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승 기자

생활경제부 기자

press512@viva100.com

[B그라운드] 건강상 못 온 매튜 본 감독, "韓치킨 먹고싶어"

영화 ‘아가일’의 매튜 본 감독이 1일 오전 국내 취재진들과 화상 간담회를 갖았다.(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내한 했던 배우들이 내내 사진을 보여줬어요. 떠나지 않고 싶다고 징징(?)거리던걸요.”1일 오전 영화 ‘아가일’을 연출한 매튜 본 감독의 화상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배우들과 함께 내한할 예정이었던 그는 의사의 권고로 비행기를 타지 못해 글로벌 홍보일정에 함께하지 못했다. 한국을 방문했던 헨리 카빌,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샘 록웰에게 한국의 팬덤을 실시간으로 전송받았다는 그는 ”한국팬들의 환대가 대단했다고 들었다. 너무 좋아서 한국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며 화면 너머에서 미소지었다.국내에서 영화 ‘킨스맨’시리즈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매튜 본 은 감독이기에 앞서 세계적인 모델 클라우디아 쉬퍼의 남편으로 유명하다. 80년대와 90년대를 대표하는 미녀모델의 마음을 훔친 그는 세 아이의 아빠기도 하다.그의 최신작 ‘아가일’은 자신의 스파이 소설이 현실이 되자 전 세계 스파이들의 표적이 된 작가 ‘엘리’(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분)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소설의 다음 챕터를 쓰고 현실 속 레전드 요원 ‘아가일’(헨리 카빌 분)을 찾아가는 액션 블록버스터다.오는 7일 국내에서 개봉하는 ‘아가일’의 공식 포스터. 고양이가 왜 전면으로 등장하는지는 영화를 봐야 알 수 있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매튜 본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한국에서 일명 깍두기 머리라고 불리는 플랫탑 헤어스타일을 직접 제안했다”면서 “과거 ‘킹스맨’에서 더블 버튼 수트를 고수했을 때처럼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헨리 카빌에게 잘 어울리더라. 다음에 한국에 갔을 때 ‘아가일’을 보고 따라한 팬들을 발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개구진 포부를 밝혔다. 이어 “ 첩보물은 그 시대 산업을 반영하기도 한다. ‘킹스맨’ 와 ‘아가일’은 세계 정치적 판도에서 스파이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며 자신만의 연출 견해를 전했다. 평소에도 한국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걸로 알려진 그는 ‘아가일’프로모션의 첫 국가로 지정하는등 남다른 한국사랑을 보였다는 후문. 그는 “멀리 있지만, 고향이 아닌 고향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어쩌면 영국인보다 이 영화를 즐겨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지상 최고의 치킨을 가진 한국에서 오래 머물다 오는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2-01 15:10 이희승 기자

[비바100] 딸이 갑작스런 결혼을 발표했다면 '트로이의 목마' 정법 어떠세요? 영화 '티켓 투 파라다이스'

항상 딸에게 “좋은 건 그때 해봐야지”란 조언을 해왔던 부모는 여행지에서 눈 맞아 결혼을 결심한 딸의 이메일에 혼비백산해 달려온다. 전 ‘X’와 야무진 계획을 세워서.(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여기 천국으로 가는 티켓이 있다. 20대 시절 한눈에 반해 결혼한 적이 있는 남녀. 진작에 갈라섰지만 두 사람 사이엔 하늘에서 내려준 완벽한 딸이 있기에 아예 남이 되진 않았다. 당신은 기꺼이 그 기회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치를 떨며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것인가. 할리우드 대표 절친인 줄리아 로버츠와 조지 클루니가 영화 ‘티켓 투 파라다이스’로 만났다. 불 같은 사랑을 하며 결혼했지만 5년 만에 각자의 길을 걷게 된 조지아(줄리아 로버츠)와  데이빗(조지 클루니)은 물과 기름이다. 다행히 부모로서의 역할은 충실했지만 릴리(케이틀린 덴버)의 대학 졸업식장에서 쌓인 앙금이 터진다. 서로가 각자의 ‘잘난 딸’이라며 자랑 배틀이 붙더니 결국 축하해야 할 자리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이혼한 부모를 오가며 매년 휴가를 보낸 릴리는 풍족하기는 해도 서로의 험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모습에 늘 상처를 받아왔다. 그래서 이번 졸업 여행 만큼은 절친과 발리로 떠나 제대로 된 추억을 만드는 게 목표다.변호사로서 창창한 릴리와 집안 대대로 해초를 키운 그데는 한 눈에 서로가 운명임을 깨닫는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졸업 전 유명 로펌에 취업한 릴리를 타지에 보내는 두 사람의 마음은 뭔가 복잡하고 불안하다. 두 사람 역시 각자의 목표가 뚜렷했지만 사랑에 빠지며 커리어도 놓치고 믿음도 깨진 아픔이 있다. 유일한 자식이 자신이 했던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부모의 마음. ‘티켓 투 파라다이스’는 몇 개월 후 해초를 키우며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사는 발리 청년 그데(막심 부티에)와 결혼을 발표한 딸의 연락을 받으며 본격적인 갈등의 시작을 알린다.남보다 못한 사이인 두 사람은 이 결혼만큼은 말리기로 의기투합한다. 그리고 쿨하게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며 발리행 비행기를 탄다. 울고불고 악착같이 반대하면 도리어 불타는 게 선남선녀의 감정임을 이미 겪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제 막 출발하는 국적과 성별도 다른 젊은 커플의 이야기에 되려 중년의 사랑을 덧입힌다. 5년을 사랑하고 20년간 앙숙이었던 부부는 과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까? 영화 ‘티켓 투 파라다이스’의 엔딩은 그 질문의 해답이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세월은 흘렀지만 과거의 감정을 기억하는 전남편과 아내의 추억팔이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들은 그야말로 살벌하게 싸운다. 그때 안 맞았던 건 남이 된 지금 더더욱 이해 못하는 부분이다. 데이빗은 “결혼은 해도 아이는 천천히 낳으라”며 조언하고 조지아는 가풍이 전혀 다른 사돈의 대화에서 이별의 힌트를 얻는다. 이들의 궁국적인 목표는 가정을 이뤄도 서로 다른 걸 빠르게 인정하고 각자의 길을 걷는 것 뿐이다.대대로 해초 사업을 하는 예비 사돈과 엄청난 수의 친인척들은 도시 출신인 그들에게 신선함 보다는 고루함일 뿐이다. 다인종이 모여 만든 기회의 땅 미국이지만 되려 백인우월주의가 판치는 걸 아는 어른으로서 딸 릴리를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영화의 메이킹 필름을 보면 두 사람이 얼마나 찐친인지 알수 있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조지아는 결혼 징표인 반지를 숨기고 외지인 코스프레를 하며 방문하면 무조건 헤어진다는 곳에 관광을 제안하며 현실적인 방해에 나선다. 이들이 ‘트로이의 목마’로 이름 붙인 방해 공작 덕분일까. 릴리 역시 결혼 준비를 하면 할수록 현실적인 문제에 눈을 뜬다. 아름답고 조용한 자연 환경에서 그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예비 신부지만 평생을 미국에서 보낸 외지인일 뿐이다. 알게 모르게 창창한 미래를 버리고 사랑을 택한 부모의 현실적인 결말을 보고 자란 탓에 메리지 블루(결혼 전 우울증으로 결혼인 Marriage와 우울한 기분인 Blues 단어가 합쳐진 용어)라는 현타가 온다. 조지아와 데이빗의 계획이 거의 성공할 뻔한 순간 갑자기 나타난 엄마의 연하 파일럿 애인이 청혼을 하며 영화는 또다른 국면을 맞는다. 사실 늘 연애에 적극적이었던 엄마와 달리 아빠는 싱글의 삶을 예찬하며 살아왔다. 결혼이란 사회적 시스템에 넌덜머리가 난 표면적 공통점에서 두 사람은 과연 어떤 눈치와 고집을 부려왔던 것일까. 게다가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섞이지 않는 성격이지만 발리의 외딴 섬에서 흐른 세월 만큼이나 ‘라떼감성’에 젖는다. ‘티켓 투 파라다이스‘는 알파세대가 겪는 사랑의 혼란 속에서 되려 X세대의 감성으로 촉촉하게 젖는다.발리의 전통 결혼과 이국적인 풍광이 눈을 사로잡는 영화 속 한 장면.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처스)보기 전에는 아는 맛인데 막상 보면 중독되는 MSG급 대사는 할리우드 저예산 영화임에도 줄리아 로버트와 조지 클루니가 기꺼이 출연한 이유를 가늠하게 만든다. “사랑은 때와 장소, 상황이 맞아야 하더라” “자식을 위해서 못할 건 없지만 나를 닮는 것 만큼은 참을 수가 없나봐” “이렇게 계속 살다가는 내 자신을 잃어버릴것 같더라. 내 실수는 그거였어 ‘당신’이 아니라” 등은 두고두고 곱씹을 인생명언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31 18:00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영화 '데드맨'이 말하는 고전과 야동의 차이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데드맨’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조진웅이 김희애를 에스코트 하고 있다.(연합)토종 OTT 웨이브의 ‘맨’사랑이 함박웃음을 지을것인가. 29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데드맨’의 언론시사회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지난해 ‘젠틀맨’으로 고품격 범죄오락을 선보였던 웨이브가 이번엔 김희애와 조진웅을 ‘한 팀’으로 내세웠다.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을 영화적 소재로 다룬 이 영화는 1천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이만재(조진웅)가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하는 이야기다.죽었다 살아난 그를 찾아 정치판을 설계하려는 컨설턴트 심여사 역할은 김희애가 맡아 극의 중심을 이끈다. 고군분투하는 이만재가 영화의 해결사로 나선다면, 심여사는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대사를 천연덕스럽게 남긴다. 왜 정치판에 뛰어들지 않느냐는 말에 “현대사의 대통령은 과거 로마시대의 검투사나 노예나 다름없다. 이왕이면 그 칼을 들고 싸우는 사람보다 갈아주는 사람이고 싶다”고 일갈하는가 하면 고전과 야동의 차이를 “다들 봤다고 하는 고전과 봤음에도 숨기는게 야동”이라며 인간의 양면성을 정확히 겨냥하기 때문.왼쪽부터 하준원 감독, 김희애, 이수경, 조진웅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봉준호 감독 영화 ‘괴물’의 각본을 공동 집필한 하준원 감독은 5년간 정경유착과 선거의 이면, 바지사장으로 돌아가는 각종 사회이슈를 취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0년대를 대표하는 故 하길종 감독의 조카이기도 한 그는 “자기 이름값을 하고 사는가라는 질문을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가지고 있었다. 바지사장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영화를 시작한 것이 아닌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이야기”라고 부연설명했다. 한편, 조진웅은 함께 호흡을 맞춘 김희애에 대한 존경심을 숨기지 않았다. “디테일에 대한 에너지가 굉장했다”고 말문을 연 그는 “더 이상 말씀드릴 것이 없을 정도다. 협연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며 특유의 너스레를 선보였다. 극중 피해자의 딸이자 반전의 주인공으로 나서는 공희주 역할의 이수경은 “김희애 선배는 같이 찍은 분량이 많지 않았지만 감독님처럼 이 작품의 전체를 보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존경스러웠다”고 말하며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영화 ‘데드맨’은 오는 2월 7일 개봉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29 18:43 이희승 기자

[비바100] 영화 '세기말의 사랑'으로 돌아온 넷플릭스의 아들!

