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싸늘한 여론속에 배 떠나가나"...최길선·권오갑 수혈속 20년만에 파업 초읽기

최상진 기자
입력일 2014-09-28 13:43 수정일 2014-09-29 14:42 발행일 2014-09-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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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노위 '조정중지' 결정, 조합원 찬반투표일 무기한 연기
중국·일본 추격, 영업실적 하락에 여론 부정적
권오갑 사장 23일부터 임직원에 "어려움 함께 극복하자" 호소
현대중공업 노조 파업 찬반투표
<p>현대중공업그룹 계열 사업장 노조가 지난 22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과정에서 공동투쟁을 결의하고 조합원들을 파업 찬반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연합)

조선업계 1위 현대중공업(대표 최길선)이 20년 만에 파업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이번 주 합법적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예정대로 파업에 돌입하면 현대중공업은 19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 기록이 깨진다. 무려 20년 만에 파업을 맞게 된다는 점에서 사내에서는 일부 부정적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일부 노조원들의 여론은 “회사가 올해 2분기 1조1037억원의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했는데 꼭 파업까지 하면서 임금인상을 요구해야 하나”라는 분위기 탓에 투표율 저조로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조원들의 투표참여가 저조하자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기간 연장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장 빗속에서 '파업자제 호소'
<p>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지난 23일부터 울산 본사 해양사업부 출입문에서 출근하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힘을 모아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

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업체들이 양 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성장하고, 일본 업체들도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상황에서 이번 파업은 현대중공업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현재 현대중공업의 1인당 매출 수준도 조선업계 빅 3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파업보다는 단합과 혁신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지난 25일 오후 세종시에서 현대중공업 노사 양측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조정회의에서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신청한 쟁의행위 조정신청에 대해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으로 노조는 전체 조합원 1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파업 찬반투표 가결시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해진다. 노조는 지난 23일부터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해 26일 오후 1시까지 투표를 마감할 예정이었으나 사측이 투표방해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26일 긴급회견을 갖고 교섭중단 및 무기한 투표연장을 선언했다. 노조는 찬반투표가 원만하게 마무리될 때까지 투표 기간을 연장하고 사측과의 교섭도 중단할 방침이다.

정병모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조합원들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해 탄압하고 있어 정상적인 투표진행이 어렵다”며 “관리자를 동원해 투표장 주변에서 조합원들의 투표 유무를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현대중공업 비상경영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은 쉴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권오갑 사장은 부임하자마자 울산으로 내려가 매일 아침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사측은 “권 사장은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본격적인 경영진단에 돌입했고, 직원식당에 임원 공간용 칸막이를 없앤 뒤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등 직원들과 소통하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상진 기자 sangjin8453@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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