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없는 일본' 거침없는 우경화 우려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4-12-15 18:31 수정일 2015-08-18 13:39 발행일 2014-12-1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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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이 바라보는 아베의 향후 외교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자민당 연립 정권이 의석의 3분의 2를 넘게 차지하면서 자민당 독주 체제에 힘이 실렸다. 이로써 장기집권체제를 구축한 아베 신조 총리가 경색된 한·일, 중·일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외신은 아베 총리가 이른바 ‘3개의 화살’로 무장한 구조개혁보다 강경한 외교정책에 더 집중할 가능성도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중의원 선거에서 대승한 아베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 독도 영유권주장, 교과서 검증 등과 관련해 본격적인 우파적 성향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아베가 제3차 정권 출범 시 기존 각료를 재기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냄에 따라 종전 후 연합국 점령기에 형성된 평화헌법 체제를 벗어나고자 하는 ‘전후체제 탈피’의 보수 성향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은 태평양전쟁 종전 및 광복 70주년이라는 점에서 한·일 양국 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1995년 당시 무라야마 일본 총리가 일본의 식민지배에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뜻을 표명한 ‘무라야마 담화’를 뒤엎으려 들 가능성이 있다. 아베 총리의 핵심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 등 강경 우파들이 ‘고노담화 무력화’를 지지해 온 배경으로 볼 때 아베 정권의 압승이 한·일, 중·일관계에 호재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선거 기간 중에도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인하는 발언 등을 통해 아베 총리가 한일 관계 개선에 초점을 두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내년 2월 말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와 3월 교과서 검정 등의 문제로 한·일관계가 급격히 냉각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한·중·일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 등의 외교일정도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13일 난징 대학살 기념식에서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을 정면으로 비판해 중·일 관계도 향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반면 장기 집권의 틀을 마련한 아베 총리가 정권 운용에서 여유를 갖게 된 만큼 한국과 중국의 반응을 살펴가며 ‘전략적 외교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권 후반기에 접어든 미국이 한·일 관계에 개선 압박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