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린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여전법 뒤흔든다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4-11-19 18:14 수정일 2014-11-19 20:03 발행일 2014-11-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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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국민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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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KB국민카드의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결정이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의 근간을 흔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형가맹점인 현대차가 여전법에서 정한 가맹점 수수료를 무시하고 수수료율을 낮췄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형 가맹점들도 연쇄적으로 수수료 인하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가맹점 수수료율을 체계가 무너져 결국 여전법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예외적용으로 협상력 있는 대형 가맹점들만 수수료가 낮아져 이를 물꼬로 향후 대형가맹점들의 수수료인하까지 이어질 경우 여전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감을 보이고 있다.

현행 여전법에 따르면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은 1.85~1.9%로 정하도록 했다. 영세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추는 대신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올려 중소가맹점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자동차 판매 대리점도 대형 가맹점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복합할부금융 가맹점수수료가 예외적용으로 1.5%까지 인하돼 여전법에 따른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무너졌다는 것이 카드업계의 시각이다.

이 같은 규정에도 수수료율을 내릴 수 있던 이유는 금융당국이 여전법 감독규정에 ‘공적인 성격이 있는’ 신용카드 가맹점의 특수성을 고려해 적격비용을 차감 조정할 수 있도록 넣어놨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복합할부금융의 공적인 성격으로 보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복합할부금융은 자금공여기간과 대손비용이 거의 없는 만큼 그 금액을 캐피털사와 고객에게 나눠주기 때문에 카드사가 이익은 거의 없다”며 “복합할부금융가 ‘공적인 성격이 있는’ 특수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차 등 완성차업체들은 카드사들의 적격비용 산출방식에 의혹을 제기했다. 자동차 복합할부구조상 자금공여기간이 짧고, 대손비용이 없어 카드사가 손해 볼 게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형가맹점이 카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 등 적격비용항목들이 제대로 책정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차는 수수료율을 정할 때는 카드사별 원가에 해당하는 ‘적격 비용’만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드사가 들어가는 비용이 낮은데 비해 수수료율이 높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현대차의 이러한 주장에 따라 적격 비용 등을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를 둘러싼 카드업계와 대형가맹점들의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다”며 “국민카드와의 협상을 이뤄졌지만 내년에 신한·삼성카드와의 충돌도 남아있어 현행의 여전법상 문제를 제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가맹점에는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현행 여전법에 허점이 있을 수 있으므로 원가기준(적격비용) 뿐 아니라 거래구조도 면밀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번처럼 여전법에 어긋나는 대형가맹점 수수료체계의 전례를 남기면 보험, 유통, 항공 등의 가맹점들도 줄줄이 인하를 요구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며 “여전법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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