노재원의 존재감을 몰랐더라도 유튜브에 ‘노재원의 버닝’만 쳐도 그의 응축된 팔색조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사진제공= (주)엔케이컨텐츠)영화 ‘세기말의 사랑’ 속 형사가 말한다. “회사돈 횡령한 회계담당은 잡아봤어도 대신 막아준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라고. 지난 24일 개봉한 이 작품은 모두가 불안했던 1999년의 마지막날 짝사랑 상대 구도영(노재원)에게 인생 최대의 용기를 낸 영미(이유영)의 이야기다. 돈도 사랑도 모두 날린 채 새천년을 맞이한 영미가 새로운 인연들과 얽히고 부딪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발랄하게 그린다.극 중 노재원이 연기한 택배기사 도영은 늘 조용하고 말이 없다. 입사 6개월이 돼서야 구내 식당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비엔나 소세지와 야쿠르트를 건네며 처음으로 인사를 나눈다. 사실 영미는 그가 세금계산서를 중간에 가로채 공금을 횡령하는 걸 알고 있다. 박봉에 큰어머니의 간병까지 도맡으며 알뜰하게 사는 영미는 부업을 하면서까지 마음 속으로 흠모하는 도영의 범죄를 눈감아 준다.“솔직히 저의 그릇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 큰 역할이었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망설임없이 하는 캐릭터인데 그 사랑의 깊이를 연기하는 게 어려웠어요.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내가 누군가를 이 정도로 사랑한 적이 있었던가?’ 되묻게 되더라고요. 안일하게 연기할까봐 내내 긴장하며 촬영했어요.”영화 ‘세기말의 사랑’ 공식 포스터. 단 한명도 구멍없는 연기를 보여주며 시니컬하지만 따스한 감정을 전달한다. (사진제공= (주)엔케이컨텐츠)영미는 큰어머니의 초상집에 찾아온 도영이 자수하겠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는다. 사실 도영 역시 경리담당인 그가 자신의 횡령을 눈감아준 걸 대충 눈치채고 있었던 것. 하지만 2000년 새해가 밝자마자 한 사람은 공금횡령죄로, 또다른 사람은 방조죄로 교도소에 갇힌다. 내내 흑백이던 ‘세기말의 사랑’이 현실로 돌아온 건 8개월 후. 화면은 컬러풀하게 바뀐다. 한겨울에 잡혀 들어간 영미가 여름이 되어 출소한 날 온 몸에 명품을 휘감은 유진(임선우)이 “나? 구도영 와이프. 곧 이혼할 거지만 돈은 언젠간 갚을게”라며 등장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한 남자를 둘러싼 두 여성의 이상한 연대가 시작된다. “설정상 영미가 짝사랑하는 인물이고 유진의 남편이잖아요. 자칫 끼를 부리는 것처럼 나올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었어요.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찍은 직후에 참여한 거 라 두 작품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었죠. 비록 이 작품에서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내게 저런 모습이 있구나’를 생각하게 해준 소중한 작품입니다.”영화 개봉 전 브릿지경제와 만난 노재원은 “나를 키워주신, 지금도 친구같은 존재인 친할머니의 사랑을 떠올리며 도영이를 연기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주)엔케이컨텐츠)장편 데뷔작 ‘69세’로 주목받은 임선애 감독은 노재원의 신인시절부터 남다름을 직감하고 이 역할에 노재원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쓸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중학교 3학년 담임 교사의 추천으로 안양예고에 진학해 무려 4수만에 중앙대 연극학과에 입학 후 연극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던 그가 틈틈이 독립영화에 출연하면서 맺어진 인연이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여러 영화제에서 노재원의 연기를 눈여겨 본 임 감독은 “당신은 이 캐릭터의 깊이를 표현할 유일한 사람이고 충분히 자격이 있다”며 그에게 용기를 줬다.감독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먼저 공개된 ‘정신병원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망상장애를 가진 마법사 공시생 김서완 역으로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노재원은 현재 ‘넷플릭스의 아들’로 불려도 무방할 정도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금의 긴 헤어스타일도 ‘오징어게임2’의 촬영을 위한 외모적 변신이다.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잘생긴 사람이 너무 많더라. 외모로 승부를 보는건 빨리 포기했다”고 미소짓는 그는 “대신 연기를 재밌어하는 내 성격을 믿기로 했다.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그런 부분에서는 인정을 받은 편”이라면서 치열했던 20대를 회상했다.“성향상 어색한 걸 못 참고 수줍으면 나오는 특유의 말투가 있어요. 극 중 도영이가 하는 행동들은 되도록 연기를 안하고 싶었어요. 그냥 내 안에서 찾은거죠. 아마도 영미한테는 죄책감이 크지 사랑은 아니었을 거예요. 정상적인 결혼생활은 아닌 듯 보여도 강하고 드센 유진이를 진심으로 마음에 품지 않았을까요?”7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다는 그는 “종학교때는 엄격한 학교와 집안 분위기로 좀 힘들기도 했다”며 웃어보였다. (사진제공= (주)엔케이컨텐츠)노재원은 10대 시절 인싸로 누구나 인정하는 까불이였다. 유독 끼 있는 친구들이 많은 예고에서 좋아하는 걸 놀면서 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했다. 대학교에서 해본 연기적 시도와 수많은 실패들은 늘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그는 “가끔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사실 살면서 내향적이 된 케이스 인데 늘 엄격했던 아버지가 지인들 준다고 사인을 받아가시고 지금도 간호사로 일하시며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어머니가 나의 자양분인 셈”이라면서 늘 최면을 걸고 현장에 가는 부지런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이틀에 한번씩 저의 부족함을 발견합니다. 캐릭터를 준비할 때 안일하게 접근하지 말자도 다짐하고요. 집에 포스트 잇을 붙여두는데 거기엔 늘 ‘티모시 살레메, 호아킨 피닉스보다 부지런하게 연기하자’고 써 있어요. 저는 그들의 연기에서 깨알같이 쌓인 부지런함과 치열함이 늘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아는 거고 할 수 있는 게 ‘오로지 연기’이듯 제가 모르는 걸 해 내려면 계속 탐구하는 수밖에 없으니까요.”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29 18:00 이희승 기자

[비바100] 한국에 '이런 대통령'이 있었다! '길위에 김대중'으로 본 '택시운전사'와 '킹메이커'

정치가 DJ의 모습에 가려진 아버지, 남편의 모습이 드러나는 건 ‘길위에 김대중’을 보는 재미다.(사진제공=명필름)지난달 오전 일찍 시내 모처의 영화관. 평소대로라면 한산해야 할 정치 다큐멘터리의 상영에 취재진이 몰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테러를 당하기 이틀 전 용산 CGV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개봉한 이 작품은 개봉 첫 주 1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며 전국에서 단체관람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영화 ‘길위에 김대중’ 소감 밝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연합)청년 사업가 출신의 김대중이 갖은 고초를 겪으며 야권 유력 정치인으로 도약하기까지의 과정, 박정희 유신정권과 전두환 신군부의 탄압에 맞선 민주화 투쟁과 1987년 대통령선거 후보로 나서기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최초로 공개되는 자료와 역사적 순간을 함께 이들의 인터뷰로 담아냈다.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은 22일 오후 경남 양산시내 한 영화관에서 이번 총선에 출마할 양산지역 갑·을 후보들과 함께 보자는 제안을 직접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를 관람한 후 “가슴에 가장 강렬히 남아있는 장면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을 때 장례식날 권양숙 여사 앞에서 오열했던 모습”이라며 “오늘 영화에서 그분이 5·18묘역 앞에서 오열하던 모습과 똑같더라”고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영화 ‘위에 김대중’은 한편으로 끝나지 않는다. 쿠키영상이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들며 등장하기 때문. (사진제공=명필름)전직 대통령의 삶을 다룬 작품은 ‘노무현입니다’를 시작으로 ‘문재인입니다’로 이어졌고 ‘길위에 김대중’이 그 정점을 찍는 모양새다.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남산의 부장들’ ‘1987’ ‘택시운전사’와 최근 1000만 영화로 등극한 ‘서울의 봄’ 등이 각자의 매력을 발산했지만 모두를 아우르는 인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빼고 논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대한 양의 아카이브를 촘촘히 엮은 ‘길위에 김대중’의 연출은 다소 투박하다. 일제 치하에서 남들보다 똑똑했던 청년 김대중의 성공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남다른 사업가 기질로 선박 14척을 소유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던 그는 이승만 정권의 하야 그리고 6.25를 겪으며 결심한다.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을 가장 근간에서 보고 접하며 민주주의가 뿌리내려야 할 당위성을 뼈에 새기게 된 것.  ‘길위에 김대중’은 이후 연달아 낙선하며 기운 가세와 그 와중에 병사한 첫 아내에 대한 사무침 그리고 이희호 여사와의 로맨스까지 ‘인간 김대중’의 삶도 놓치지 않는다.왓챠, 넷플릭스 쿠팡플레이등 모든 OTT로 볼 수 있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을 세계로 알린 ‘푸른 눈의 목격자’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우연히 돕게 된 택시기사 김사복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사진제공=쇼박스)한국 근대사를 잘 모르더라도 이 작품을 보노라면 자연스럽게 떠올릴 영화 두편이 있다. 5.18 광주의 비극을 그린 ‘택시운전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제는 그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규명에 앞장서야 할 역린과도 같은 작품이다. 사글세방에서 어린 딸을 키우는  만섭(송강호)은 외국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 통금 전에 돌아오면 거금 10만원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운다. 그 돈이면 밀린 몇 달치 월세를 해결 할 수 있었다. 그곳에 어떤 비극이 펼쳐지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건 피터 뿐이다. 한 집 건너면 모두가 알 정도로 소박했던 광주시민들은 옆집의 아들이, 술친구였던 앞 집 회사 동료가 한순간에 북한군으로 몰려 맞아죽거나 총알에 쓰러지는 걸 보고 결기한다. 단지 독재타도를 외친 대학생들의 일상적인 데모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투옥당시 안기부에 의해 “정치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고 건강상의 이유로 미국 망명길에 올라야 했던 김대중. 귀국 당시 몰린 환영 인파의 모습이 ‘위에 김대중’에 등장한다. (사진제공=명필름)“발포하라”는 명령에 방아쇠를 당기고 몽둥이를 든 군인들에게 임산부와 어린 딸, 대학가요제에 나가는 게 꿈이었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는다. 양심을 지키고 인간의 도리에 충실했던 광주시민들의 피에 만섭은 가려지고 왜곡된 진실을 전세계에 알리기로 결심한다. 교통과 통신은 물론 언론마저 통제됐던 상황에서 ‘폭동’으로 끝날 뻔했던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위해 한국으로 날아온 피터를 안전하게 귀국시키려면 자신의 목숨도 걸어야 하는 상황. 비극을 마주하면서도 웃음과 희망을 버무리며 폭넓은 관객층을 동원한 ‘택시운전사’는 2017년 첫 1000만 영화로 등극했다.‘길위에 김대중’ 속에는 유독 달변가였던 자신의 모습을 자평하는 고인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치열한 선거판의 중심에서 사람이 몰리는 곳 어디든 달려가 연설을 시작하면 시장에서 좌판을 벌였던 아낙네들까지 몰려들었다고 전해진다. 영화 ‘킹메이커’는 그 치열한 전쟁 속 김대중에서 출발한 김운범(설경구)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담겨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김운범에게 기꺼이 손을 내민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는 이름도 존재도 숨겨야만 하는 ‘킹메이커’다. 승리를 위해서는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이 동반돼야 한다는 운범에게 “과정보다 결과”라는 말로 응수하는 인물.거리의 정치인이었던 운범에게 기꺼이 자신의 지략을 나누는 창대의 모습. 선거에 이기고 기뻐하는 모습은 이 둘의 갈라진 운명에서 가장 달콤한 한 때였다. 티빙과 웨이브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제공=CJ ENM)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창대의 선거 전략 덕분에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되고 마침내 대선 후보에 오르게 된 운범은 당시 정치권 여야인사들의 증언으로 ‘길위에 김대중’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김대중의 당선만큼은 볼 수 없다”며 선거조작을 지시하고 이기기 위해 국가예산을 쏟아부은 박정희 대통령의 불안은 ‘킹메이커’의 시작이기도 하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변성현 감독이 ‘지천명 아이돌’ 설경구와 또다시 만났다는 사실이 제작단계부터 주목받았지만 “당시 정치 지형을 10대가 봐도 지루하지 않게 그리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은 두 사람을 ‘빛과 그림자’로 대치시키며 역설적인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모티프가 된 두 인물이 갈라선 이후 서로 얼굴도 본 적 없다는 지점이 영화의 시작이었다. “무엇보다 옳은 목적을 위해 옳지 않은 수단을 쓰는 건 과연 옳은 일인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을 듣노라면 역대 대통령이 보여준 그릇의 크기가 가늠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수순이다.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300만원짜리 디올백에 들어가는 건 휴대폰과 차키, 립스틱 정도가 고작이다. 노트북 하나도 못 들어가는 그 크기를 알고 작금의 시국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건 어떨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24 18:00 이희승 기자

