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숨지게 한 백인경관 '또 불기소'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4-12-04 15:39 수정일 2014-12-04 18:09 발행일 2014-12-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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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사태 후폭풍 더 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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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시 맨해튼 중심부에 위치한 타임스스퀘어에서 지난 1일(현지시간) 인종갈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로이터=연합)

미국에서 흑인 용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을 조른 뒤 사망에 이르게 한 백인경찰에 대해 3일(현지시간) 불기소 결정이 나자 ‘퍼거슨 사태’로 불붙은 인종갈등이 더욱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3일(현지시간) 대니얼 판탈레오 백인 경관이 불법 담배 판매로 의심되는 흑인 에릭 가너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뉴욕 스탠턴 아일랜드 대배심이 그를 기소하지 않기로 해 미국 전역에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17일 에릭 가너가 불법으로 낱개 담배를 판 혐의로 스태튼아일랜드의 한 거리에서 백인경찰들에 둘러싸인 모습이 찍힌 동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손에 아무 것도 들지 않은 가너의 모습이 담겼다. 그는 계속해서 경찰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것처럼 보였으나 갑자기 뒤쪽으로 접근해 목을 조르는 판탈레오 경찰에 의해 쓰러진 뒤 의식을 잃었다.

뉴욕시 대배심은 동영상 분석, 현장에 있던 경찰관 증언 청취 등 3개월 간의 조사를 거쳐 표결을 실시했고 이날 판탈레오 경관에게는 범죄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1일 대배심에 출석한 판탈레오는 “목을 졸라 숨지게 할 의도는 없었다”며 “당시 가너가 위협적인 몸짓을 보이는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너의 변호인 조너선 C.무어는 연방 검찰이 이번 사건을 계속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이후 뉴욕 검시관이 “목을 조른 것이 가너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소견을 내면서 목조르기 기법이 금지된 뉴욕시에서는 비판의 여론이 거세게 일고있다. 뉴욕 경찰 노동조합과 판탈레오의 변호인단은 정당한공권력 집행이었다고 맞서 논란이 가중됐다.

대배심의 이번 결정은 ‘퍼거슨 소요사태’를 일으킨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카운티 대배심의 판결 후 불과 열흘만에 나온 것이다. 마이클 브라운 사망 사건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대런 윌슨 백인 경찰 사건과 맞물려 미국 전역에서 인종갈등 시위가 들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신문은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맨해튼 그랜드센트럴역, 타임스스퀘어 등에 퍼거슨 시위구호인 “손 들었으니 쏘지마라”와 가너의 “숨을 쉴 수 없다”는 말을 외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배심의 결정 몇 시간 뒤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연방 차원의 수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법 집행 당국과 지역주민 간 신뢰를 강화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법의 심판에 있어 누군가 평등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도움을 주는 것이 내 의무다”라고 전했다.

빌 드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가너의 유족과 모든 뉴욕시민에게 있어 오늘은 ‘심히 유감스러운 날’이다”라면서 “퍼거든 사태와 맞물려 시민들이 극한 분노에 휩싸인 것을 인정하지만 부디 평화적인 방식을 택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