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한전부지에 한국판 '아우토슈타트' 짓는다

안정주 기자
입력일 2014-09-20 11:38 수정일 2014-09-29 14:57 발행일 2014-09-20 99면
인쇄아이콘
독일 아우토슈타트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그룹 본사인 ‘아우토슈타트’

한국전력 본사 부지의 새 주인으로 선정된 현대자동차가 ‘한국판 아우토슈타트’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18일 오전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부지에 그룹의 제 2도약을 상징하는 차원이 다른 공간으로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의 본사 ‘아우토슈타트’를 벤치마킹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에 업무시설과 함께 호텔, 대규모 국제회의가 가능한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파크, 백화점, 한류체험 공간 및 공연장 등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독일 아우토슈타트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그룹 본사인 ‘아우토슈타트’

독일의 국민차로 널리 알려진 폭스바겐 그룹의 본사인 아우토슈타트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하고 있는 세계최대 자동차 테마공원이다. 아우토슈타트는 출고센터, 박물관, 브랜드 전시관 등을 연계한 세계적인 관광명소다.

아우토슈타트는 포르쉐 박사의 외손자로 폭스바겐 그룹 감독이사회 의장인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1990년대 중반 구상했다.

탁송료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 볼프스부르크의 폭스바겐 본사까지 찾아와서 새 차를 찾아가는 고객들에게서 힌트를 얻어 ‘체험’이라는 주제로 박물관, 전시장, 새 차 출고센터를 한데 묶은 테마파크의 아이디어를 짜낸 것이다.

아우토슈타트 CEO 오토페르디난트박스(Otto Ferdinand Wachs)는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노력에는 제한이 없다”며 “아우토슈타트는 폭스바겐그룹의 마케팅과 판매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자동차를 처음 만나는 출고센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꼼꼼하게 점검 후 넘겨받은 새 차와 그렇지 않은 새 차는 신뢰감에서 큰 차이가 난다. 폭스바겐이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비결이다. 폴크스바겐 고객의 재구매율이 타 브랜드를 압도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프리미엄 자동차 회사들은 출고장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는 탁송비가 세계적으로 낮은 편이어서 상황이 좀 다르다. 현대차의 경우 울산에서 서울까지 탁송비라 해봐야 30만원을 채 넘지 않는다. 차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유별나게 여기는 우리나라 문화와 경제적 판단까지 맞물려 출고장을 직접 찾는 소비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제조사들은 출고장에 대한 별다른 투자가 없다시피 하다.

독일 아우토슈타트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그룹 본사인 ‘아우토슈타트’

해외 자동차 회사와 현대차에 대해 수준의 높낮음을 판단하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제조사의 철학 등은 비교해 볼 만 하다.

아우토슈타트 설립의 가장 큰 이유는 골수 고객들에게 대중적이면서도 프리미엄 브랜드로도 부럽지 않은 폭스바겐 브랜드의 고유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에서 판매되는 폭스바겐 새 차의 30%가 아우토슈타트에서 출고된다.

이런 관점에서 현대차가 이번 계획을 통해 아우토슈타트와 같은 테마파크를 만든다면 자사브랜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동시에 서울시의 랜드마크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다. 더불어 자동차를 매개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일자리 및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계기가 된다.

안정주 기자

gwyneth27@viva100.com
issue &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