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100세시대 이끌어갈 운명"

이혜미 기자
입력일 2014-10-30 17:24 수정일 2014-10-30 21:31 발행일 2014-10-3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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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이민수 교수 '100세 시대 제언'<BR>아무도 못 살아본 미지의 100세 시대 다시 한 번 주역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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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우울증센터 소장 이민수 정신과 교수 (사진제공=고려대학교 안암병원)<span style="font-size: 13pt; line-height: 1.5;">&nbsp;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는 100세 시대를 이끌어 가야 하는 운명적인 세대이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우울증센터 소장인 이민수 정신과 교수는 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100세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 역시 처음 겪는 변화 속에서 준비된 것이 없어 혼란을 겪고 있다”며 베이비부머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 이유로 이 교수는 “지금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과거의 5060과는 또 다르다”며 “고학력이거나 전문성을 갖춘 이들은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일군 세대로서 지금도 우리 사회에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집단”임을 상기시켰다.

과거와 같은 의미의 노인이 아니고 아직도 하고 싶은, 해야 할 일이 많은 청춘이라는 판단이다. 따라서 베이비부머는 물러가야하는 세대가 아니라 그들이 할 수 있는 사회적인 역할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번도 살아보지 못한 100세 시대를 맞아 베이비부머가 또 한번 구원투수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베이비부머들이 먼저 정신건강을 챙길 것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베이비부머들이 퇴직 이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나 여유가 없었다”며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큰 힘을 보탠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분노감에 젖어 있다고 말했다. 무력해 보이는 자신에 대한 자책감까지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국가의 역할과 함께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막막하겠지만 지금의 끝을 앞으로의 2막과 3막을 위한 새로운 시작으로 생각하고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당연히 부모를 부양해 온 이 세대는 성인이 된 자녀들의 교육과 삶을 책임지면서도 동시에 노후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는 위와 아래에서 모두 치이는 세대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처럼 사회의 여러 가지 압박으로 우울증에 빠지는 베이비부머가 많아지고 있다며 어쩌면 이들은 매우 억울한 세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베이비부머 세대의 우울증이나 자살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정책과 제도, 개인의 노력이 함께 가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이들의 우울증이 치료돼도 갈 곳이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을 때는 우울증을 치료한 후 학교나 직장으로 가면 되지만 베이비부머는 갈 곳이 없다. 갈 곳이 없으니 삶이 무기력해지고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아진다고 우려했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나이든 사람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국가가 정책이나 제도의 틀을 바꿔서라도 이들이 갈 곳, 할 일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제도의 변화와 함께 개인의 노력도 함께 가야 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사회가 나이 든 사람을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가 볼 때 나이든 사람이 짐이 아니고 충분히 걸어갈 수 있음을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베이비부머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정리하면서 후세들을 위해 지혜를 넘겨주는 또 하나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이와 관련 고려대 사회학과 황명진 교수는 지금의 베이비부머는 앞 세대와는 완전히 다르다면서 “이들이 앞으로의 고령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들이 가진 지식과 지혜, 인적자원, 포용력을 긍정적으로 풀어내고 사회 역시 이를 잘 활용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