홍상수 감독, 베를린으로 이민가도 되겠네… '여행자의 필요' 경쟁부문 초청

9년 째 작품의 동반자로 함께 하고 있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사진제공=화인컷)홍상수 감독이 또다시 베를린국제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았다. 홍상수 감독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도망친 여자’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감독상을, ‘인트로덕션’으로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각본상을, ‘소설가의 영화’로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바 있다.그의 31번째 장편 ‘여행자의 필요’는 2명의 한국 여자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게 되면서 벌어지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는다.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홍상수 감독의 3번째 협업 작품이다. 이자벨 위페르는 홍상수 감독의 2012년 작 ‘다른나라에서’와 2017년 작 ‘클레어의 카메라’에 출연하였다.홍상수 감독이 제작·각본·연출·촬영·편집·음악을, 연인이자 배우 김민희가 제작실장을 맡았다. ‘그 후’, ‘당신얼굴 앞에서’, ‘소설가의 영화’, ‘탑’ 등 홍상수 감독의 전작들에서 같이 작업했던 이혜영, 권해효, 조윤희와 ‘물안에서’, ‘우리의 하루’ 등 홍상수 감독의 전작들에 출연했던 배우 하성국, 김승윤 등이 출연했다.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통해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이후 올해 상반기 국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한편, 제 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오는 2월 15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23 13:08 이희승 기자

[人더컬처] 신현빈이 말하는 사랑은? "내가 모은이라면…"

수화에 대한 어려움을 묻자 ““수어는 직관적인 언어”라고 대답한 신현빈. 흡사 외국어를 배우듯 노력했다고.(사진제공=유본컴퍼니)“데뷔 이후 이렇게 긴 고민을 한 작품은 처음이예요.”두 달 넘게 드라마 지니 TV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었다는 신현빈.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본 정우성이 무려 13년간이나 판권을 사두고 아끼고 아낀 작품으로 제작자로 나선 작품이기도 하다. 손으로 말하는 화가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간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로 지난 17일 종영됐다. 수화를 통한 교감과 안방 장에 스며드는 미장센을 강조, 과감하게 사운드를 줄이고 배우들의 독백과 표정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니까 참여한 입장에서 마음이 편한건 사실이예요. 사실 이별 장면을 찍으면서 너무 많이 울어서 과연 촬영이 될까 걱정이 많았거든요. 연기를 소리없이 받아들이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았지만 다른 결을 가진 시나리오가 제 마음을 훔쳤습니다.”대한민국 곳곳의 명소들을 아름다운 영상미로 완성한 ‘사랑한다고 말해줘’. 디즈니+로 공개돼 빠른 배속 없이 집중하며 보는 맛을 최대한 살린 작품으로 불린다. (사진제공=지니TV)출연을 결정하기전 그는 소속사와 함께 청각장애가 있는 여성과 다큐멘터리 피디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에 대한 제작을 논의중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소통에 대한 이야기는 신현빈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는 “설정과 이야기는 다르지만 핵심 메시지는 비슷하니까”라면서 “과장되지 않고 단단한 모은이를 보며 마음이 건강한 사람을 볼 때 얻는 에너지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다”고 웃어보였다. 말로 대화를 나누지만 정작 그 너머의 진심이 전달되는지는 ‘인간 신현빈’이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었다고.  지인들에게 고민을 토로하면 “행복하려면 은퇴해라. 연기하면서 행복하길 바래?”라며 정신이 번쩍 드는 조언을 받는다고. (사진제공=유본컴퍼니)“설정이 배우지망생인만큼 극중 연기하는 톤에 대한 조절이 필요했어요. 못해서 떨어지는걸로 해야할지, 나름 잘 했는데 감독님의 취향이 아닌건지는 미묘하게 다르거든요. 수어를 하는 것 역시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면 못 외우는 타입이라 나름 고생은 했지만 청각장애를 가진 가족들의 반응이 좋았어서 만족합니다.”기억에 남는 리뷰가 있냐고 묻자 드라마 리뷰에 ‘내 딸이 이 드라마처럼 이해받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꼽은 그는 “이 작품을 관통하는 대사는 ‘당신은 나에게 편안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과거 독립영화에서 청각장애인 역할을 한 경험이 있기에 같은 언어를 구사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건 아니라는 고민이 있던 찰나에 들어온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유독 운명 같았다.“그분들이 가진 상처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게 이 드라마를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예요. 그분들의 지지와 응원이 정말 마음에 와 닿았어요. 시선에 집중해서 누군가를 깊게, 그리고 오래 바라보는건 오랜만이기도 해서 연기적으로 정우성 선배님에게 감사함이 크죠.”‘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최종회 시청률 1.8%를 기록했다.(사진제공=유본컴퍼니)극중 두 사람의 애틋한 감정은 시간차를 두고 늘 엇갈린다. 주변사람들의 반대와 굴곡진 시선도 한 몫한다. 소리와 말을 잃은 남자와 무대를 꿈꾸는 여자의 사랑은 평균 이상의 윤택한 삶 속에서도 녹록치 않다. 그런 현실감을 다독이는건 시적인 영상미와 감미로운 배경음악의 몫이다. 2030의 감성을 자극했던 ‘그 해 우리는’김윤진 PD가 연출을 맡고 ‘구르미 그린 달빛‘ 김민정 작가가 그 감성에 힘을 보탰다.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삶을 통해 취준생의 고민을 코미디로 만든 영화 ‘방가? 방가!’로 데뷔당시 ‘저 한국말 잘하는 베트남 여자는 누구냐?’는 반응이 쏟아졌던 신현빈은 늘 주연으로 반짝였다. 대학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했으나 예술혼의 방향을 연기로 틀면서 영화 ‘변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비롯,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재벌집 막내아들’등 화제작에서 활약하며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연기는 나를 괴롭히면서 동시게 즐겁게 해주는 존재예요. 더 잘하고 싶고 노력하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유독 사랑이 가득한 현장이었어요. 이렇게 스태프들한테 비즈팔찌부터 양말, 간식까지 많이 받아본적이 없거든요.(웃음) 그 따스함을 품에 안고 올해 제 목표는 건강하게 열심히 일하는 겁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23 12:20 이희승 기자

