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테크냐 탈세냐…'뒷금'만 반짝반짝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4-12-01 18:14 수정일 2014-12-01 19:33 발행일 2014-12-0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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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거래 금지로 '음성적 금 거래' 급증

11월 29일 차명거래를 금지하는 금융실명제법이 시행되면서 금거래가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정상적인 금거래보다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뒷금’ 거래가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금거래 양성화를 목표로 지난 3월 한국거래소에 금시장(KRX 금시장)을 개설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성화 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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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귀금속 상가에 금을 매입하는 광고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
1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금 판매량이 급증했지만 KRX 금시장 거래는 일평균 10㎏ 안팎에 그치는 등 양성화된 금시장 대신 음성적인 뒷금 거래가 더 활성화되고 있다. 뒷금이란 금은방 등에서 부가가치세를 피하려고 영수증 등의 발행 없이 금을 거래하는 관행을 뜻한다.

이는 차명거래를 금지하는 금융실명제법이 시행되면서 금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세금을 피하기 위해 음성적인 거래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이사는 “민간업체인 한국금거래소의 일평균 판매량도 100㎏에 달하는데 정작 금시장 양성화를 위해 도입된 한국거래소 금시장의 일일 판매량은 10분의 1 수준”이라며 “현재 금시장은 여전히 음성적인 거래관행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뒷금 거래 규모는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전체 주얼리 금시장의 50~60% 정도가 세금계산서가 발행되지 않는 음성적인 거래로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

송 이사는 “예전에 금투자는 고액자산가들 위주로 이뤄졌지만 요즘에는 일반고객들의 문의도 늘고 있다”며 “VIP 고객들 대부분은 은행에서 양성적인 방법으로 골드바·골드뱅킹을 이용하지만 일반 고객들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종로 등 금은방에서 뒷금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가 7월 도입한 10만원 이상 귀금속 거래시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제도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과 맥락을 같이 한다. 구입당시 부가세 10%를 내지 않기 위해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을 피하는 것이다. KRX금시장이 개설된지 8개월이 지났고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제도라는 카드까지 내놓았지만, 금거래의 양성화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또 음성적 뒷거래를 시행하는 금거래업체 입장에서도 그동안 음성적 뒷거래만 해오다 갑자기 양성적 거래로 돌아서게 되면 매출액이 급증하고 그에 따른 세금도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뒷금을 통한 거래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표준금거래소 관계자는 “금거래업체의 매출액이 갑자기 큰폭 늘면 국세청으로부터 세금조사를 받게 돼 그동안의 탈세가 들통날 수 있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도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금시장 개설과 현금영수증제만으로 뒷금을 몰아낼 수는 없는 만큼 보다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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