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에 대부분 적자… 절박한 유럽 연기금, 갈수록 위험한 투자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2-23 17:53 수정일 2015-02-23 17:53 발행일 2015-02-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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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1조 1000억 유로의 양적 완화(QE) 실행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경제금융위원회에 출석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생각에 잠겨있다.(AP=연합)

마이너스 금리까지 늘어나는 저금리 기조 속에 수익을 늘리려는 유럽연합(EU) 연기금의 절박함이 갈수록 위험 투자로 확산하는 추세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1조 1000억 유로의 양적 완화(QE) 실행을 발표하면서 이런 추세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 삭스 자산 관리 부문의 글로벌 보험사 담당 책임자 로버트 굿먼은 FT에 “어떻게 적정 수익을 실현할지가 (연기금이 직면한) 최대 과제”라면서 “연기금의 투자 다변화가 갈수록 활성화되는 이유”라고 밝혔다.

신문은 그러나 연기금이 안전 투자 규정에 묶여 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신문은 또 이 때문에 유럽 보험업계 투자 포트폴리오 8조 5000억 유로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국채와 회사채에 묶여 있다는 유럽보험협회 집계를 인용했다.

핀란드가 이달 유로존 국가로는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로 5년 만기 국채를 발행했을 때 응찰률이 1.5배 이상을 기록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또 연금 펀드와 특히 화재 보험업계가 만기 10년 혹은 그 이상의 장기 국채를 선호하는 이유가, 안전하면서도 투자 수익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두 마리의 새’를 동시에 잡으려는 절박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본토 생명보험업계가 적정 수익률 유지에 유난히 애쓰고 있다면서, 은퇴 후 생활비와 직결되는 보장 수익률을 특히 강조하면서 상품을 팔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문제는 상품 판매 때 보장한 수익률이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실현이 어려워서 전전긍긍하는 것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신문은 자동차와 주택 등 비 생명보험업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면서, 일정 수준의 보상 지급액 유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투자 수익 감소로 이미 적자가 된 유럽 연기금도 적지 않다면서, 한 예로 영국 통신회사 BT를 지적했다. BT는 적자가 70억 파운드로 증가한 연기금에 15억 파운드를 투입기로 한 것이 드러나면서 지난달 주가가 폭락했다.

펜션 프로텍션 펀드가 추적해온 6100여 개 유럽 연기금 가운데 5100개 이상이 이미 적자로 드러났다고 신문은 경고했다.

포트폴리오 컨설팅사 타워스 왓슨의 앨래스데어 맥도날드 대표는 FT에 “이런 식으로 위험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 삭스의 굿먼은 “보험업계의 무리한 투자를 견제하는 ‘솔벤시 Ⅱ’ 조항 등이 있지만 그럼에도 (연기금의) 투자 다변화는 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브릿지경제 =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