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기업 전성시대 "애물단지 키웠더니 보물단지 됐네"

황현주 기자
입력일 2014-11-25 18:40 수정일 2014-11-25 19:26 발행일 2014-11-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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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업 웃게 하는 '실적 개선' 인수 기업들<BR>대우조선해양의 美 자회사 드윈드 500억에 편입후 부채비율 줄어
속 썩이던 자식이 효도하고 있다. 인수 당시 자본잠식, 막대한 부채비율 등 이유로 자칫 모그룹 내에서 골칫거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야기했던 자회사들이 성과를 내면서 모그룹의 실적까지도 개선시키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모그룹 내에서 애물단지로 취급받다 효자로 급부상한 곳은 대우조선해양의 드윈드(DeWind) LG전자의 제니스, 두산인프라코어의 밥캣,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SK의 하이닉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씨텍 등이다. 이 중 드윈드, 제니스, 밥캣은 본래 미국의 회사였다 대우조선해양, LG전자, 두산인프라코어에 각각 인수됐다.

대우조선해양의 미국 자회사 드윈드는 풍력발전업체로, 지난 2009년 500억원에 대우조선해양에 편입됐다. 노후화된 시설, 핵심인력 부재 등으로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도 인수를 주저했던 업체다. 더욱이 인수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 2011년 자본잠식 우려 때문에 900억원대의 추가출자가 이뤄졌으며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1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지급보증도 있었다. 갖은 악재에 시달리던 드윈드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실책으로까지 거론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현재 드윈드의 실적은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 드윈드 미국법인은 지난 9월 말 연결기준 부채와 자본이 각각 1280억원, 236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542.2%이다. 지난해 동기 부채비율 802.5%에 비해 크게 개선된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발전사업은 본래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진행하는 사업”이라며 “호조라 말하기에는 이르지만 차차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 1995년 5억5000만달러에 미국 디지털TV업체 제니스를 인수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모그룹 LG전자는 법원에 제니스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으며, 구조조정 등을 통해 제니스를 연구개발 중심으로 재편했다. 제니스의 지난해 매출은 1633억1700만원, 당기순익은 404억9200만원으로 나타났다. 제니스는 주로 디지털방송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에서 매출이 발생했다. 회사는 관련 특허료를 발판으로 지난 2012년 90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창출하면서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

두산그룹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미국 기업 밥캣 인수 이후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 2007년 두산그룹이 4조5000억원에 인수한 밥캣은 소형건설장비와 농기계 등을 주로 생산하는 곳이다. 인수 당시만 해도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악화 원인으로 거론되며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았지만 현재는 알짜 계열사로 부상했다. 밥캣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836억원으로 전년 2244억원보다 증가했다. 따라서 영업이익률 역시 6.1%에서 7.9%로 증가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인수 당시 미국 부동산 경기 등이 좋지 않아 우려의 시선이 있었지만 2010년부터 경기가 살아나면서 사업성이 대폭 개선됐다”고 말했다.

상사 업계에서 호시절을 만끽하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 역시 포스코그룹 편입 후 매각 등 각종 구설에 휩싸였다. 대우인터는 지난 2010년 정준양 전 회장에 의해 포스코에 편입됐다. 정 전 회장이 대우인터를 인수한 이유는 포스코에서 생산중인 철강을 절감된 비용으로 수출하기 위해서였다. 인수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은 철강회사가 아니라는 점 등으로 악평을 들었으며 권오준 회장 체제에서는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 할 것처럼 보였던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미얀마 가스전을 성공적으로 시추하면서 지금은 예쁜 오리가 됐다.

황현주 기자 foem821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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