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재정간섭에 佛 "말 조심하라"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4-12-09 16:53 수정일 2014-12-09 16:53 발행일 2014-12-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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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독일 1870년 전쟁 등 전통적으로 갈등 커<BR>메르켈 총리 "프랑스 노력 필요" 사팽 재무장관 "독일 먼저 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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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AFP)

“말 조심하라.”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이 유럽연합(EU)과 독일로부터 재정 적자를 줄이라는 압박을 받자 한 발언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9일(현지시간) 사팽 재무장관이 프랑스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독일을 향해 “시대에 뒤처진 편견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하면서 “프랑스 내에서 반 EU성향의 집단이 불만을 품고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팽 장관은 “프랑스를 언급할 때는 국가 정체성이나 역사적 측면에서 민감한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는다면 극단주의 정당의 성장을 돕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사팽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프랑스와 독일간의 해묵은 갈등이 현재까지 남아있음을 방증한다.

프랑스와 독일의 관계는 전통적으로 좋은 편이 아니었다. 나폴레옹 3세 당시의 보불전쟁과 제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양국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다. 1870년 프랑스와 프로이센(독일 제국의 중심을 이룬 공국)의 전쟁으로 독일은 명실상부하게 황제의 권한이 보장된 제국이 됐다. 그러나 프랑스는 통일된 독일에게 유럽 제1의 군사강국으로서의 자리를 뺏기게 됐다. 세계적인 군사사상의 흐름이 프랑스에서 독일로 바뀐 것이다.

이후 1963년 1월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과 독일(당시 서독)의 콘라드 아데나워 총리는 독일·프랑스 화해 협력조약인 엘리제 조약을 맺었으나 양국의 포괄적인 관계 개선을 이루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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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REUTERS)

이런 역사적 흐름을 보더라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최근 “재정과 경제를 바로 잡기 위해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발언은 이탈리아는 물론 프랑스의 강력한 반발을 사기에 충분하다.

프랑스는 최근 내년도 재정 적자가 GDP 대비 4.1% 수준의 추가적인 적자 감축 계획을 반영하는 예산안을 EU 집행위에 제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지배계층은 프랑스의 이런 노력을 혹평하고 있는 실정이다.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협력자인 귄터 외팅어 EU 집행위원은 지난달 프랑스의 개혁을 위한 노력을 공개적으로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도 “EU 집행위가 내년 3월에 있을 프랑스의 재정정책에 대한 판단 이전에 지금부터 추가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독일 일간 디 벨트는 최근 보도했다.

사팽 장관은 메르켈 총리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자제하면서도 그의 발언이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 정치적 전략이라고 일축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사팽 장관은 “EU가 프랑스의 예산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전반적인 흐름 속에서 프랑스의 재정 상태를 평가하는 공정한 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나라를 비판하기 전에 독일 스스로가 먼저 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