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M 'R&D 강화' 獨 오펠의 지혜 배워라"

천원기 기자
입력일 2014-11-02 17:29 수정일 2014-11-02 18:37 발행일 2014-11-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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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이 자체 브랜드 개발과 장기적인 생산 로드맵을 계획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모기업인 미국GM이 유럽과 호주 등에 흩어져 있는 자회사를 글로벌 생산기지로 구축하면서 자동차 산업의 핵심인 R&D(연구개발) 부문은 축소되고 브랜드만 바꿔 다는 ‘배지 엔지니어링’ 기지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이 2011년 사명을 ‘GM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에서 한국GM으로 변경한 이후 주도적으로 개발에 참여한 모델은 전무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사명 변경 이후 첫 출시된 MPV(다목적 차량)인 올란도도 현지화를 위해 디자인부문만 한국GM이 담당했고 플렛폼과 엔진, 변속기 등은 미국GM 주도로 개발됐다.

특히 최근 한국 출시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준대형 세단 임팔라는 미국GM에서 완성차 형태로 들여오는 방안이어서 생산 물량 감축까지 우려되고 있다. 2011년 토스카 후속으로 출시된 중형차 말리브도 GM이 생산하던 차종을 국내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경차 스파크와 소형차 아베오, 준중형 크루즈를 제외하면 사실상 한국GM이 개발 단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모델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엔진과 변속기 등 핵심 부품은 GM에서 조달하거나 자회사인 독일 오펠 등이 개발한 엔진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R&D 비중이 작아지면 미국GM의 생산 계획이 바뀔 때마다 한국GM 근로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거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GM 자회사인 호주 홀덴은 2018년 GM이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힘에 따라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홀덴은 한국GM에 ‘스테이츠맨’ 등을 공급하기도 했지만 판매량이 줄면서 오히려 한국GM의 아베오와 스파크 등 소형차를 들여다 홀덴 브랜드를 달아 판매하는 배지 엔지니어링 기지로 이용돼 왔다.

결국 연구 인력이 없고 브랜드 자생력이 없다고 판단되면서 GM이 생산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GM의 자회사인 독일 오펠은 적자가 누적되면서 매각까지 검토됐지만, 결국 GM의 자회사로 남았다. GM의 유럽 생산 기지 한 축으로 GM의 글로벌 모델 상당수가 오펠이 독자 개발한 엔진을 사용하는 등 엔진 개발을 담당하는 연구인력이 상존하는 것이 한 원인이다. GM은 지난 2013년부터 오는 2016년까지 한국GM에는 연평균 1조6000억원, 오펠에는 2조원을 각각 투자할 방침이다. 핵심 차종도 오펠은 연평균 4종을 개발할 계획이지만 한국GM은 1.5종 꼴에 불과하다. 더구나 GM은 미래 자동차산업의 핵심인 전기차 부문에서도 한국GM을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모기업인 GM이 전세계에 사업장을 두면서 사실상 자회사끼리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 놓아 자신들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GM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생산성을 높이고 노사가 합심해 긍정적인 노동환경을 만들어 생산물량을 확보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며 “글로벌 시스템 안에서 자체 브랜드 강화는 사실 어렵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미국GM이 봤을 때 한국GM이 꼭 필요한 자회사라는 것을 부각시키는 방법은 R&D인력을 강화시키는 방법밖에 없다”며 “부품을 들여와 조립 생산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천원기 기자 000wonki@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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