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타페 연비 보상 조건에 '소송 취소' 넣은 현대차의 꼼수

천원기 기자
입력일 2014-10-30 17:03 수정일 2014-10-30 17:34 발행일 2014-10-3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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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정하지 않은채 "향후 어떠한 이의도 제기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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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싼타페(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의 꼼수가 통한 것일까? 연비 논란에 휩싸인 싼타페 고객들이 집단소송을 진행하는 가운데 현대차가 보상에 나서면서 소송을 취하하는 건수가 늘고 있다.

30일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자동차 코란도스포츠 소유자들의 연비 집단소송을 진행 중인 법무법인 예율에 따르면 현재까지 소송에 참여한 인원은 6610명이다. 이 중 현대차 싼파테 차량 소유주가 5713명으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쌍용차 코란도 스포츠 소유자는 812명에 불과하다.

싼타페와 코란도 스포츠 소유주를 합쳐 소송 참가인원은 7월 1785명에서 8월 3946명으로 한달 새 무려 2164명이 늘어났다. 하지만 현대차가 보상 계획을 밝히면서 이달 들어서는 879명으로 크게 떨어졌다.

최근 소송 취하 인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싼타페 차주는 하루평균 10명 꼴로 소송을 취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코란도 스포츠 차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소 가능성이 불확실 한데다 현대차가 보상 기간도 정하지 않은 채 ‘향후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단서를 보상 규정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사실상 집단소송에 참여하는 경우 보상금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강압이다.

현대차가 추산한 전체 보상 대상은 13만7000여명으로 개인당 최고 40만원, 전체 보상금액은 약 548억원 수준이다.

법조계에서는 보상 규정에 사실상 소송을 포기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끼워넣은 것은 현대차의 기업윤리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예율은 개인당 140만원의 보상안을 마련했다. 현재 소송에 참여한 싼파테 차주 5716명이 승소할 경우 단순 계산 해봐도 85억원이 넘는다.

김웅 대표 변호사는 “일반적인 손해 배상과 같은 것”이라며 “적은 금액으로 싼파테 차주들과 합의를 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최재홍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수는 없지만 도의적인 부분에선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며 “기업윤리 측면에서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비 보상 대상에 포함된 싼타페 고객들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 싼타페 차주는 연비집단 소송 게시판에 “소송을 취하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보상도 보상이지만 괘씸해서라도 소송을 계속해야 한다”고 적었다.

정부 이기주의로 현대차에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 연비 논란은 사후 연비 검사 검증 권한을 둘러싸고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산자원부가 갈등을 빚으면서 불거 졌기 때문이다. 앞서 국토부는 이 과정에서 산업부의 연비 검증 결과를 뒤 업고 두 차례의 사후 연비 검사를 통해 싼타페와 코란도 스포츠 차량에 모두 표시연비보다 낮다며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이번 연비 논란 문제는 적당주의로 빚어진 것이다. 판결 기준이 없고 근본적으로 관련법이 없는 상황에서 부처간 이기주위로 발생했다”며 “결국 40만원 보상으로 이번 일을 마무리 지으려는 현대차에 정부가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보상안은 충분히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기분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천원기 기자

000wonki@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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