[비바100] 드디어, 차우민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드라마 ‘밤이 되었습니다’에서 열연한 차우민.(사진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고양이 집사이자 오래된 LP를 모으고 생각나는 대로 냅킨에 시를 쓴다. 기회가 된다면 배낭여행을 하며 책을 쓰는 게 꿈이다. 내방 인터뷰를 위해 사무실에 들어오며 “신문사는 종이 냄새가 나서 좋다”는 이 남자. 웨이브 학원물 ‘약한영웅 Class 1’에서 현역 UFC 선수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은 차우민이 유플러스 모바일tv ‘밤이 되었습니다’를 통해 대세 스타로 떠올랐다. 넷플릭스 공개 하루 만에 대한민국 넷플릭스 톱(TOP)10 중 3위에 진입할 정도로 인기를 얻은 이 작품은 종료가 불가능한 의문의 마피아 게임에 강제로 참여하게 된 유일고등학교 2학년 3반의 하이틴 스릴러다.교내에서 공포의 대상인 일진 고경준은 배우 차우민이 가진 특유의 날카로운 눈매에 제법 어울린다. 결핍에서 출발한 폭력이 아니다. 집안도 좋고 성적도 뛰어난 일진이라 모두가 인정하는 존재. 자신의 서열과 지위를 이용해 게임을 더욱 극적으로 몰고가는 장본인이자 처절함을 배제한 위협적인 생존본능이 드라마의 재미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 공개전 8만명 이었던 SNS 팔로워가 지금은 45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글로벌 팬덤으로의 확장에 시동이 제대로 걸렸다.‘마피아게임’이라는 의문의 앱이 깔리면서 벌어지는 고등학생들의 처형 장면이 잔인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빠른 전개와 배우들의 신선한 조합으로 입소문 났던 ‘밤이 되었습니다’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이오콘텐츠그룹, STUDIO X+U)“얼마전 휴식 겸 혼자 일본으로 여행을 갔는데 아무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어요. 일부러 가리고 다니는 거 아니냐고요? 전혀요. 편한 걸 좋아해서 자유롭게 입고 대중교통도 자주 이용하는데 인기를 실감할 정도의 경험은 아직 없었습니다. 학창시절에도 자발적 아웃사이더로 조용히 지낸 편이라 작품에서 보여주는 악랄함을 연기하는 쾌감이 큽니다. 또래 친구들을 얻은 소중한 작품이기도 하고요.”악역으로 굳어지는 이미지가 걱정될 법도 한데 “실제 성격은 정반대”라며 “매력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좋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구조냥 두 마리를 키우는데 성격이 극과 극”이라며 시원하게 웃는 그를 보고 있자니 고양이상의 얼굴을 보고 미팅을 잡았는데 강아지같은 실제 성격을 접하고는 놀라는 제작사와 감독들이 많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그래서 감독님들이 그래서 ‘늑대상’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셨어요. 개인적으로 늑대라는 동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저한테도 개와 고양이 같은 전혀 다른 매력이 동시에 느껴진다는 뜻이니까요. ”‘심각한 집돌이’임을 밝힌 그는 “집이 마포쪽인데 알아보는 분이 거의 없다”면서 “식물을 키우고 음악을 듣는 혼자만의 일상에서 힐링을 얻는 편”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2021년 데뷔한 차우민은 부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연기를 전공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부터 가장 먼저 고친 것은 사투리였다. 서울예대에 들어가 고향을 밝히기 전까지 친구들조차도 “서울사람인 줄 알았다”고 할 정도로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성격은 부모의 굳건한 지지로 이어졌다. 외동아들이 배우의 꿈을 꾼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버지는 반대보다 한번 마음 먹은 건 끝까지 해냈던 차우민을 믿었다. 유독 물을 좋아해 유년시절에 수영을 시작해 선수제의를 받을 만큼 근면하고 탁월했지만 청소년기에 선택한 건 전혀 다른 스포츠인 유도였다. 취미조차 허투루 하는 법이 없었다. 가족끼리 자주 갔던 캠핑에서 배운 낚시에 빠진 고등학교 시절의 그는 새벽에 일어나 민물낚시를 하고 등교를 할 정도였다고. “배우를 하겠다”고 선언한 뒤 차우민은 부산에 있던 모든 입시학원의 문을 두드렸고 그때 평가받았던 장단점을 보고서로 만들며 입시를 준비했다.“말투는 고쳤지만 경상도 남자의 피는 여전하죠. 특유의 부산 바이브를 연기로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개인적으로 정우 선배님이 하신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 캐릭터를 너무 좋아해요. 무엇보다 츤데레 같은 성격과 일상생활에서 뭔가 느슨하면서 찌질한 극 중 모습이 실제 제 모습과 너무 비슷해서 애정이 갑니다.”생각나는 대로 시를 쓴다는 차우민에게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묻자 “거의 냅킨에다 적는편이다. 문제는 그렇게 적은 걸 가지고 있지 않다. 거의 잃어버리거나 놓고 오니까”라고 수줍어했다. (사진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밤이 되었습니다’의 소재인 마피아 게임은 실제 차우민이 다른 촬영 현장에서 자주 했던 ‘또래 게임’이기도 하다. 시민의 반대편인 마피아를 가려내기 위해 경찰을 구분해야 하고 사회자의 지시에 따르는 게 룰이다. 밤이 되기 전까지 마피아는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 한다. ‘약한영웅 Class 1’의 동료 배우들과 종종했던 게임을 12부작으로 확장해 참여하면서 차우민은 연기적 성장통을 겪었다.“사실 마피아 게임을 정말 못하는 편이라서요. 티가 너무 많이 나서 금방 걸려요. 그런데 경준이는 살아야 하는 욕구가 명쾌하고 센 캐릭터잖아요. 제가 집중한 키워드는 ‘붕괴’였습니다. 마냥 악역으로만 보여지지 않게 하려고 뚝뚝 떨어지다 결국 모든 게 무너지는 톤으로 가닥을 잡고 접근했죠. 무엇보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원없이 놀아봐’했던 주문이 저를 자극했고 돌아보면 가장 큰 힘이 됐어요.” 최근 차우민은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스피릿 핑거스’의 촬영을 마치고 현재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스터디그룹’에 몰두하고 있다. 전작이 성장로맨스라면 후자는 학원액션물로 ‘밤이 되었습니다’가 가진 공포 스릴러와 다른 장르를 차곡차곡 경험하고 있는 것. 본인 역시 즐겨봤던 작품이고 작품을 향한 두터운 팬덤을 알기에 매 순간 시험을 보는 마음으로 현장으로 향한다며  미소지었다. “올해가 제가 태어난 용띠인 만큼 좋은 기운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힘찬 포부를 밝힌 차우민은 “연달아 학생 역할을 맡고 있지만 전혀 다른 결을 가진 캐릭터”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22 18:30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춤과 액션이 섞인 '첩보물'이라니…

킹스맨을 뛰어넘을 영화 ‘아가일’의 주역들. 할리우드 배우 샘 록웰(왼쪽부터),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헨리 카빌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한국에 와서 햄볶아요.”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즈 호텔 서울에서 영화 ‘아가일’ 내한 간담회가 진행됐다. 6년 만에 내한한 헨리 카빌과 처음으로 한국땅을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샘 록웰이 참석했으며 매튜 본 감독은 건강 상의 문제로 불참했다.‘아가일’은 자신의 스파이 소설이 현실이 되자 전 세계 스파이들의 표적이 된 작가 엘리(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챕터를 구상하며 벌이는 액션 첩보물이다. 감독의 전작인 ‘킹스맨’의 세계관과 더불어 반전의 반전이 거듭되는 스토리를 담아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프리미어 시사회를 진행했다.주연을 맡은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전세계 뷰티의 본고장에 ‘아가일’을 들고 오게 된 것이 영광”이라면서 “12살 딸이 K팝의 광팬이다”며 BTS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극중 잘 나가는 범죄 소설 작가에서 하루아침에 스파이의 타깃이 된 역할을 천역덕스럽게 해내는 그는 ‘뷰티풀 마인드’로 아카데미를 석권한 론 하워드 감독의 장녀기도 하다.18일 오전 서울 포시즌즈 호텔에서 열린 영화 ‘아가일’의 내한 행사.(연합)극중 액션과 춤을 능청스럽게 소화한 샘 록웰은 “지금까지 연기적으로 싸움을 많이 한 적이 없다. 안무와 액션을 하면서 정말 힘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마라톤과 같이 장기적으로 해야는 분야더라. 올해 쉰 셋인데 자제하겠다”는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 ‘스타더스트’를 통해 매튜 본 감독과 호흡을 맞춘 헨리 카빌은 “감독님이 ‘미친 아이디어가 있다’며 시나리오를 보내주셨다”며 출연배경을 밝혔다. 극중 일명 ‘각 잡힌 남자헤어’로 불리는 플랫탑 헤어와 긴 파마머리를 오가며 파격 변신을 보여준 그는 “어마어마하고 즐거운 작업이었다”며 예비 관객들에게 당부를 전했다. Apple TV의 오리지널 영화 중 세 번째로 글로벌 극장 개봉을 앞둔 ‘아가일’은 오는 2월 7일 국내 관객과 만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8 15:16 이희승 기자

[人더컬처] 임시완, '오징어게임'2와 '소년시대'사이에서......

극비리에 ‘오징어 게임 2’를 촬영중인 그는 함께 연기하는 선배 이병헌이 초대한 새로 지은 집에 곧 놀러갈 예정이라며 특유의 친근함을 뽐냈다. (사진제공=쿠팡플레이)작정하고 충청도 사투리를 배워 호기롭게 그 곳으로 떠났다. 한적한 동네의 치킨집에 들어가 그동안 일대일 과외로 받은 발음을 모두 써 먹었다. 다행히 눈치 챈 것 같지 않은 순조로운 대화가 이어지고 계산을 하려는 찰나 돌아온 말. “서울사람이냐?”는 말에 임시완은 다시 입을 앙다물었다.최근 시즌2를 확정지은 쿠팡플레이의 ‘소년시대’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학교에서 매일 맞는 게 일상인 먹이사슬의 최하위 병태. 1989년 충청남도를 배경으로 도망치듯 떠난 부여에서 학교 짱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지난해 11월 24일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된 후 입소문을 탔고, 종영할 때까지 시청량 2914%로 수직 상승하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한달 반정도를 ‘그려?’,‘아니여?’를 기본으로 새로운 억양에 완벽적응했다는 자부심이 있었죠. 괜히 안해도 되는 일상 대화를 이어가며 뿌듯함을 느끼며 계산하는데 ‘서울 사람이여유?’라는 말에 술이 다 깨더라고요.”임시완의 첫 코미디 도전작이기도 한 ‘소년시대’는 그를 제외하고 모두 신인으로 채워졌다. 초고의 제목은 ‘와호장룡’으로 지방 소도시에서 풍기는 병맛 대사가 처음부터 그를 사로잡았다. “촬영전부터 삼삼오오 모여 밥을 먹었다”는 임시완은 “가장 선배급이라 분위기를 리드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회식을 한 것 ”이라며 수줍게 웃었다.임시완이 주연을 맡은 ‘소년시대’의 인기에 쿠팡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가 지난달 사상 최다 사용자 수를 기록했다.(사진제공=쿠팡플레이)“사실 싸움 짱으로 오해를 받는 연기를 할때는 안 맞는 옷을 입은 듯 불편했어요. 한사이즈 작은 수트를 입은 느낌이랄까. 찌질이 병태의 모습은 친한 지인들도 수긍할만큼 실제 저랑 가장 닮았죠. 무언의 인정을 접할 때마다 희열을 느꼈어요.”그가 말하는 병태는 굳이 하지 말아야 될 말을 해서 ‘맞는 애’다. 임시완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물론 폭력은 용납될수 없다”고 확고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그런 미묘한 감정을 장황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병태는 우연한 사고와 비슷한 이름덕에 전학 후 인생 최고의 나날을 보낸다. 인문계와 공고의 무시를 받았던 부여농고를 사실상 르네상스로 이끌며 학생들의 추앙을 한 몸에 받는다. 춤선생인 아버지를 늘 원망했는데 박남정의 춤을 눈대중으로 따라 출만큼 딴따라 DNA로 남달라 동네 최고의 미인을 여자친구로 만든다.자신을 괴롭힌 친구들에게 맞서는 병태가 신체적, 능력적 한계를 극복하려 후반부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았다. (사진제공=쿠팡플레이)늘 장밋빛이었던 일상은 경태(이시우)의 등장으로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를 신처럼 모셨던 학우들은 다시 발톱을 드러내고 사방이 적인 상황에서 병태는 예전과 달라진 ‘한 방’을 노리면서 시청자들은 공감과 박수를 보내게 된다. “멋있는척 안해도 된, 저의 부족한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낸 작품이라 만족감이 큽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늘 선거를 해서 반장이나 부반장을 맡았는데 그런 감투 덕분에 저를 그냥 나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지금에서야 들어요. 직업적으로 환골탈태되지 않은 저는 마르고 불품없는 평범한 남자에 불과했을테니까요.”지금은 마라톤과 복싱에 빠져있지만 임시완은 “데뷔를 하지 않았다면 운동에 발도 안 들였을 성격”이라고 웃었다. ‘소년시대’는 뭘 입어도 태가 나지 않고 그저 학교만 다닌 데뷔전 임시완과 가장 흡사한 촌스러움을 응축한 작품이란다.“일단 도전을 피하지 말자는 제 의도와 가장 잘 맞는 ‘소년시대’라 늘 현장에서 즐거웠습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저를 보고 웃을 수 있다는 건 큰 영광이니까요. 앞으로 기회가 되면 코미디 장르에 더 도전하고 싶습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8 14:25 이희승 기자

