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16년來 최대폭락…러시아 디폴트 위기 맞나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2-02 16:23 수정일 2014-12-02 19:03 발행일 2014-12-0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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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에 루블화가치 추락<BR>무역규모 높은 유로존·중국도 경제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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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환율전광판에 미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이 나오고 있다.(ITAR·TASS=연합)

러시아 루블화가 1998년 이후 가장 큰 하락세를 보이면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 위기는 물론 교역량이 많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내 동유럽 국가에 일단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이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곧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BBC 등은 1일(현지시간) 루블화 가치가 서방의 경제 제재,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무산 등의 영향 때문에 26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미 달러에 대한 루블화 가치는 이날 3.8% 하락해 달러당 52.41에 거래됐다. 유로에 대해서도 3.5% 가량 떨어져 유로 당 65.39에 거래됐다.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면 러시아와 교역 규모가 큰 동유럽 국가들은 직접 타격을 입는다. 따라서 이들 국가가 속해 있으면서 세계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유로존이 와해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및 세계 경제 전체에까지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방의 경제 제재와 유가 하락 등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외환보유고로만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에 유럽 자금이 많이 들어와 있고, 대 유럽 수출이 많기 때문에 러시아 경기가 나빠질수록 유럽도 경제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석유, 천연가스가 총 재정수입의 절반, 수출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자국 통화 약세는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지만 수입제품 가격을 상승시켜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 러시아는 식료품, 의류 등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루블 가치의 하락은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질 수 있다.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물가가 함께 뛰는 상황도 나타날 수 있다.

러시아의 주요 수출입국은 유로존과 중국이다.

러시아와 유럽연합간 무역량은 4500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과의 무역량도 1000억 달러 대에 달한다.

이 두 지역과의 무역 규모가 전체의 50%를 차지하기 때문에 수출입 양국 모두에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또 유럽과 중국 제조업계는 모두 러시아의 줄어든 수입에 공장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양적완화를 종료한 미국의 상황도 러시아를 비롯한 신흥국의 통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면서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미 달러 가치가 상승하는데 반해 신흥국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지난달 미 달러 대비 폴란드 통화 즈워티 가치가 지난 16개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체코 코루나와 헝가리 포린트 가치도 같은 기간 각각 6%, 5% 하락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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