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경색에 임금인상안 합의점 못찾아

황현주 기자
입력일 2014-11-27 17:06 수정일 2014-11-27 19:03 발행일 2014-11-2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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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 20년만에 부분파업<BR>노조 "연봉제 전환은 동료 받은 돈 빼앗는 격" 사측 "누적적자 3조…노조 임금인상안 너무 높은 수준"
행진하는현대중노조

현대중공업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안으로는 노동조합과 갈등을 겪고 있으며, 밖으로는 고공추락하고 있는 수주율과 높은 공수율(工數, 공사 시 필요한 인원) 등으로 인해 자금 경색에 시달리고 있다.

27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임금인상안을 두고 노사가 불편한 대립을 지속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임금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 △성과금 250%+α △호봉승급분 2만3000원을 5만원으로 인상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노조에 △3만7000원 기본급 인상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 700% 포함 △연차 현행 유지 △2015년부터 정년 60세 확정 △사내 근로복지기금 30억원 및 노동조합 휴양소 건립기금 20억원 출연 등을 제시했으며 수정안으로 △기본급 3만7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 △격려금 100%(회사 주식으로 지급)+3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다.

지난 26일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전임직원을 대상으로 e메일 호소문을 배포했다. 그는 호소문을 통해 회사의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 사장은 “공사 할 때 필요한 인원 수를 나타내는 공수가 많이 발생돼 최근 입찰에서도 이길 수 없었다”며 “우리 회사가 경쟁사보다 거품이 많다는 것이고 이 거품을 걷어내지 못하면 일감을 확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중공업은 자금경색에서 탈피하기 위해 계열사들에게 보유 지분을 처분하라고 지시했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은 보유한 포스코 주식 87만2000주를 매각해 2600억원을 확보했으며 현대삼호중공업은 KCC 주식 80만3000주를 매각해 4151억원을 마련했다. 현대중공업도 한전기술 지분을 매각해 1111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권 사장은 임단협과 관련해서도 “회사가 제시한 임금인상안을 보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전체적으로 12.6%의 임금이 올라가게 되고, 100%+300만원의 격려금도 지급된다”며 “이것만 가지고도 회사는 인건비 등 부담을 안고 있는데, 노조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노조의 반응은 싸늘하다. 김형균 현대중공업 노조 실장은 “연봉제 전환은 근로자 입장에서는 보너스 절반을 잘라 160%까지 차등하겠다는 뜻인데 결국 동고동락한 동료가 받을 돈을 뺏어먹는 형태”라며 “경영위기라고 하지만 정작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은 회사의 어려움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현재 현대중공업 지분 10.15%를 보유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지난 10년 동안 60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받았고 지난해에도 154억원의 배당금을 지급받았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는 27일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 파업에 돌입, 특수선사업부 제외한 울산지역 사업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비록 부분파업이지만 20년만의 일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며 3조2000억원 가량 누적적자가 발생됐다”며 “노조에서 제시한 임금인상안은 몇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회사 제시 금액하고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황현주 기자 foem821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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