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절반 책임진 '구원투수 반도체'

서희은 기자
입력일 2015-01-08 17:09 수정일 2015-01-08 19:03 발행일 2015-01-09 3면
인쇄아이콘
삼성전자 작년 4분기 실적 호조 배경
2015년첫삼성사장단회의
<p>2015년 삼성그룹 첫 수요사장단 회의를 마친 삼성계열사 사장들이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이 발표됐다. 매출 52조, 영업이익 5조2000억원으로 3분기보다 각각 9.6%, 28.08% 증가했다.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은 ‘어닝서프라이즈’였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이 같은 실적 호조를 두고 반도체 부문 업황이 살아난 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이제 삼성이 믿을 건 반도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 실적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지난해 4분기에 반도체가 포함된 DS 부문 영업이익은 2조5000억~2조8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5조2000억원) 중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셈이다. 지난해 3분기에는 2조2600억원을 기록하며 2조원 이하로 추락한 IM 부문 실적을 앞질렀다.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6와 샤오미 등 중국산 저가폰에 밀려 스마트폰 부문이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가 구원투수로 등장, 삼성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이후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이었던 모바일 시대가 가고 다시 반도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도 특히 메모리 반도체 D램은 세계 시장점유율 1위로, 삼성의 반도체 실적 호황의 주역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 등 경쟁업체보다 2년 정도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PC용을 시작으로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20나노 D램’은 수요가 급증하며 실적 향상을 이끌었다. 9월에는 모바일 D램, 10월에는 서버용 D램 양산을 시작했다. 20나노 공정은 경쟁사 주력 제품인 25나노 D램보다 소비전력은 25% 적고 생산성은 30%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3면-삼전전자실적추이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가 발표한 4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세계 D램 시장 매출은 전분기 대비 20.2% 증가한 약 5조8000억원에 달한다. D램으로 분기 매출 5조원을 넘긴 것은 삼성전자가 최초다. 시장 점유율도 42.3%를 차지하며 2위인 SK하이닉스(26%)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앞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생산이 늘면서 모바일 D램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3차원 V낸드 기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서도 독주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와 더불어 올해는 시스템 반도체의 부활도 예고돼 있다. 그동안 기술 개발에 주력해왔던 만큼 이제부터는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14나노 핀펫’ 공정을 적용한 시스템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다. 핀펫 공정을 적용하면 기존 공정보다 처리 속도는 20% 빨라지고 전력은 20~35%가량 적게 소모된다. 현재 이 기술을 적용한 모바일 AP ‘A9’를 애플에 공급하는 등 시장 확대에 힘쓰는 중이다.

한편 IM(IT모바일)부문의 실적 악화도 그 강도가 약해졌다. 작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의 4조4200억원에서 1조7500억원으로 추락해 충격을 줬던 IM부문은 대대적인 마케팅 비용 절감 노력에 힘입어 2조원대의 이익을 냈다.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갤럭시 노트4, 노트 엣지 등 하이 엔드 제품 판매가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호황을 맞았지만 올해 시장이 정상화가 되면 기술력을 가진 삼성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올라갈 것”이라며 “시스템 반도체는 모바일AP, 통신칩 등이 오랜 기간 투자를 통해 궤도에 올라왔기 때문에 이익 개선을 통해 올해 메모리는 10조, 시스템은 3조 정도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서희은 기자 hese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