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의장들의 공통점… 혼란 줄이는 '모호한 화법·함축어'

문은주 기자
입력일 2015-03-19 15:28 수정일 2015-03-19 19:01 발행일 2015-03-2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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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심(Patient)’이라는 단어 하나가 빠졌을 뿐이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과정에서 성명서가 수정될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지난 14일부터 나왔다. 그때부터 전 세계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FRB) 이사회 의장의 입만 바라봤다. 표현이 수정됐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예상대로 금값이 오르고 세계가 들썩였다. ‘인내심’이라는 표현 자체가 모호했기 때문이다.

모호한 표현은 연준 의장들이 보여주는 공통적인 화법으로 꼽힌다. 옐런 의장의 전임자인 벤 버냉키와 앨런 그린스팬도 마찬가지였다. 의장의 발언만으로는 향후 정책 방향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일부에서는 연준 의장들이 출근길에 던지는 말 한마디를 이해하기 위해 ‘신탁(Oracle)’ 해석 수준에서 접근하기도 한다. 해석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힐 수 있다는 뜻이다.

연준 의장의 모호한 화법은 연준의 특수한 위치와 관련 있다. 연준은 이사회와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으로 구성된다. 행정부와 분리된 독립 기구여서 백악관의 통제 범위에서도 벗어난다. FRB와 FOMC를 중심으로 폐쇄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입법부·행정부·사법부에 이어 제4의 권력이라는 말도 나온다. 연준 의장이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유다. 따라서 연준 의장의 입은 곧 경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볼 수 있다. 연준 의장이 직접적이고 정확한 표현을 쓰면 세계 경제 영역 전체에 혼란이 올 수 있다. 연준 의장과 관계자들의 함축적인 표현 선호의 배경이다. 어떤 말이 나오냐에 따라 미국을 넘어 전 세계 경제의 방향을 점칠 수 있다.

성명서가 수정되면서 전 세계에서는 금리 인상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인내심’이라는 말의 의미는 여전히 모호하다. 옐런 의장은 “‘인내심’이라는 단어가 빠졌다고 해서 연준이 인내심을 잃을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6월 금리 인상도 반드시 실시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 판단은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그간 보여왔던 연준 의장의 모호한 화법으로 미뤄볼 때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관련 예측에 대한 방어 기재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도 18일(현지시간)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연준 의장이 보여준) 지금까지의 화법으로 봤을 때 정확한 예측이라고 볼 수는 없다”라고 시사했다.

문은주 기자 joo0714@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