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예상됐던 기준금리 인하여서 그럴까. 시장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에도 차분하고 무덤덤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행은 14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회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간 2.50%에서 2.25%로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5월 2.75%에서 2.50%로 한 차례 기준금리를 내린 이후 15개월 만의 조정이다. 기준금리는 지난 2010년 11월 이후 4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은 차분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온 만큼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전 11시30분 현재 국고채 3년물 지표금리는 전일대비 0.022% 오른 2.537로 상승했다.
이날 금리인하는 지난 7월 말부터 시장에 충분히 선반영돼 있는 만큼 채권시장에서는 추가금리 인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나와야 채권시장이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의 발언에서 추가 인하 가능성 여부를 살핀 뒤 채권시장은 방향을 다시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식시장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소식에 차익매물이 나오며 상승폭을 오히려 반납했다. 이날 기준금리 인하 전 207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지수는 오후 들어 상승폭을 줄여 2063.22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도 오히려 전일대비 0.75% 내린 1021.2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준금리 인하 부분은 시장에 이미 반영된 상태이며 시장이 금리인하만 가지고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에 비해 부동산시장에서는 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로 대출이 확대된 데 이어 이자 부담까지 줄어들면서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 여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금리인하는 주택 대출 영역에 굉장한 호재가 될 수 있다”며 “LTV·DTI 완화에 이어 금리인하 조치를 기다리던 대기 수요자들의 시장 참여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 시중은행의 대출이자는 보통 0.11∼0.12% 정도 내려간다”며 “신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줄어 실질적인 거래 활성화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보험업계에서는 역마진 우려에 울상을 짓고 있다. 과거 6%대 이상 확정금리로 팔았던 고금리 상품이 많기 때문이다. 당시 자산운용수익률이 10%를 넘었지만 저금리 장기화로 자산운용수익률이 추락한 상황이다.
시중은행 역시 이번 기준금리 인하 조치로 올 하반기 전반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저금리로 이자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예·대출 금리가 추가로 내려가면 은행의 실적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LTV·DTI 등 대출규제 완화로 인한 부실채권 급증도 은행이 걱정하는 부분이다. 부실채권 비중이 커지면 은행으로선 손실을 대비해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하므로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호 기자 better50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