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디폴트 위기… EU·신흥국으로 불똥 튄다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2-16 18:07 수정일 2014-12-16 18:33 발행일 2014-12-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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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0.5%→17.0%' 기준금리 16년만에 최대폭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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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러시아가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행 연 10.5%에서 17.0%로 높이면서 루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사진은 모스크바의 한 환전소 입구에 설치된 환율 정보판 (TASS=연합)

러시아가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행 연 10.5%에서 17.0%로 전격적으로 높이면서 루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이 같은 노력이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금리를 올려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던 1998년처럼 결국 경제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예측의 배경에는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와 국제 유가의 하락이라는 양대 요소가 존재한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날 러시아 경제 위기의 큰 원인인 우크라이나 사태를 분석하며 현재 서방국가들이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압박하고 제재 성공에 자축하고 있는 것이 ‘승자의 저주’는 아닌지 돌이켜 봐야 한다고 짚었다.

오히려 러시아 경제의 붕괴가 EU의 중심축인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뿐만 아니라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독일은 유럽 내 러시아의 최대 교역국이다.

이 두 국가의 교역규모는 지난해에만 800억 유로(약 110조 원)에 이른다.

독일계 자본투자로 수혜를 입고 있는 러시아 기업들도 6200여개에 달한다.

독일 뿐만 아니라 다른 EU국가들 역시 러시아로부터 주로 자동차, 전자제품 등 공산품을 수출하고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수입해왔다.

따라서 러시아의 금리인상은 EU와 러시아 모두에 불리한 경제적 상황을 볼러올 수 밖에없다.

또한 이번 금리 인상 조치가 러시아 정부가 의도한 바와는 달리 환율 방어 효과가 없을 경우 러시아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6년 만에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되면 독일을 포함한 EU국가들의 경제에도 영향이 미치게 되고 이들이 투자하고 있던 브라질, 중국, 인도 등의 신흥국가들에서 대거 외국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 정부와 국민들의 정치적 태도도 경제적 상황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경제적 압력이 심화될수록 러시아는 유럽과 미국을 향해 ‘악의 서양(the Evil West)’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연일 국민들에게 반 EU정서를 심고 있다. 국제 유가의 급락 현상도 중요한 축이다. 러시아는 외화 조달의 50% 이상을 석유·가스 판매에 의존하고 있다. 연일 지속되는 유가 급락으로 손에 쥐는 외화마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에 계속 머물면 내년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이 4.5∼4.7% 감소하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 버클리)의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는 “러시아의 이번 금리 인상 조치가 에너지 가격 하락, 서방의 제재, 광범위한 부패 등 러시아 경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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