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썸' 타는 LG전자·삼성전자

서희은 기자
입력일 2014-11-24 16:15 수정일 2014-11-24 18:50 발행일 2014-11-2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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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하드웨어 글로벌 IT 세 강자 협력·견제 '밀당'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구글을 둘러싼 ‘밀당’(밀고당기기의 줄임말로 남녀 관계에서 미묘한 심리 싸움을 의미)이 계속되고 있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기도, 경쟁 관계에 놓이기도 하는 이들 3자 간의 ‘프레너미’(Frenemy·친구+적) 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G3 사용자를 대상으로 주중 이동통신 3사 동시에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5.0버전 ‘롤리팝(Lollipop)’ 업그레이드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롤리팝 업그레이드 일정을 발표한 제조사는 LG전자가 유일하다.

구글이 LG전자에 먼저 롤리팝 업그레이드를 제공하면서 삼성전자의 롤리팝 업그레이드 시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삼성전자는 올해 말까지 롤리팝을 적용할 것이라고 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독자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개발하면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경쟁관계에 놓인 만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구글 OS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텔 등과 손잡고 새로운 OS 타이젠 개발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타이젠 개발에 몰두하면서 구글은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 소송에서 전폭적 지지를 하지 않은 바 있다.

그동안 LG전자와 구글, 삼성전자의 ‘밀당(밀고당기기)’은 지속되어 왔다.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개발하고 있지만 충분히 개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소프트웨어 부문 경쟁력이 부족하고, 구글도 하드웨어 시장에서 삼성과 LG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인 만큼 마냥 밀어내기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양사는 올해 초 향후 10년간 모든 특허를 공유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따라서 앞으로 10년간 두 회사가 특허로 인한 분쟁이 일어날 확률은 없어졌다. 앨런 로 구글 특허담당 고문은 삼성전자와의 특허공유 계약을 맺고 “이같은 협력을 통해 잠재적인 소송 위험을 줄이고 혁신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6월 LG전자가 웹OS 스마트 TV 제품인 ‘스마트+TV’ 전략에 집중 선언으로 인해 LG전자에서 출시했던 ‘구글TV’가 단종될 것으로 보이자 구글은 안드로이드TV 플랫폼을 적용할 파트너에서 LG전자를 제외시킨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삼성에 이어 LG도 구글과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긴장모드가 풀리는 분위기다. 양사는 협약을 통해 기존 특허는 물론 향후 10년 간 출원하는 특허까지 포괄적으로 공유하기로 했다. LG가 이번 롤리팝 업그레이드를 국내 제조사 중 처음으로 진행한 것도 특허 계약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LG전자와 구글, 삼성전자의 프레너미 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LG와 삼성은 구글과 특허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특허 분쟁에 들어가는 시간과 인력 낭비를 줄이고, 구글의 소프트웨어 부문 노하우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 구글 입장에서도 2011년 스마트폰 업체 모토로라를 인수하며 지속적 관심을 보여왔던 하드웨어 기술을 보완할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LG전자 관계자는 “롤리팝 업데이트의 경우 구글과의 협력 강화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겠지만, G2 때도 LG가 가장 먼저 업그레이드를 했었고 이번 G3도 고객들에게 의지를 가지고 사후서비스를 하기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글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구글 과는 문제 없이 좋은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협력 관계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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