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나온 돈 돈 돈… 숨거나 길을 잃거나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4-11-25 17:30 수정일 2014-11-26 15:44 발행일 2014-11-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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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거래금지법 시행 앞두고 은행 예금이탈 비상
DTI완화앞둔은행창구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고객들이 은행업무를 보고 있다.(연합)

앞으로 불법 차명거래 적발 시 명의를 빌린 사람과 빌려준 사람 모두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폭탄을 맞게 됐다. 불법 거래를 알선·중개한 금융회사 직원도 3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차명거래를 금지하는 금융실명거래법 개정안(차명거래 금지법)이 29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번 ‘금융실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 따라 가족 간 거래나 동창회비 대표명의 계좌허용 등 일부 사례를 제외한 대부분의 차명거래가 불법으로 간주돼 처벌 받는 기준이 한층 강화됐다.

◇실소유자, 쇼유권 주장 못해

개정법에서는 조세 탈루·회피, 불법재산 은닉 등을 위해 친족이나 지인 명의의 계좌에 돈을 넣어 두면 실소유자는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특히 금융실명제법 개정 이전 계좌에 넣어둔 금융자산과 법 개정 이후 예치된 금융자산은 모두 명의자의 소유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실소유자가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소송을 해야 한다. 또 금융회사의 설명 의무와 이를 어길 시 과태료 부과금이 오른다. 금융회사는 고객에게 불법 차명거래가 금지된다는 사실을 문서나 구두로 설명해야 하고 고객의 서명·녹취 등을 받아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5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설명의무를 위반했을 경우에는 50만원, 금융거래정보 제공사실 통보 의무를 어겼을 시에는 150만~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모든 차명거래가 불법은 아니다.

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금융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부모 명의로 예금하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된다. 이와 함께 문중, 종교단체의 자산을 관리하는 대표자의 계좌나 동창회·계·부녀회 등 친목모임을 관리하는 총무의 계좌는 ‘선의의 차명계좌’로 인정돼 처벌받지 않는다.

◇ 1억 이상 인출, 전년대비 22.4%↑

이러한 차명거래금지법이 지난 5월 28일 공표된 이후부터 은행 예금 거래의 급격한 이탈현상이 벌어졌다.

25일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국내 10대 은행의 잔액 1억원 이상 개인 계좌에서 인출된 금액만 484조546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95조6581억원과 비교하면 22.4%(88조8886억원) 증가했다.

은행 전문가들은 장기화된 초저금리를 견디지 못해 자금을 이탈했다는 점과 29일 차명거래금지법 시행일이 도래하면서 예금 인출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득종합과세가 부담돼 본인 계좌에 돈을 예치하기 꺼려지고 자식이나 타인 계좌에 분산 예금하려고 하니 증여세와 불법 차명거래 문제에 부딪히게 돼 은행 고객들의 예금 인출이 늘고 있다”며 “인출된 돈은 개인금고에 보관하거나 명의가 드러나지 않는 금으로 바꿔 자산을 비축하는 형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금융실명제 대안으로 저축성보험도 떠오르고 있다. 세금문제를 고민하는 고액의 자산가 입장에서는 비과세 상품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 저축성보험은 5년 이상 납입 10년 이상 월납으로 유지 하면 한도 제한 없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자산가들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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