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중국산 전동차' 서울 지하철까지 노려

황현주 기자
입력일 2014-11-30 18:51 수정일 2014-11-30 18:51 발행일 2014-12-0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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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저가제품에 밀리는 국내 조선·중공업·철강 업계
저가를 앞세운 중국산 제품 때문에 국내 조선·중공업·철강 업계가 시름시름 앓고 있다. 철강은 중국산 후판이 국내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국내 선박업체와 중공업체들 중심으로 매출을 늘려나가고 있으며, 선박, 건설기계장비업체, 전동차 업체 역시 중국산 제품이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을 선점하려는 분위기다. 조선은 ‘선박왕’들이 밀집한 그리스에서 중국산에 밀려 쓴 맛을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그리스 선박금융전문 컨설팅 업체 XRTC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그리스 선주들은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에 선박을 주문했다. 그 결과, 한국 217척, 중국 188척, 일본 39척이 주문됐다. 비록 한국이 중국보다 29척 더 많은 주문을 받긴 했지만 업계마다 점차 시장을 넓혀가는 중국의 행보에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벌크선의 경우 한국은 13척을 주문받은 반면, 중국은 46척을 주문받았다. 그리스 선박업계는 이를 두고 저가를 앞세운 중국의 공략을 한국과 일본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하고 있다.

건설기계부문 역시 저가 중국산 때문에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9월 현대중공업 건설기계부문 매출액은 16억달러다. 지난해 20억달러였던 것에 비해 무려 19.70%가 감소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3분기 판매실적이 감소될 것으로 예측된다. 건설기계 관련업계에 따르면 3분기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 굴삭기 판매량은 총 730여대로 전년 동기 대비 48%가 감소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전동차업계 역시 중국산 제품이 국내에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현대로템이 신음하고 있다. 지난 달 서울시는 1~4호선 노후화된 전동차 200대를 새 것으로 교체해 사고위험을 줄여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업계는 당연히 현대로템의 제품들로 단장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단독업체에만 물량을 몰아줘서는 안 된다며 지난 3일부터 8일 동안 중국 거대 전동차기업인 CNR과 CSR을 시찰했다.

CNR과 CSR은 현재는 서로 다른 회사지만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앞세워 합병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현대로템은 최근 미국 전동차 시장에서 15억달러(한화 1조6000억원) 규모의 대형 수주 프로젝트에 나서는 등으로 중국에 밀리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연간 전동차 생산량이 11만대 가량 되는 두 업체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다. 현대로템의 전동차 생산량은 연간 800대 가량이다.

시가 중국산 전동차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까닭은 싼 가격 때문이다. 철도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동차 업체들은 저렴한 노동력과 표준화된 대량 생산시설 등을 기반으로 전동차량 가격도 국산보다 4억원 이상 싼 가격에 팔고 있다.

황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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