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선 최대 승자는 푸틴?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1-28 17:05 수정일 2015-08-18 13:48 발행일 2015-01-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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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정부가 들어선 그리스가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의 제재를 반대하고 나서면서 유럽연합(EU)과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AFP 통신 등 주요 외신은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를 이끌고 그리스 총선에서 승리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신임 총리가 구제금융 재협상 의지를 거듭 밝힌데 이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도 반대하고 나섰다”며 “EU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그리스의 이런 행보가 EU 자체의 균열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그리스 총선의 최대 승자”라는 분석마저 나온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그리스 총리실은 27일 성명을 통해 서방국의 러시아 제재와 관련 “EU가 그리스의 동의를 받지 않는 등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EU의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와의 전화통화에서도 같은 견해를 제시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그리스 총선의 최대 승자가 푸틴인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리스 좌파 지도자인 치프라스 총리가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싸움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신문은 분석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벌어진 우크라이나 사태가 최근 친러시아 반군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EU 28개국 외무장관은 29일 긴급 회동해 대 러시아 추가 제재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치프라스 총리의 취임 이후 첫 공식 접견자는 러시아 대사였다. 작년 봄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긴장이 고조됐을 때도 치프라스 총리는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이런 점들로 미루어 볼 때 러시아 추가 제재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등 그리스가 친러시아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AFP 통신은 “그리스 새 정부가 EU 대열에서 벗어나는 독자 외교노선을 강화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지난 25일 치프라스는 총선 승리 수락연설에서 “그리스는 5년간의 치욕과 고통을 뒤로하고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며 “2010년부터 받은 구제금융 이행조건인 긴축정책을 폐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정부가 국제통화기금,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으로 구성된 이른바 ‘트로이카’ 채권단과 합의한 이행조건을 파기하고 구제금융 관련 재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리스 국가채무의 절반 정도를 탕감해야 한다는 것이 치프라스 총리의 주장이지만 EU 주요 회원국들은 “비현실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현재 그리스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75% 규모인 3200억 유로(약 388조원)다. 이 중 70%를 유로존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어 부채 탕감을 둘러싼 그리스와 유로존 국가 간의 갈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