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 산유국 울고 수입국 웃는다…세계경제가 뒤집힌다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2-11 16:01 수정일 2014-12-11 19:08 발행일 2014-12-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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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 중동수입의존국, 물가상승 압박 덜해 재정개선<BR>러시아·멕시코 등 원유수출국, 재정부족으로 감산도 안돼
유가가 최근 연일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는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년도 전 세계의 원유 수요 전망을 12년 만에 최저치로 낮췄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10일(현지시간) 12월 월례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전 세계 원유 수요 예측치를 올해 하루 2940만 배럴에서 2890만 배럴 정도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하루 2815만 배럴이었던 지난 2002년 이후로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수요 감소 전망은 OPEC이 현재 생산 수준을 유지하면 공급과잉 현상이 더 심해져 내년까지 장기적인 유가 하락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15년엔 원유 초과 공급량은 약 113만 배럴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저유가가 지속되면 인도, 중국 등 중동 수입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교역 조건이 개선돼 재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러시아, 멕시코, 브라질 등 원유 수출 비중이 큰 비OPEC 국가들은 수요 감소로 인해 앞으로 더 큰 국가적 손해가 예상된다. 수요 감소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은 장기적으로는 내년도 세계경제성장률을 0.25%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는 이날 보고서를 인용해 유럽과 중국, 일본의 성장 둔화가 내년도 OPEC 원유 수요 감소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일본의 경기 부진도 외부적으로 원유 수요 감소의 원인으로 들었다

또 신문은 미국 셰일 가스의 공급 증가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미국의 지난주 원유 재고가 늘었다는 발표가 OPEC의 수요 감소 전망을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900만 배럴 수준까지 늘고 있다. 미국의 원유 가격이 싸지면서 OPEC에 대한 원유 수입은 지속적으로 감소될 전망이고 자연스럽게 미국의 OPEC에 대한 의존도 역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수요 감소에 대한 전망에 따라 뉴욕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68.05포인트(1.51%) 내린 17,533.15에 마감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도 33.68포인트(1.64%) 떨어진 2,026.14를, 나스닥 종합지수 역시 82.44포인트(1.73%) 하락한 4,684.03을 각각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전날보다 2.88달러(4.5%) 하락한 배럴당 60.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2.55달러(3.81%) 떨어진 배럴당 64.29달러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독일 코메르츠은행의 애널리스트는 “OPEC이 계속적으로 셰일 가스 대비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초과 공급 감소를 회피하게 되면 비OPEC 원유 생산국들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몫을 차지하기 위해 계속 공급을 늘리게 될 것”이라며 “낮은 가격이 더 낮은 가격을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돼 국제 유가는 바닥으로부터 헤어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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