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해외직구족 급증 "삼성 TV도 해외가 싸"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2-15 16:25 수정일 2014-12-15 18:33 발행일 2014-12-1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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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구매액 1조7000억 예상
유통구조 원인 소수 유통장악 해외보다 비싸
발달된 인터넷 높아진 면세 한도 해외직구 편해져
`직구수입품`국산TV들
<p>지난 1일 오후 중구 운서동 인천공항관세검사장에서 직원들이 블랙프라이스데이 할인기간을 맞아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쇼핑몰을 통해 직접 구매·수입한 국산 텔레비전 등의 물품들을 옮기고 있다. (연합)

한국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해외 직접구매(직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올해 한국에서 해외직구가 더욱 확산되면서 1~10월 구매액만 이미 12억 3000만 달러(약 1조 4000억 원)에 이르렀으며 올해 전체로는 15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지난해 한국 소비자들이 해외 온라인 소매업체로부터 구매한 상품액은 2010년의 4배가 넘는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이나 됐다고 전했다.

한국인 해외 직구족이 증가하면서 일부 미국 소매업체는 한국어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무료 국제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한국 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한국 시장에 진출한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는 한국 내 상품 판매가를 미국이나 다른 서구 국가에 비해 비싸게 책정했다가 한국 소비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해외 직구를 통해 랄프 로렌 티셔츠나 에스티 로더 나이트크림과 같은 해외 인기 상품뿐 아니라 한국 내에서 생산된 상품까지 구매하고 있다. 특히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등 정부의 심한 규제와 소매가 왜곡 현상 등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한국 소비자들은 디지털TV와 스마트폰 같은 상품을 가격이 싼 해외에서 구매하고 있는 추세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해외 직구족의 증가는 한국 수출업자들이 가격 책정에서 내국인 소비자들을 차별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한국 업체들은 자신의 근거지에서조차 해외 라이벌들과의 힘든 경쟁에 노출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이처럼 해외 직구족이 증가한 원인은 한국의 기본적 유통 구조 때문이다. 제한된 소매업자들이 상품 유통권을 장악하고 있다 보니 주요 상품의 한국 내 판매가가 해외보다 비싸진 것이다. 또 다른 국가에 비해 발달한 한국의 인터넷 환경과 함께 최근 한국 정부가 미국에서 들여오는 상품의 면세 적용 한도를 200달러(약 22만 원)로 높인 것도 원인이 됐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뉴프론티어센터장은 “해외 직구족이 한국의 특수한 시장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해외에서 한국 제품을 찾고 있다”며 “이들(해외 직구족)이 한국 소매업체들에게 상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시장의 경계선을 해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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