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음료, 칼로리보다 운동량 표시해야 덜 마신다

권익도 기자
입력일 2014-10-19 15:15 수정일 2014-10-19 20:25 발행일 2014-10-2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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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 사진
섭취 칼로리를 연소시키기 위한 운동량 정보를 표시하는 것이 설탕이나 과당 음료 섭취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AFP)

음료수에 칼로리 정보를 표시하는 것보다 섭취한 칼로리를 없애기 위한 운동량 정보를 표시하는 게 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BBC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의 최근 연구 결과를 인용해 청소년들이 음료수를 섭취할 때 칼로리를 연소시키기 위해 어느 정도의 운동량 필요한지를 나타내는 문구를 보면 단순히 성분 표시를 보는 것 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섭취한 칼로리를 마일이나 킬로미터 등의 운동해야할 거리로 제시하는 것이 청소년들에게 훨씬 이해하기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팀은 볼티모어 저소득층 지역에 사는 12~18세의 청소년 3000여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해당 지역 내 6개의 편의점에서 청소년들이 설탕이나 과당이 들어간 음료를 얼마나 구매하는지 조사했다. 이후 탄산음료, 스포츠 음료, 과일 주스 등 종류별 음료에 따라 단순한 칼로리 정보와 칼로리를 섭취할 때 필요한 운동량에 대한 정보를 적어둔 표지판을 2주 동안 걸어뒀다. 가령 표지판에는 ‘탄산음료나 과일주스 한 병이 약 250칼로리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등과 같은 질문과 ‘탄산음료나 과일주스 한 병을 마시면 약 50분 동안 조깅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같은 질문들로 구성돼 있었다.

조사 결과 실험참가자 97%는 표지판이 세워지기 전 모두 설탕이나 과당이 들어간 음료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칼로리 정보만을 표시한 표지판을 세워둬도 결과는 비슷했다.

그러나 칼로리 섭취 시 필요 운동량에 관한 표지판이 세워지자 참가자들의 구매 패턴에 변화가 생겼다. 참가자들의 89%가 설탕이나 과당 음료를 구매했다. 음료 대신 물을 사려는 청소년의 비율도 1%에서 4%로 늘었으며 아예 음료를 구입하지 않기로 마음 먹은 청소년의 비율도 5%나 높아졌다.

연구를 주도한 사라 블라이 박사는 연구 결과가 비만으로 고생하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블라이 박사는 “운동량 정보를 표시하는 방법이 청소년들이 과당음료 섭취량을 줄일 수 있게 유도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일 수 있다”며 “표지판이 치워진 후에도 운동량 정보를 알게 된 사람들에게서 지속적으로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운동 거리 등 구체적인 수치 표현으로 소비자들이 한 눈에 이해하기 쉬운 방법이므로 비만을 방지하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설탕 음료를 연구하는 다른 학자들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다. 영국 공공의료팀(PHE) 앨리슨 테드스톤은 “명쾌하고 단순한 메시지가 사람들을 건강식으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흥미로운 연구”라며 “PHE도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행동 패턴 변화에 대한 증거를 계속해서 수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탕량 규제를 주장하는 영국과 미국의 학자들 단체인 ‘액션 온 슈가’의 영양학자 카우더 하셈은 “설탕 음료가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을 구체적으로 심어준 좋은 사례”라며 “지속적인 캠페인으로 제조업자들이 음료 내 설탕 수준을 줄일 수 있도록 이끄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