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회복세 주춤하자 한국경제 '악순환 페달'

천원기 기자,권성중 기자
입력일 2014-11-25 17:58 수정일 2014-11-25 19:03 발행일 2014-11-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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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론 확산에는 최근 달러화 강세와 유로화, 엔화, 위안화의 동반약세라는 초유의 글로벌 환율전쟁의 영향에서 우리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3분기만 해도 글로벌경제의 완만한 회복 전망을 등에 업고 경기회복을 점치는 분위기가 우세했으나 최근 유로존과 일본, 중국 등의 약(弱)통화 정책으로 인해 긍정론이 점차 힘을 잃고 있다. 문제는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조정되면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 역시 커진다는 점이다. 3분기 가계부채는 106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사철 수요와 연말 특수 등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10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이 사상 최고 증가액을 기록하는 등 부채 증가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소득(GNI)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70.6%에서 2012년 62.3%로 8.3%포인트나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하면 가계소득 비중의 감소폭이 2배 가량 높다. 가계 저축률, 소득 최상위층과 최하위층 간 괴리율 등 모든 지표가 악화일로다. 이처럼 경제 펀더멘털의 부실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수출 등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구조 상 글로벌 수요 부진의 부정적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설문에서 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은 내년 우리 경제의 키워드로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를, 28.9%가 ‘뉴 노멀’(new normal)을 제시했다. 만성적 수요 부족으로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는 구조적 침체 현상이 우려되며 이에 따라 저성장·저금리·저소비가 일상화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5년 한국경제 전망치 발표를 다음달 초로 연기했다. KDI 관계자는 “불과 보름 전과 비교해도 각종 펀더멘털을 다르게 평가해야 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국책연구기관으로서 비관적 전망치를 내놓아야 하는 부담감이 존재했다”고 토로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9월 내놓은 전망치(3.9%)를 낮추는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 SK, 대신 등 다수의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아예 경제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저성장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글로벌 경기의 회복 가능성보다 더 높다고 본다는 증거다.

연초만해도 KOSPI 3000포인트 돌파까지 점쳤던 증권사들은 점차 내년 전망에 신중해지면서 2129포인트 정도로 예상치를 낮췄다. 최근 한 언론사의 경제 전문가 100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1%는 “한국경제가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같은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고 68%는 “조만간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있다”는 섬뜩한 의견을 내놨다. 내년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전망을 묻는 질문에 53%가 ‘현 수준에서 횡보’라고, 내년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전망에는 72%가 ‘상승할 것’이라고 답해 집값 상승 기대감이 많이 약화됐음을 보여줬다.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 유로존·일본 등 선진국들이 통화 약세를 경쟁적으로 유도하면서 수출이 활력을 찾기 쉽지 않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탓에 글로벌 수요 부진의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부채를 늘려 소비해온 선진국들이 돈을 갚아야 할 시점이 오면서 쓸 돈이 없어졌고 서비스산업 비중이 커지면서 세계경제가 각각 성장하는 구조로 변해 교역량 감소, 경제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생산량이 줄고 고용이 불안해지고 소득이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가고 있는데 방법은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천원기·권성중 기자 000wonki@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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