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의 봄… 오일머니 등에 업고 '전진'

남지현 기자
입력일 2015-02-10 17:22 수정일 2015-02-10 20:18 발행일 2015-02-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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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투자청 인수로 7년만에 기업회생절차 졸업
쌍용건설, 법정관리 신청<YONHAP NO-0964>
10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본계약을 맺은 두바이 투자청(ICD)의 지원아래 중동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쌍용건설 본사의 전경.

3월말 기업회생절차 졸업을 앞둔 쌍용건설의 발걸음이 본래 텃밭인 동남아시아를 넘어 중동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중동과 아프리카의 고급건축과 사회간접자본(SOC, Social Overhead Capital)분야 진출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쌍용건설은 100여명 이내의 신규인력을 채용하고 중동 수주 여부에 따라 추가 채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쌍용건설 인수 본 계약을 체결한 두바이 투자청(ICD, Investment Corporation of Dubai) 30개의 계열사 가운데 건설사가 없다. 그러나 쌍용건설의 인수가 마무리되면 ICD의 자체발주물량을 쌍용건설이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ICD는 쌍용건설을 통해 동남아시아와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쌍용건설은 ICD를 통해 중동과 아프리카를 공략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7월 회생계획 인가 이후 국내외에서 약 1조원의 공사를 수주해왔지만 보증서발급 문제로 놓친 수주가 모두 4조원가량”이라며 “경영이 정상화되면 수주액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두바이 그랜드 하얏트 호텔_2
10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이 두바이에 지은 그랜드하얏트 호텔(2003년), 에미리트 타워호텔(2000년) 등으로 호평을 받고 있어 순조롭게 중동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두바이 그랜드하얏트 호텔의 전경. (사진제공=쌍용건설)

건설업계에서는 쌍용건설이 두바이에서 그랜드하얏트 호텔, 에미리트 타워호텔 등 랜드마크급 건물 공사를 통해 이름을 알린 데다, ‘아랍의 봄’ 이후 2013년부터 두바이에 투자자금이 몰려 부동산경기가 호황을 누리고 있어 중동진출에 큰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20년 두바이 엑스포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등 관련 개발 물량도 놓칠 수 없는 먹거리다. 또 저유가로 인해 사업조정순위에서 밀려날 위험이 큰 플랜트 사업은 쌍용건설의 주종목이 아니라는 점도 전망을 밝게한다.

허경신 해외건설협회 지역2실 실장은 “UAE건설협회 회장을 만났을 때 쌍용건설이 두바이에 지은 호텔을 거론할 만큼 해외 평판이 좋아 중동으로의 진출은 긍정적”이라며 “저유가가 지속되면 중동에서는 수익창출이 목적인 플랜트의 발주량은 줄어들겠지만 쌍용건설이 맡고 있는 주택과 인프라 등 민생과 관련된 발주는 당분간 여전히 많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영 정상화 이후 쌍용건설은 중동시장 뿐만아니라 국내시장에서도  용산개발과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지역에서 활동하던 ICD가 한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의 투자처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175조원의 막대한 운용자금을 가진 ICD와 손을 잡으면 다른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맺거나 은행의 지분투자를 받지 않아도 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ICD가 쌍용건설을 인수한 이유는 자체발주물량을 처리하는 것과 아시아지역의 투자활동 때문”이라며 “만약 개발사업에 ICD가 투자자금을 모두 지원한다면 쌍용건설은 수익을 최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 실장은 “중국업체들의 진출로 경쟁이 치열해진 해외시장은 리스크가 커 건설사들은 국내시장의 비중을 늘려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국내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쌍용건설은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할 방법을 찾고, 대폭 감축된 인원을 다시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dioguinnes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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