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올려준 '렌트푸어' 금리에 떤다

권태욱 기자
입력일 2014-11-19 17:24 수정일 2014-11-19 19:25 발행일 2014-11-20 1면
인쇄아이콘
내년 금리인상 될 경우 이자부담 커져
부동산시장도 냉각 가능성도 제기돼
전문가들 "무리한 대출 자제 당부"

내년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국내 ‘전세 빈곤층’(렌트푸어)들에게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달 2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 종료와 함께 금리인상을 전격 시행한다면, 국내 기준금리 역시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전셋값 급등 속에 은행에서 거액을 대출받아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올려준 ‘렌트푸어’의 고통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2

19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 기조 속에 대출을 늘린 렌트푸어들은 이자 직격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으로 당장 매달 나가는 이자비용이 증가할 뿐 아니라 일시상환 대출이나 장기대출계획을 가진 경우에는 금리인상 요인으로 인해 이자부담이 더욱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는 전세푸어와 하우스푸어들의 경우 신용불량자나 집이 경매에 부쳐지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양적완화가 본격화하면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지고, 이들의 집이 경매로 나오는 빈도가 잦아지며 전체 부동산 시장이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오른 만큼의 전셋값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렌트푸어들의 금액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금융 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전세자금대출은 32조8000억원으로, 2011년 말 18조2000억원, 2012년 말 23조4000억원, 지난해 말 28조원 등 꾸준한 증가 추세다. 올 들어 8개월간 4조8000억원이 늘어난 만큼 연말이면 전세대출이 35조원에 달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은행권 전세대출 이자가 주택담보대출보다 높은 것도 렌트푸어들에게는 큰 부담인데 금리까지 오르게 되면 이자 압박의 수위는 더 높아지게 된다.

박기정 한국감정원 연구위원은 “이자율이 1% 상승하면 매맷값은 4개월 후 0.015% 하락할 것”이며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 연체율이 늘고 이는 급매물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렌트푸어들이 타격을 입지 않기위해서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하우스푸어에 비해 내성이 취약한 렌트푸어들이 금리가 오를 경우 입을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다”며 “무리하게 대출해서 집을 살 것이 아니라 자기 상황에 맞게끔 필요하다면 주거의 다운사이징도 감내해야 한다. 돈이 안 되면 다세대에 살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렌트푸어들의 대출상황이 위험요인이 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태욱 기자 luca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