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TV가 세계를 엿듣는다?… 음성인식 기능 사생활 침해 논란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5-02-10 15:08 수정일 2015-02-11 09:40 발행일 2015-02-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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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스마트TV인 ‘S-UHD 4K TV’가 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전시돼 있다.(AFP)

삼성 스마트 TV의 사생활 보호 정책 약관이 신 ‘빅브라더’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국제사회의 집중적인 질타를 받고 있다.

문제가 된 약관 내용은 ‘대화에 포함되는 사적인 내용이나 다른 민감한 정보(personal or other sensitive information)가 데이터로 수집돼 제3자에게 전송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삼성 측은 제품의 음성인식 기능을 켜놓을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외신들은 이러한 기능 자체가 도청의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정면 반박하고 있다.

영국 BBC는 9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거진 데일리 비스트의 최초 보도 내용을 인용, 삼성의 스마트 TV 이용자들의 사생활 보호 정책 약관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마트 TV에 전원이 들어온 동안 거실에서 가족들끼리도 민감한 주제에 대한 토론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하며 다분히 도청의 위험성을 소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전자프론티어재단(EFF)의 활동가인 파커 호킨스는 이날 삼성 스마트 TV의 개인정보 취급 약관과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본문을 비교하는 트위터를 올리며 ‘빅브라더’ 논란을 점화시켰다.

미국 시사잡지 뉴스위크는 이날 호킨스의 글을 인용, 삼성의 약관을 ‘오웰리안’ 정책이라고 폄하하면서 개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전체주의 사회를 다룬 조지 오웰 ‘1984’의 텔레스크린을 연상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설에서 텔레스크린은 빅 브라더의 전체주의 국가 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장치로 등장한다.

영국 가디언도 이날 1984의 ‘개인들은 어떠한 순간에도 감시받고 있는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라는 구절 등이 삼성에서 제시한 약관과 일부 유사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영국 프라이버시 관련 시민단체 빅브라더워치의 엠마 카 팀장은 “삼성은 부가적인 기능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TV로 도청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세계 최대 글로벌 전자제품 회사가 개인 정보 수집에 관한 약관을 공개적으로 적어 놓는 것은 터무니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TV 약관에 명시된 ‘제3자’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BBC와 가디언은 제 3자가 세계 1위 음성인식 업체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즈’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즈’는 아이폰의 음성인식 엔진인 ‘시리’를 개발한 회사다. 삼성 스마트TV가 인식한 음성을 문자로 변환하는 기능도 이 회사가 개발했다. 

EFF의 지적재산권 담당 변호사 코린 맥셰리는 “만일 내가 삼성 스마트TV 소비자라면 ‘제3자’가 누구인지 궁금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학계와 보안업체들 중심으로도 삼성 스마트TV에 대한 ‘빅브라더’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각국의 정부가 TV에서 수집된 정보에 접근해 반체제 인사들을 걸러내고 테러주의자를 색출해내는 도구로 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버밍엄시티유니버시티의 경영대학원 마이크 잭슨 박사는 “개인들의 집에서 하는 말들이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전송되는 구조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프라이버시를 침해받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전세계 1위 정보보안업체인 시만텍 영국 법인의 캔디드 웨스트 연구원은 “삼성이 스파이를 목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개별 이용자들의 사생활에 민감한 정보들을 수집하고 있어 쉽게 해킹 노출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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