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 무덤덤한 시장…"예상했던 일"

김지호 기자
입력일 2014-08-14 14:04 수정일 2014-09-11 18:20 발행일 2014-08-1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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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하 결정을 내린 14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7.7원 내린 1021.2원에 마감했다.(연합)

이미 예상됐던 기준금리 인하여서 그럴까. 시장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에도 차분하고 무덤덤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행은 14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회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간 2.50%에서 2.25%로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5월 2.75%에서 2.50%로 한 차례 기준금리를 내린 이후 15개월 만의 조정이다. 기준금리는 지난 2010년 11월 이후 4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은 차분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온 만큼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전 11시30분 현재 국고채 3년물 지표금리는 전일대비 0.022% 오른 2.537로 상승했다.

이날 금리인하는 지난 7월 말부터 시장에 충분히 선반영돼 있는 만큼 채권시장에서는 추가금리 인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나와야 채권시장이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의 발언에서 추가 인하 가능성 여부를 살핀 뒤 채권시장은 방향을 다시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식시장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소식에 차익매물이 나오며 상승폭을 오히려 반납했다. 이날 기준금리 인하 전 207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지수는 오후 들어 상승폭을 줄여 2063.22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도 오히려 전일대비 0.75% 내린 1021.2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준금리 인하 부분은 시장에 이미 반영된 상태이며 시장이 금리인하만 가지고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에 비해 부동산시장에서는 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로 대출이 확대된 데 이어 이자 부담까지 줄어들면서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 여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금리인하는 주택 대출 영역에 굉장한 호재가 될 수 있다”며 “LTV·DTI 완화에 이어 금리인하 조치를 기다리던 대기 수요자들의 시장 참여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 시중은행의 대출이자는 보통 0.11∼0.12% 정도 내려간다”며 “신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줄어 실질적인 거래 활성화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보험업계에서는 역마진 우려에 울상을 짓고 있다. 과거 6%대 이상 확정금리로 팔았던 고금리 상품이 많기 때문이다. 당시 자산운용수익률이 10%를 넘었지만 저금리 장기화로 자산운용수익률이 추락한 상황이다.

시중은행 역시 이번 기준금리 인하 조치로 올 하반기 전반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저금리로 이자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예·대출 금리가 추가로 내려가면 은행의 실적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LTV·DTI 등 대출규제 완화로 인한 부실채권 급증도 은행이 걱정하는 부분이다. 부실채권 비중이 커지면 은행으로선 손실을 대비해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하므로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호 기자 better50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