[비바100] 데이비드 베컴이라는 남자! 넷플릭스 '베컴'

자신의 팀을 훈훈하게 바라보는 엔딩 장면. 그가 구단주로 있어서 창단 전부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인터 마이애미는 현재 리오넬 메시 영입 후 리그 최고 인기팀으로 부상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인터 마이애미의 골 그물망을 기꺼이 핑크로 만들 수 있는 남자.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리오넬 메시에게 베이비 핑크 유니폼을 입힐 수 있는 축구계의 전설. 그의 이름은 데이비드 베컴이다. ‘비틀즈 이후 영국이 낳은 최고의 그룹’이라 불린 스파이시 걸스의 포시와 1녀 3남을 두고 지금까지 탄탄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가장이기도 하다. 수많은 추문과 스캔들을 겪었지만 20대 초반에 만난 두 사람은 포시 앤드 벡스( Posh and Becks)라는 애칭으로, 지금은 원수가 된 브란젤리나(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커플의 원조격으로 불린 셀러브리티다.넷플릭스 다큐 '베컴'.(사진제공=넷플릭스)지난해 10월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베컴’은 한 개인사에 집중한, 가장 매끄럽고 정교한 작품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세계적인 축구 스타가 되기까지. 혜성처럼 떠오른 데이비드 베컴의 미공개 영상들과 그의 지인들이 털어놓는 숨겨진 모습이 가감없이 담겨있다. 총 4개의 에피소드에 담긴 베컴의 모습은 축구 팬이 아니더라도 매력이 넘친다.타고난 외모와 쇼맨십으로 인해 실력이 가려진 감이 없지 않지만 운동선수로서 그의 노력과 열정을 집중조명했다는 점에서 ‘베컴’은 꽤 매력적이다. 사실상 키이라 나이틀리의 영화 데뷔작인 2002년 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이라는 작품이 나올 정도로 21세기에서 베컴은 곧 축구와 동의어였다.유난히 귀여웠던 어린 시절. (사진제공=넷플릭스)축구광인 아버지에 의해 어린시절부터 맨유를 동경하며 자랐던 베컴은 늘 뒷마당에서 공만 찼다. 카메라 앞에 앉은 어머니는 “친구도 없었고 축구만 좋아하던 아이”라면서 “남편에게 엄하게 교육하지 말라고 말리곤 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노동자의 삶을 살았던 친부는 아들에게 소질이 있음을 발견하고 기꺼이 지원한다. 코너킥을 성공하고 자신이 원하는 골대에 맞추면 용돈을 주는 훈련방법은 베컴의 근면함에 날개를 달았다. 아버지는 “당시에 돈을 제법 뜯겼다”며 아들이 가진 남다른 승부근성을 슬쩍 흘린다.맨유에 전성기를 안기고 잉글랜드 축구의 부활을 이끈 알렉스 퍼거슨감독은 그에게 또 다른 부모나 다름없었다. 10대 중반의 나이에 맨유 유스에 발탁된 그는 갈고 닦은 축구실력과 미소년 이미지로 점차 승승장구한다. 당시 베컴은 주급을 받는 동료들이 은퇴를 준비하며 착실히 연금을 들때 ‘축구 외의 인생’을 가장 먼저 생각한 인물이기도 하다.늘 일하는 부모를 보고 자란 그는 “노력과 실력으로 그 희생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다큐멘터리를 통해 고백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에피소드 1과 2는 모델 같은 옷차림에 슈퍼카를 몰았던 20대 베컴의 승승장구를 집중조명한다. 수많은 브랜드들의 러브콜을 받은 그는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았고 혈기왕성한 욕구를 숨기지도 않았다. 같은 동네에서 자란 여자친구와 가정을 이뤄 최대한 오래 선수생활을 하기를 바랐던 감독은 베컴의 일탈(?)을 못마땅하게 여긴 것으로 전해진다. 아내인 빅토리아는 퍼거슨 감독과 “지금까지 긴 대화를 한 게 5번이 넘지 않는 사이”라는 걸 보면 은근한 압박이 얼마나 컸는지 가늠된다. 기량은 누구보다 뛰어나지만 경기보다 사업가기질과 스포트라이트를 즐겼던 베컴이 마냥 승승장구만 했던 건 아니다. 실제로 1998년 프랑스월드컵의 아르헨티나 전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오랜 숙적이었던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파울로 퇴장당하며 ‘국민 욕받이’로 등극했다. 그의 인형을 목 메달고 온갖 저주를 퍼 붓는 일상이 무려 1년이나 계속됐고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설이 연신 뉴스면을 장식했다.그의 미국 이적에 흡사 오스카급 레드 카펫이 펼쳐졌다는 후문이다. 베컴과 빅토리아를 제외하고 나머지 커플은 갈라선 현실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제공=넷플릭스)스페인 명문구단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 했을 때는 빅토리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유럽 축구에서는 리그로 치지도 않던 미국행 이적은 베컴의 몰락이나 다름없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그 사이 터졌던 비서와의 불륜, 수많은 여성과의 추문은 단 한순간도 보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베컴’은 베컴이 묵묵히 비난을 감수하며 자신이 속한 팀을 우승에 앉히는 기적에 집중하며 여전히 끈끈한 가족애를 강조한다.하지만 그 과정이 자화자찬이라면 질투나고 불편하겠지만 이 작품은 베컴의 초심에 집중한다. 아내와 지인조차 혀를 내두르는 사실은 남들이 욕을 해도 결코 흔들리지 않고 늘 연습에 집중하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골을 넣었다는 점이다.집에서 가족들과 먹을 식사를 준비하고 시간을 보내는게 은퇴 후 가장 큰 기쁨임을 밝히고 있는 베컴. (사진제공=넷플릭스)동료들의 시기와 텃세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비시즌에도 전세계 투어에 투입돼야 했다. 함께 리그를 뛰었던 세계적인 선수는 “일본에 가니 내 광고는 한개였는데 그는 40개더라”며 당시의 신드롬을 전했다. 구단주 역시 “베컴 이적료의 3배 이상은 벌었다”고 고백하는 걸 보니 지구상에 베컴의 인기는 분명 어마무시했다. ‘베컴’은 실제 경기를 보는 베컴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지는 경기와 억울했던 장면에서 미세하게 흔들리는 아름다운 눈동자는 축구팬이 아니더라고 울컥할 정도로 드라마틱하다. ‘베컴’은 베컴의 유명세에 밀리지 않는 인기를 누리는가 하면 그의 일년 수입과 버금가는 매출을 기록 중인 패션 사업가로 사는 아내, 네 아이와의 일상으로 끝을 맺는다.“아이들이 너무 착해요. 이런 말 뭐하지만 늘 외국리그를 전전했지만 잘 커줬어요. 게다가 늘 내 편이 되어준 빅토리아는 나의 소울메이트죠.”이보다 완벽한 현생이 있을까.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7 18:30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과학과 미신 사이, 영화 '파묘'에 쏠린 '눈'

배우 최민식(왼쪽부터), 김고은, 유해진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영화 ‘파묘’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무려 최민식과 유해진, 게다가 김고은의 조합이다. 17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서울 LL층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영화 ‘파묘’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도현은 군 복무로 인해 불참했다. 영화 ‘검은 사제들’ ‘사바하’로 한국식 오컬트 장르의 새바람을 몰고 온 장재현 감독의 작품으로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린다.이날 장 감독은 “그동안 보여드린 것과는 전혀 다른 장르”라면서 “오컬트라기 보다는 인간의 보이지 않은 내면을 다뤘다. 무섭지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극 중 40년 경력 풍수사 상덕으로 변신한 최민식은 “땅을 대하는 태도와 자기 나름의 가치관이 명확한 인물이라 끌렸다”고 말했다.김고은은 무당 ‘화림’으로 변신했다. ‘사바하’ 뒤풀이 현장에서 스치듯 만난 김고은을 보고 시나리오를 홀리듯 써내려갔다는 후문. 절친인 박정민이 전화를 걸어 특별히 부탁할 정도로 남다른 인연이 닿은 작품이다.장재현 감독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영화 ‘파묘’ 제작발표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에 김고은은 “젊지만 인정받는 무당이라 경문을 외우고 굿을 하는 연기가 어설프면 안됐다. 강박이 컸다”고 마음고생을 토로했다. 그 모습을 본 최민식은 “이러다 돗자리 까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하더라. 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라고 치켜세웠다.유해진은 대통령의 염을 맡을 정도로 베테랑인 장의사 영근으로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국내 최고 장의사에게 유골을 수습하는 방법 등을 배워 현장에 왔다는 그는 “참 묘하다고 생각한 작업이었다. 가편집본을 봤는데 어디서 보지 못했던 미장센을 담아냈더라”며 감독의 연출을 극찬했다.장재현 감독은 실제 장의사와 함께 일하며 파묘와 이장의 현장을 발로 뛰며 철저한 사전 조사로 ‘파묘’를 완성했다고 알려진다. 과학과 미신의 경계에 서 있는 ‘파묘’는 오는 2월 국내 관객과 만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7 14:18 이희승 기자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최고의 해… 에미상까지 장악

(연합)넷플릭스 ‘성난 사람들’(BEEF)이 결국 에미상까지 장악했다. ‘방송의 오스카’로 불리는 미 방송계 최고 권위의 에미상 시상식이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피콕 극장에서 75번째로 진행됐다. 당초 지난해 9월 18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할리우드 파업의 영향으로 연기됐다. 스티븐 연은 1TV미니시리즈·영화(A Limited Or Anthology Series Or Movie) 분야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앞서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까지 올 들어 벌써 세 번째 수상이다. ‘성난 사람들’은 로드레이지(도로 위의 난폭 행동)로 얽히게 된 두 남녀의 복수극으로 아시아 이민자들의 삶을 통해 미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합)이날 이성진 감독은 감독상, 작가상에 이어 작품상까지 받았다. 실제로 겪었던 추격전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이정진 감독이 극본은 물론 연출과 제작까지 맡아 현대인의 분노를 현실적으로 세밀하게 그려내 호평을 얻기도 했다. 감독·작가상, 작품상, 스티븐 연의 남우주연상 그리고 여자 주인공 앨리 윙의 여우주연상 등 ‘성난 사람들’은 8관왕이 됐다. 무대에 오른 이성진 감독은 “처음 LA에 왔을 때 제 은행 통장은 마이너스였다”면서 “제가 1달러를 저금하러 은행에 갔더니 ‘1달러를 저금하는 거냐’고 물어보더라. 당시만 해도 에미상을 받을 줄 전혀 몰랐다. 이 자리에 서보니 정말 위대한 사람들과 함께 했다는 걸 다시 한번 체감한다”는 소감을 남겼다.텔레비전 예술 과학 아카데미(ATAS)가 주최하는 에미상과 한국의 인연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시작됐다. 한국 콘텐트 최초로 지난 2022년 에미상에서 연출상(황동혁 감독), 남우주연상(이정재), 여우 게스트상(이유미), 미술상, 특수시각효과상, 스턴트 퍼포먼스상을 받았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6 13:47 이희승 기자

[비바100] 폐광촌으로 흘러온 난민을 바라보는 토박이들의 싸늘함… 과연 영국만의 이야기일까?

