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서브프라임'재현… 전세계 확대 우려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3-29 18:10 수정일 2015-03-29 18:25 발행일 2015-03-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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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을 시작으로 미 연준의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된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의 여파로 주택담보대출 위기가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해 앞으로 2~3년 안에 지난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당시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지난 2000년대 초 닷컴 붕괴 직후 악화된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 정부가 펼쳤던 초저금리 정책이 끝나면서 발생한 경제현상이다. 저금리 때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이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집값이 떨어지자 주택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개인파산에 이르게 되고 이들에게 대출을 해준 미국의 대형 금융사나 증권사들도 잇달아 파산했다.

미 CNN머니 등 주요 외신은 최근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주택담보 대출 금리가 올라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허덕이는 미국 내 가계들이 크게 늘 것이라고 보도했다. 2007년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가 이번에는 더 크게 올 수 있다는 분석도 일부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이 줄줄이 자국 화폐가치를 떨어뜨리는 통화완화에 나선 상태라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들 국가 내 금융시장의 변동 폭은 예상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측돼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올해 들어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결정을 전후로 중국, 인도, 캐나다, 스웨덴, 스위스, 호주 등 18개국이 정책금리를 낮췄다. 세계 주요국들의 통화완화정책으로 유로화·엔화 등 주요국 통화 대비 원화 가치가 오르자 한국은행은 금리를 낮춰 원화 강세를 완화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1% 대 금리인하를 발표하면서 한국은행은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막기 위한 수단이라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한국은 중앙은행이 ‘1%대 기준금리’라는 유례 없는 길을 선택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연 2% 시대를 맞았다. 실제로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3년 후 변동금리 전환)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 13일에는 최저 2.72%, 최고 3.02%까지 떨어졌다.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거래를 시작할 때 적용하는 금리는 국고채 금리가 오르거나 내리면서 바뀌는데 국고채 금리 변동은 대부분 다음날 바로 주택대출 금리에 반영된다.

주택담보대출에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가계부채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문제점이 언급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부동산금융 규제 완화 이후 급증한 가계부채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층 더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한국은행이 고육책으로 내놓은 금리인하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기업입장에서 무역수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눈을 2~3년 후로만 돌려도 실제로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는 것은 낮은 금리 때 무리를 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중산층 이하 서민층일 수 밖에는 없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데 있어 부담이 증가된 가계의 부채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져 실질적으로 타격을 받는 가계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단기적으로 인하한 기준금리는 시간 차이는 날 수 있지만 결국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다시 급속도로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됨에 따라 바로 한국의 기준금리가 올라간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의 기준금리와 격차가 나면 달러화로 구성되는 국제자본은 한국에서 탈출할 수 밖에 없으며 한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이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리지않고 버티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실제 시장에서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미국과의 대외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대규모 자본유출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상황도 거론되고 있다. 자본유출을 막으려면 기준금리를 인상해 달러대비 원화 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한국은행은 반대로 기준금리를 낮췄다.

이르면 2년 내로 예상되는 미국 기준금리 3% 시대가 현실화되면 한국 경제는 곧바로 ‘부채의 덫’에 빠져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내수 악화와 경기 후퇴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