체인 카타마란을 128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11억 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미국 상장 제약사 호라이즌제약과 희귀병 치료법 개발업체인 하이페리온테라퓨틱스의 M&A, 이스라엘 테바제약의 32억 달러(약 3조5000억원) 캘리포니아 생약업체 오스펙스 인수도 예정돼 있다.

M&A 3위에 오른 통신 분야에서는 총 877억 달러(약 97조원) 규모의 계약이 이뤄졌다. 홍콩 재벌 리카싱의 허치슨왐포아와 청쿵실업의 합병(454억달러), 허치슨왐포아 산하 유럽 이동통신사업자 쓰리(Three)의 스페인 텔레포니카 인수(154억) 등 리커싱 그룹의 사업재편이 M&A 시장을 흔들었다.

1분기에 이뤄진 글로벌 M&A 거래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거래는 미 케첩 제조업체 하인즈(Heinz)의 미 식품 판매업체 크래프트(Kraft) 인수였다. 하인즈를 소유한 브라질 투자회사 3G캐피탈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크래프트를 사들였다. 합병 규모는 1000억 달러(약 111조원)로 올 들어 최대 규모다.

톰슨로이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체 M&A 거래건 중 미국에서 성사된 거래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3990억 달러(약 443조원)로 전 세계에서 이뤄진 거래 규모의 절반에 육박했다.

미국 법무법인 크라바스의 기업 부문 공동 책임자 스콧 바르새이 변호사는 “금리는 낮고, 미국 경제는 탄탄하고, 자신감은 높기 때문에 앞으로도 M&A 활동은 계속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M&A의 핵심 동력 가운데 하나인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바르새이는 “많은 업체들이 자신만의 조직 하나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확률이 낮아지고 있는데다 경제에 대한 높은 자신감을 감안할 때 올해 대형 M&A는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유럽 M&A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 하락한 1680억 달러(약 186조원)에 그쳤다. 아시아는 63% 증가한 1940억 달러(약 215조원)를 기록했다.

런던 투자자문사인 파렐라 와인버그의 디트리히 베커 파트너는 “유럽의 M&A가 둔화된 것은 금융위기 이후 기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경영진들의 비관적 태도에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했다. 베커는 “이같은 심리는 금리가 내리고, 양적완화(QE) 등으로 돈이 풀린다고 해서 급격히 바뀌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하인즈의 크래프트 인수는 올해 이뤄졌거나 이뤄질 M&A의 3가지 주요 주제를 보여준다고 FT는 분석했다. FT가 제시한 3가지 주제는 대형 거래의 유행, M&A 중심지로서의 미국, 점점 커지는 독립적 자문사의 역할이다. 하인즈나 크래프트 모두 M&A를 진행하면서 대형 글로벌 은행의 자문에 의존하지 않았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