영화의 결정적인 주제를 함축한 한컷의 사진.“함께 먹으면 더 강해진다”는 광부 아내들의 강인함을 보고 폐광촌 사람들은 다시 희망의 불씨를 일군다. (사진제공=㈜영화사 진진)곧 아흔을 바라보는 영국의 거장 켄 로치 감독 영화는 늘 날카롭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2회 및 심사위원상 3회 석권에 빛나는 그는 조국의 빛나는 성취보다 국가의 이념, 시스템 사이에서 희생되는 개인의 삶을 비춘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는 현대사회의 복지 사각 지대에 갇힌 사람들을, ‘미안해요. 리키’는 임시 계약직 채용을 추구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에 희생된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담아내 큰 울림을 자아냈다.17일 개봉하는 ‘나의 올드 오크’는 한때 영국 산업을 이끌었던 광부들의 삶에 집중한다. 지금은 폐광촌이 된 북동부 한 마을에 시리아 난민들이 이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40년 전 광산이 문을 닫기 전까지 이 곳은 활기차고 사람들이 북적였다. 광부 아버지를 둔 아이들은 행여라도 갱도가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나질 않기를 바라는 엄마들의 기도를 듣고 자랐다.발 딛을 팀이 없었던 탄광촌의 술집은 이제 간판을 수리할 돈이 없을 정도로 궁핍하다. (사진제공=㈜영화사 진진)하지만 더 무서운 일은 정부보다 노조가 강했던 제조업 중심 사업이 서비스업으로 바뀌면서 일어났다. 석유 사용이 점차 늘면서 1980년대부터 전국 260여곳의 탄광이 절반으로 줄었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궐기했으나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다. 사람들이 점차 도시로 떠나고 빈집이 늘면서 도시 외곽의 빈민들이 저렴한 집세를 찾아 몰려들었다. 이웃의 정은 사라진 지 오래. 그나마 그들조차 마을을 떠나고 인구수가 줄어들며 교회는 사라지고 학교는 문을 닫았다. 영국 정부는 방치된 집을 저렴하게 임대해 가족을 잃고 고문을 피해 국경을 건넌 난민들을 위해 개방했다.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옳은 결정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였다. ‘나의 올드 오크’의 오프닝은 사운드는 그대로 남기고 몇장의 사진을 배치하며 당시 영국 국민들이 가졌던 반감을 고스란히 담는다.버스를 타고 폐광촌에 도착한 이들은 지역주민들의 날선 반응에 잔뜩 얼어붙는다. 사람들은 야유를 퍼붓고 죄인 취급을 하며 조롱한다. 하나같이 “왜 하필 우리 동네에 두건을 쓴 무리들을 보냈느냐?”고 분노를 표출한다. 가족들과 함께 짐을 내리던 야라(에블리 마리)는 동네 취객에게 전쟁으로 헤어진 아버지에게 받은 카메라를 빼앗기고 만다. 바닥에 내동댕이 쳐 깨진 렌즈를 본 탄광촌 선술집 ‘올드 오크’의 주인 TJ(데이브 터너)는 중재를 하려다 되려 지인들의 비아냥을 듣는다.단골 친구들이 아니면 ‘올드 오크’의 운영도 힘들어진다. “줄 잘 서라”며 TJ에게 마지막 경고를 날리는 지인들의 이기적인 행동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사진제공=㈜영화사 진진)‘나의 올드 오크’에서 켄 로치 감독은 “난민들이 영국 외곽에 이주하기 시작한 건 채 10년이 되지 않았다”면서 “나눌 것이라곤 절망밖에 없는 두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까에 대한 질문을 다루고 싶었다”고 말한다. 사실 토박이들의 삶도 녹록치 않다. 늘 주류에게 차별받고 혜택에서 소외되는 일상이었다. 세금을 낸 건 자신들이지만 되려 난민들이 지원받는 식량과 전국에서 몰리는 기부품목이 풍족한 아이러니를 목격하게 된다.TJ는 친구들의 푸념과 욕을 들으며 펍을 운영하고 이들은 “유일하게 우리가 쉴 수 있는 공간”이라며 난민들과 공유하기를 꺼린다. 하지만 야라의 카메라를 고쳐주는 과정에서 시리아 정부의 잔인함과 그들이 겪은 수난을 알게된 TJ는 알게모르게 곁을 내준다. 자신들이 폐광촌에서 인생을 보낼지 몰랐던 것처럼 이들 역시 죄없이 전쟁의 희생양이 된 것 뿐이었다. 난민들이 오기 훨씬 전부터 동네는 쓰레기와 악취, 사회적 제도에서 벗어난 사람들로 몸살을 겪고 있었지만 자신보다 약자인 존재가 등장하자 모든 원망을 덧씌우며 분노의 화살을 돌린다.야라 역시 선진국이라 여겼던 영국에서 가난이 익숙한, 그리고 법의 보호에서 벗어난 약자들을 목도한다. 아이들은 제대로 된 끼니조차 챙겨먹지 못한 채 직업을 구하지 못한 부모들에게 방치되며 자라고 있었다. 10대가 된 몇몇은 약물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가족은 붕괴되고 사회는 점차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의 올드오크’의 한 장면. 기꺼이 음식을 나누며 토박이들과 난민들은 서로의 아픔을 치유한다. 감독은 현지 주민들을 캐스팅해 사실성을 더했다는 후문이다. (사진제공=㈜영화사 진진)흐릿한 희망은 과거 노조투쟁을 경험했던 TJ와 야랴가 ‘한끼 식당’을 내면서 불이 붙는다. 가스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던 부엌 ‘올드 오크’ 주방 한켠에 기부받은 음식으로 일주일에 한 두번 함께 식사를 하는 이벤트를 열며 간만에 동네에 활기가 돈다. 국적도 언어도 다른 사람들이 각자가 가진 재능으로 가게를 고치고 한줌의 식량을 기꺼이 내어놓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않는다. 적과 친구는 늘 가까이에 있는 법. ‘나의 올드 오크’의 절망은 가까운 지인들의 시기에서 시작된 비극이었다. 식당이 하루만에 문을 닫자 TJ는 울음을 터트리지만 맛있게 그 음식을 먹었던 어린 소녀의 반응은 되려 덤덤하다. “그럴 줄 알았어요. 좋은 것은 늘 금방 사라지거든요.” 너무 빨리 현실의 맛을 알아버린 그 대사는 우리 모두의 공감으로 귀결된다. 이들은 과연 화해하고 연대할 수 있을 것인지 ‘나의 올드 오크’가 보여주는 희망의 끝은 차오르는 눈물이 한 가득이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5 18:00 이희승 기자

故 이선균 사건 기자회견, 봉준호 감독 "경찰 이선균 수사 적법했나 밝혀달라" 촉구

성명서 읽는 봉준호 감독.(연합)봉준호 감독과 김의성 배우 등이 속한 문화예술인연대회의가 1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문화예술인연대회의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을 발표했다. 영화 ‘기생충’ 등으로 이선균과 호흡한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의성, 가수 윤종신, 이원태 감독이 돌아가며 성명을 읽었다. 성명서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배우 송강호 등 영화계 종사자 2000여 명이 뜻을 모아 만들어졌다.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선균 사건 관련 수사당국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보도 윤리에 어긋난 기사 삭제, 문화예술인 인권 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개정 등을 밝혔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고 이선균 배우의 피의 사실이 언론에 최초 노출된 시점부터 2개월 동안 경찰의 수사 보안에 문제가 없었는지 진상 규명해달라”고 강조하면서 “이선균이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음에도 수사 과정에 나온 여러 보도 역시 적법한 범위 내에서 취재된 것이 맞는지 특히 KBS 보도는 어떻게 정보가 누출됐는지 밝혀달라”고 말했다.또 “고인의 경찰 출석 정보를 공개해 고인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게 적법한지 명확히 밝혀 달라”며 “그래야 제2, 제3의 희생자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성명을 발표한 문화예술인연대회의에는 한국 영화감독조합과 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 방송연기자노동조합 등 20여 개 대중문화예술단체가 참여했다. 한편 이선균은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10월부터 경찰 수사를 받다가 지난달 27일 서울시 종로구 한 공원 인근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2 12:15 이희승 기자

['다'리뷰] 실화는 웃픈데 영화는 너무 웃겨!

