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도 힘들어" 온가족이 일터로

조민영 기자
입력일 2014-11-23 18:29 수정일 2014-11-24 08:38 발행일 2014-11-24 1면
인쇄아이콘
가계소득 증가율, 1인당 임금 상승률 크게 추월…가구원 노동시장 내몰린 탓
근로자 1인당 임금보다 가계소득 증가율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계의 주 소득자인 가구주의 임금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여성·고령층 등 가구원들이 노동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생활비 부담을 위해 가구원들이 모두 노동시장 참여한 것으로 이론상 가계소득이 증가했지만 현실적으로는 가계소득 여건의 악화가 심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내놓은 ‘임금통계로 본 가계소득 상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가계 근로소득은 전년에 비해 약 4.7% 상승한 반면 근로자 1인당 임금은 2.3~2.6% 정도 상승해 가계 근로소득 증가율이 근로자 1인당 임금 상승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가구주가 아닌 가구원이 노동시장에 신규로 유입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소득여건이 개선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가구주가 아닌 가구원이 신규로 소득활동을 시작하면 가계 근로소득은 늘지만 1인당 임금은 하락한다. 가구주가 아닌 가구원의 노동생산성이 가구주보다 낮기 때문이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고용이 이례적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가구주 소득부진, 가계부채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 교육비 부담 등으로 인해 경제활동을 하지 않던 여성, 고령층 등 고용취약계층이 노동시장에 신규로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여성고용률은 50.4%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취업의사를 갖고 구직시장을 찾는 경력 단절 여성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8월 이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던 여성은 줄고 있다. 올 들어서는 매달 10만명 이상 감소하며 이 같은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들이 대거 구직전선에 나서고 있지만 주어지는 일자리는 간병인, 요양보호사, 마트판매원 등 저숙련·저임금 일자리가 대다수로 전반적인 소득 여건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구직에 나선 상당수 여성들이 급여 및 처우 등에 대한 불만이 있지만 감수하고 있다는 얘기다.

임 연구위원은 “가계 소득의 증가는 인구 고령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등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반영한 측면도 있음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3.5%)과 물가상승률(1.3%) 수준을 감안하면 명목 가계소득 상승률 4.7%가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가계소득 증가가 가구주가 아닌 가구원의 소득활동에 의해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소득 여건이 개선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가계소득 증가라는 양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준엽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 분석실장은 “지속되는 저성장, 저물가 기조에서 경제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재정을 확대하고 일자리 창출에 집중해 가계 소득 증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기업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완화해 이중구조로 된 노동시장을 점차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ine8989@viva100.com

issue &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