배우 라미란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시민덕희’ 언론시사회에서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이 기사엔 스포일러가 연상되는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아줌마가 젤 빨랐어요. 관련서류나 필요한 것 모두. 1시간 내로요.”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보이스피싱으로 내 전재산을 뺏은 조직원이 다시 연락을 해왔다. 사실 자신도 범죄소굴에 잡혀(?)있고, 이용당하고 있으니 구해달라는 것이다. 꼬리 자르기로 늘 증거없이 도망가는 보이스 피싱 집단은 사실 국제적인 골치거리. 총잭의 얼굴을 본 사람도 적고 그나마 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모르는게 이들의 수법이다.알고보니 고소득 해외아르바이트를 위해 타지로 건너온 젊은이들이 범죄자들에 의해 핸드폰과 여권을 뺏긴 채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었다. 덕희(라미란)는 그런 송대리(공명)에게 사채까지 써가며 급전을 빌려 한줄기 빛 같은 대출을 희망했고 결국 희생양이 됐다. 그의 사건을 접한 형사(박병은)은 혀부터 찬다.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8번이나 돈을 요구하는데 덕희는 그걸 충실하게(?)보낸 호구였다.“아니, 의심도 안했어요?”라는 말에 덕희는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다. 영화 ‘시민덕희’는 경기도 화성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거래은행의 담당 대리라고 속인 가해자는 얼마 뒤 “살려달라”고 구조요청을 보내왔고 피해자였던 한 시민이 적극적으로 이를 도왔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포상금 지급도 미루고, 구체적인 정보를 의심했으며 사건 해결이 된 것도 알리지 않았다. 결국 언론의 보도가 시작된 후에야 “포상금 지급에 기한은 없다”며 총 1억 원의 상금중 100만원을 보내는 것으로 끝냈다고 전해진다.‘시민덕희’는 실화에 기초하나 개인의 정의로움을 배우 라미란에게 오롯이 맡긴다. 지방의 한 세탁공장에서 일하는 싱글맘이자 동료들에게 늘 신임을 얻는 그는 화재로 인해 모든걸 잃은 사람이다. 은행 대출이라도 받아 급한 불이라고 끄려고 했지만 그나마 조건이 안된단다.자신의 처지를 알고 연락해 온 손대리는 자신의 은행 신분증으로 안심을 시키고 누가봐도 합법적으로 보이는 서류 작성을 요구한다. 등본도 수수료도 좀더 나은 조건의 통장발급까지 대한민국 은행이 이렇게 친절할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쨌거나 전재산인 3200만원이 중국 어딘가로 사라진걸 알고 덕희는 좌절하지만 이제는 “살려달라”고 온 전화를 간과하지 않는다. ‘춘화루’.영타를 한글화 하면 극중 가해자이자 피해자, 제보자인 손대리가 제보한 식당이 나온다. 실제 국내에서 잡힌 총책은 거액의 합의금을 제시하며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는 후문. (사진제공=쇼박스)“범죄가 일어난 곳의 주소가 있어야 사건이 접수된다”는 대한민국 형사를 대신해 직접 칭따오로 날아간다. 영화는 동료 중국인인 봉림(염혜란)과 현지에서 택시를 모는 동생 애림(안은진), 뭐든 같이 하고보는 숙자(장윤주)를 통해 간만에 스크린 가득 걸크러시를 내뿜는다. 이들의 연대는 다소 촌스럽고 때론 주책맞다. 하지만 극중 대부분의 남성 캐릭터가 사악하고 무능한, 찌질함을 담당하기에 더욱 빛난다. 한국과 중국 공조로 덮치려던 조직은 이미 뒷돈을 받아온 공안에 의해 청소가 된 상황. 보이스피싱 사건을 마약계로 넘기는 대목에선 현지의 부정부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된다. ‘시민덕희’의 무서운 점은 다큐멘터리로 비춰질 법한 진지감을 가볍게 건들인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총책의 얼굴을 본 손대리의 동료(이주승)는 흡사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급 몽타주로 웃음폭탄을 날리고, 깜짝 등장하는 이무생의 살기는 화면을 뚫을듯이 날카롭다. 무엇보다 해외 취업의 미끼, 간단한 해킹으로 털리는 개인 정보, 그로 인한 여러 범죄 모의등을 빠르게 훑고 지나가지만 묵직함은 남는다.박영주 감독은 11일 영회 시사회 직후 “보이스피싱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를 하기로 결정하고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 피해자들의 자책감”이라면서 “때문에 피해자가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과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잘 그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라미란 역시 “너무 평범하지만 용감하고 강단있는 인물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망설임 없이 선택했던 작품이었다. 어떤 용기로 벼랑 끝 상황에서 헤쳐 나갔는지 응원하는 마음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24일 개봉.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2 12:05 이희승 기자

[비바100] 영화 '외계+인'1부 다시보기 열풍!

괴랄한 수작인가 비운의 망작인가. 영화 ‘외계+인’ 1부는 누적관객수 154만명을 모으며 쓸쓸히 OTT로 사라졌다. 외계인 죄수들이 지구를 침공하고 이를 막으려다 고려시대에 불시착한 인간 소녀 이안(김태리), 외계 로봇(김우빈)이 도사 무륵(류준열), 두 신선(염정아·조우진) 등과 뒤얽히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지난 2022년 개봉한 ‘외계+인’ 1부는 최동훈 감독 신작으로 주목받았다. 제작비 360억원, 손익분기점 관객 73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최 감독에게 사실상 첫 고배를 안긴 셈이다.영화 ‘외계+인1부’ 속 다양한 장면. 9일 기준 ‘외계+인’ 1부는 티빙의 ‘실시간 인기 영화’ 1위, 넷플릭스의 ‘오늘 대한민국의 톱10 영화’ 4위에 안착했다. (사진제공=CJ ENM)한국 영화 사상 최장 프로덕션 기간인 387일을 거친 ‘외계+인’ 시리즈는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지난 10일 마지막 퍼즐을 공개했다. 극 중 지구의 대기를 외계인들이 살기에 적합하게 만드는 ‘하바’는 터지는 순간 모든 인간들을 죽게 만드는 독성 물질이다. 우주선에 가득찬 하바가 폭발하기까지 남은 시간 단 48분. 마침내 시간의 문을 열고 돌아온 이들의 활약이 스크린 가득 펼쳐진다.1부의 재미는 대부분 김우빈의 몫이다. 액션과 멋짐, 코믹함까지 아우르는 명연기로 암투병 중인 자신을 기다려준 감독의 기대감을 증명했다. (사진제공=CJ ENM)‘외계+인’ 2부는 1부에서 뿌렸던 떡밥들이 완전히 회수된다. 이안과 무륵의 인연, 정체가 모호했던 수사관 민개인(이하늬)과 두 신선의 연관성, 인간의 몸속에 갇힌 외계인 죄수들을 탈출시키려는 악당 자장(김의성)이 끝까지 병든 노인의 몸에 남아있던 이유까지 엉킨 실타래가 확실히 풀린다. 여기에 신검의 능력을 이용해 눈을 뜨려는 맹인 검객 능파(진선규)까지 새롭게 가세해 재미를 더한다.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던 ‘외계+인’1부의 IMAX 독려 포스터. (사진제공=CJ ENM)최동훈 감독은 1부의 실패를 맛 본 뒤 촬영분을 약 150번 가량 돌려봤다. 2부의 경우 무려 52번의 수정 과정을 거쳤다고 전해진다. 지난 3일 언론 시사회에서 그는 “관객분들께 초대장을 쓴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는 영화 ‘도둑들’과 ‘암살’로 ‘쌍천만 감독’에 등극하며 늘 ‘최동훈 월드’에 걸맞는 특유의 익살과 재치, 반전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을 스크린에 수 놓았다. 한국영화 사상 쌍천만 흥행을 일군 감독은 최동훈 외에 봉준호, 김용화, 윤제균 감독까지 단 4명 뿐이다.2부 포스터는 모든 비밀이 풀리는 영화의 엔딩을 극명하게 담고 있다. (사진제공=CJ ENM)‘외계+인’ 시리즈를 처음 떠올린 6년 전 그리고 모든 완성작을 내 놓은 지금까지 아내이자 영화 제작사인 케이퍼 필름의 안수현 대표의 말은 최동훈 감독을 정의하는 한 줄이다. “눈 뜨면서 영화이야기를 하고 자기 직전까지 영화를 보다 자는 사람”이다.팬데믹이란 특수한 시기를 겪었으나 애초 ‘외계+인’이 가진 거대함은 약 4시간 분량의 가편집본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1부와 2부로 개봉하는 것이 작품이 가진 서사와 재미를 온전히 살릴 수 있었다. 영화 ‘신과함께’라는 성공적인 케이스가 있었고 참여하는 배우들의 캐스팅보드만 보더라도 실패할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 그렇다면 1부는 무슨 이유로 그렇게 초라하게 퇴장해야 했을까. 충무로 최고의 흥행 타율을 보여줬던 최동훈 감독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가장 큰 이유다.극 중 부부로 나왔다면 매력이 더했을 두 신선의 모습. 무기로 쓰는 옛스런 물건들이 1부의 재미를 톡톡히 했다. (사진제공=CJ ENM)푸른 유리구슬 같은 지구가 사실은 외계인 죄수를 보내는 우주 변방이란 설정은 신선하지만 그들을 관리하는 로봇과 타임리스가 가능한 썬더의 존재는 지극히 SF스럽다. ‘외계+인’1부는 한국영화에서 쉽게 보지못한 CG를 구현해 관객들을 유혹하지만 이미 수많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길들여진 관객들의 입맛까지는 만족 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그 안에 펼쳐진 뜨끈한 국밥 같은 한국인의 정은 여전하다. “인간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프로그래밍된 설정에서 벗어나 시간대를 거슬러 구한 핏덩이 아기를 현대에서 키우며 그저 차가운 기계였던 그들의 일상은 변한다. 늙지 않는 로봇 아빠와 변신에 능한 썬더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이안은 점차 호기심이 왕성해진다.우주선이 지나가는 구도를 위해 가장 층고가 높은 지하 주차장을 섭외하며 사실감을 더한 1부의 한 장면. (사진제공=CJ ENM)지구에서 탈출하려는 외계인 죄수들에 의해 2022년의 시공간은 쑥대밭이 되고 세 사람은 고려시대로 돌아간다. 그곳은 얼치기 도사와 신선이 판 치는 곳. 고양이면서 인간인 우왕(신정근)과 좌왕(이시훈)은 무륵이와 함께 현상금이 걸린 도둑들을 잡는 게 일상이다. 양복을 입고 천둥(총)을 쏘는 현대인들의 출연으로 과거 시대의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외계+인’1부는 시간과 공계를 넘어선 주인공들의 액션과 코미디를 너무 과하게 오간 면이 없지 않다. 단순히 요약하자면 이 영화의 핵심은 인간 세계에 사는 외계인들의 대립인데 그 안에 뒤엉킨 인연이 한 가득이다.명랑하며 인간적인 썬더의 목소리는 배우 김대명이 맡았다. (사진제공=CJ ENM)하지만 배우들의 열연이 그 실타래를 느슨하게 메꾼다. 로맨스는 1도 없이 각자의 능력만을 과시하는 신선 청운과 흑설을 연기하는 조우진과 염정아의 익살이 그 정점이다. 귀가 멀고 말을 할 수 없는 노파로 극의 빌런인 자장의 비밀을 알고 있는 김해숙, 병원의 환자였다가 양복을 입고 살인귀가 되어 시대를 거스르며 악의 기운을 내뿜는 살인귀 지건우는 짧은 분량에도 잊지못할 열연을 펼친다. 무협사극와 SF를 관통하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친절한 설명이 되려 1부를 망친 결과물이 되어 버렸다. 설명을 따라가며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질 즈음 쿠키영상을 던지며 2부를 기다려 달라며 끝나기 때문이다.촬영장에서 가장 빛나는 건 배우들보다 최동훈 감독이 아닐까.(사진제공=CJ ENM)뭔가 확실한 결말을 바랐거나 참을성이 없는 관객들이 부아가 치민 건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 하지만 OTT의 반응은 달랐다. 웨이브, 넷플릭스, 티빙, 왓챠 등 각종 OTT 플랫폼에서 ‘외계+인’ 1부가 시청 1위를 기록하며 ‘의외로 재미있던데?’라는 반응이 쏟아진 것. 2부 공개를 앞두고 다시보기를 한 안방관객들이 과연 극장행을 결정지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최동훈 감독의 영화 ‘타짜’ 속 아귀(김윤석)의 말을 인용해야 할 것 같다. 1부 보다 더 잘될 것이라는 사실에 “내 돈 모두하고 내 손모가지를 건다”라는 명대사를.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0 18:30 이희승 기자

[기자수첩] '성난 사람들' 골든글로브의 의미

이희승 문화부 부장한국에서 태어나 건너간 미국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는 동안 그 누구도 자신의 한글이름을 정확히 발음하지 못했다. ‘이성진’이라는 한국 이름이 싫어 숙제를 제출하며 적어낸 ‘소니’가 한때 그의 애칭이자 별명이 됐다. 성인이 된 후 2019년 ‘기생충’이 화제작으로 떠오르자 아무도 봉준호 감독의 이름을 헷갈리거나 발음을 실수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좋은 작품을 만들어 세상에 내 놓겠다는 야심(?)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성진 감독의 ‘성난 사람들’은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 미니시리즈, 영화 부문(Limited Series, Anthology Series, or a Motion Picture Made for Television) 작품상을 받았다. 한국계 미국인 스티븐 연은 남우주연상을, 베트남 혈통의 앨리 웡은 여우주연상을 각각 거머쥐었다. 특히 스티븐 연은 이번 작품으로 개인으로서는 물론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어 화제의 중심에 섰다.‘성난 사람들’의 시작은 많이 알려졌다시피 감독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했다. 그는 국내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몇 년 전 녹색 신호등이 바뀐 사실을 모르던 나에게 뒤에 있던  흰색 BMW가 쉬지 않고 경적을 울렸다”면서  “운전자인 백인 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난폭운전을 시작해 나도 그를 따라 잡으려고 했다”고 살벌했던 추격전을 밝힌 바 있다. ‘성난 사람들’은 모든 게 절망적인 한국계 노동자 대니 조(스티븐 연)가 마트에서 후진 중 강하게 경적을 울리며 조롱하는 벤츠 SUV 운전자(앨리 웡)의 도발로 도로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에서 시작한다.SNS로 박제된 그날의 상황은 두 사람을 원수 사이로 만들고 극적인 상황에 몰리면서 현대인의 억눌린 분노와 우울, 자괴감을 설득력있게 묘사해 큰 인기를 모았다. 할리우드에서 작가 겸 감독으로 활동해온 이성진 감독은 이날 무대에 올라 “작품에 영감을 준 난폭운전자에게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경적을 울리고 소리지르며 영감을 주시길 바란다”는 뼈있는 말로 큰 박수를 받았다. 이민자로 이뤄진 나라임에도 여전히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사회 곳곳의 차별에 경종을 울리는 이성진 감독의 위트 넘치는 소감에 건배. 이희승 문화부 부장 press512@viva100.com

2024-01-10 14:24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프로 일침러' 윤여정, "개 취급 받았던 전우애로 '도그데이즈' 출연"

김덕민 감독을 현장에서 그냥 이름을 불렀다는 윤여정은 “준비가 된 감독이었다”는 말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연합)“개 취급 당한 전우애로 출연했다.” 배우 운여정의 촌철살인이 또 탄생했다. 10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도그데이즈’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도그데이즈’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린 영화로 윤여정은 까칠한 성격의 세계적인 건축가 역할을 맡았다. 이날 윤여정은 “김덕민 감독이 어떤 대단한 역량이 있어 선택한 건 아니다“고 말문을 열며 ”그가 조감독이었던 시절 같이 개 취급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내가 점쟁이가 아니라 믿음은 없어도 어떤 전우애가 생겼다“고 밝혔다. 배우 윤여정이 1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점에서 열린 영화 ‘도그데이즈’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그때의 고난(?)을 겪으며 감독으로 입봉하면 그 영화에 꼭 출연하겠단 약속을 지킨 것.  이날 윤여정은 “영화 현장은 평화롭지 않고 치열하다. 제 시간에 찍어야 해서 감독도 예민하고, 배우들도 그렇다”면서 “감독 중에 짜증나게 하는 사람도 많다. 솔직히 준비 안 하는 감독들 너무 싫다”며 일침을 가했다.그는 과거 故김기영 감독에게 “내 말을 유일하게 알아듣는 배우”라는 극찬을 받은 바.이후 ‘찬실이는 복도 많지’, ‘미나리’등 연기로 생업을 잇지 않아도 되는 시기부터 ‘사람’만 보고 출연하며 되려 그런 확고함이 대중의 귀감이 되고 있다. 윤여정은 “하지만 감독 욕을 하고 다닌다고 소문나면 다른 감독들이 날 쓰겠나?”라고 셀프디스를 하며 “덕민이는 준비가 다 되어 있더라”며 칭찬을 이어갔다. 이날 오랜 연기 생활에서도 강아지와 함께한 건 처음이라는 윤여정은 “다른 개들은 몰라도 우리 완다는 말을 안 들어 오래 기다려야 했다”며 특유의 돌직구 발언을 이어갔다. ‘도그데이즈’는 오는 2월 7일 설 극장가를 공략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0 12:35 이희승 기자

[人더컬처] 생 로랑은 왜 이무생을 앰버서더로 계약하지 않는가...얼마나 더 연기에 美쳐야?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 직전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무생.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배우 이무생의 광기는 어디서 오는걸까. 손익분기점인 720만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노량: 죽음의 바다’로 만난 그에게 극중 고니시의 모습은 당연하게도 아예 없었다. 무게만 30kg이 넘었다는 갑옷을 벗고 현장에 나타난 그는 곧 바뀔 계절을 예약한듯 연노란색 맨투맨 차림이었다. 역사적으로 그가 맡은 왜군은 7년의 전쟁동안 이순신의 용맹을 가장 근간에서 본 인물이다. 조선 침략군의 총사령관이자 선봉장으로 가장 먼저 조선에 상륙해 부산성전투, 동래성전투, 탄금대전투, 한양 점령, 그리고 평양까지 점령하며 이순신 조차 “만만치 않은 인물”로 평가했다고 전해진다.“언론 시사회때 동료 선후배들과 처음 완성작을 봤어요. 다시 어린 아이로 돌아간듯 이순신 장군님을 추앙하게 되더라고요. 부끄럽지만 제 출연장면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분장에만 3시간이 걸린, 눈썹을 한 올 한 올 더해야 했던 고난의 시간이었는데 그 덕분이었는지 경거망동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대처해야만 했던 고니시로 완벽하게 살 수 있었죠.”‘노량’은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김한민 감독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사진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노량’에서 그가 맡은 고니시는 표독함과 독기보다 외로움이 가득하다. 그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을 알고 이 전쟁이 곧 끝날것이라는걸 직감한다.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고 일본으로 돌아가 주군의 어린 아들을 지키는게 삶의 목표가 된다. 하지만 자신의 군대를 사실상 포위하고 있는 이순신과 명나라의 함대가 여간 깐깐한게 아니다. 이순신 장군이 당시 조선의 수장이었던것처럼 고니시 역시 왜군의 리더였다. 사심과 욕심을 버려야 부하들과 살아서 갈 수 있었다. 돌아가도 또 누군가에 의해서 할복을 강요당할지도 모르는 야만의 시대임을 그는 직감으로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고니시는 명나라 장군에게 부하를 시켜 뇌물을 바치며 살길을 열어달라 간청한다.이무생은 ‘노량’에 대해 “한 번 보면 아쉬워서 한 번 더 보게되는 N차 관람을 부르는 영화”라고 정의하는 모습이었다. (사진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의 포문을 여는 역할이라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게다가 대사 자체가 일본어중에서도 고어에 가까워서 머리가 아닌 입으로 기억하는 언어로 만드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일본어 선생님이 남,여 두 분이셨는데 그 분들 조차 쉽지 않은 말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성별이 다른 분들의 대사톤을 참고해 고니시 캐릭터를 구축했고요.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남들보다 역사를 좋아했고, 어렸을때부터도 유독 이순신 장군을 따라 큰 칼을 옆에 차고 싸우면서 자랐다. 배우가 되고서도 극장에서 만난 ‘이순신 장군’1부와 2부를 보며 막연하게 나마 작은 역할이라도 출연하는 꿈을 꿨다. 그렇게 기적같이 김한민 감독의 러브콜을 받자 이제는 두려움이 온 몸을 감쌌다.이무생은 “역사적으로 고니시는 이성적이고 화를 잘 안 냈다고 하더라. 동요하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섰다”면서 “그런데 해전을 다루면서 물이 한 방울 없는 현장에 가니 더욱 막막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게다가 노량해전은 이순신 장군이 눈을 감은 전투기도 하지만 조선과 왜 그리고 명나라까지 합류해 약 1000여척이 싸운 역사적 해전이다. 뿐만 아니라 임진왜란 7년 전쟁 중 유일한 야간전이었다.최근 재미로 해 본 MBTI가 ENFP가 나왔다는 이무생. 그는 “집에서도 아무것도 안 하고 표현도 잘 안하는 편이라 카메라에서 감정을 다 표출하는것 같다”고 했다. (사진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평창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곳인데 큰 배 세 척이 모두 들어가 있더라고요. 배우로서 쉽게 경험해보지 못할 거대하고 신나는 경험이었고요. IT신기술인 워터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휴먼등이 사용됐는데 제작진들이 래퍼런스 영상을 잔뜩 보여주셔서 저는 되려 강풍기만 잘 버티면 되는거였어요.(웃음)”이무생의 명품 연기는 ‘생 로랑’의 브랜드와 함께 신조어를 낳을 만큼 대중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앰버서더(홍보대사)제의는 없었냐고 묻자 “왔으면 벌 써 왔을 것”이라면서 “감히 ‘이무생로랑’이라고 불리는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미소지었다. 최근 이영애와 함께 찍은 tvN 토일드라마 ‘마에스트라’로 또다시 여심을 저격하는것에 대해선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인간 이무생과 비슷한 캐릭터는 단 하나도 없다고 단언합니다. 작품의 매력을 최대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연기를 통해 평소에 못한 텐션을 터트리는거죠. 연기는 나 좋자고 하는 일입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일을 보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큰 원동력을 얻죠. 늘 경거망동 하지 않고 무성할 무(茂), 살 생 (生)이라고 지어주신 부모님의 뜻에 따라 무성하게 우거진 삶을 살겠습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1-10 11:38 이희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