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승 기자

생활경제부 기자

press512@viva100.com

[비바100] 봄비 오는 날 꼭 봐야하는 영화를 꼽자면!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액자식 구성으로 영화 속 촬영장면을 넣은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한 장면.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유복한 집안에 재즈와 영화를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 아이비리그가 주는 압박이 싫어 적당히 부자에다 수준도 높은 대학교로 편입해 캠퍼스 생활을 즐기고 있다.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개츠비(티모시 샬라메)는 자신과 취향이 같은 완벽한 여자친구 애슐리(엘르 패닝)를 만나는 게 유일한 낙이다. 미국에서 알아주는 은행장 딸이지만 순진하기 그지없는 그와는 영화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사랑에 빠졌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두 사람 사이는 학교 신문 취재로 뉴욕에 가면서 미묘한 균열이 인다. 개츠비의 고향이기도 한 그 곳은 세계의 메트로폴리탄이자 모두가 동경하는 곳. 하지만 애슐리는 뭔가 익숙하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띤 남자친구의 표정을 살필 눈치는 없다.누가 봐도 세련된 프레피룩의 전형을 보여주는 티모시 샬라메는 개봉직전 감독 논란에 다른 출연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출연료를 기부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뉴욕에 가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원래는 친구가 가기로 했던 유명 감독이자 학교 선배인 폴라드(리브 슈나이더) 인터뷰가 담당자의 풍토병으로 인해 취소될 위기에 처한 것.대타지만 감독의 골수팬인 애슐리는 취재를 핑계로 연인인 개츠비의 고향에서 오붓한(?) 데이트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기로 한다.   결론만 말하자면 핑크빛으로 시작한 영화는 축축하고 현실적인 마무리를 향해 치닫는다. 성장통을 겪은 어린 연인들의 아픔을 딛고. 마침 뉴욕에는 봄비가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시기다. 길가만 걸으면 자신의 흑역사를 아는 동창들이 그야말로 득실거리고 있다. 그들에게 개츠비는 고향을 떠나 성공대로인 아이비리그를 박차고 낭만을 찾아 떠난 히피적인 존재다. 부자 아버지와 우아한 어머니 그리고 곧 집안좋은 형수와 결혼을 앞둔 형을 기꺼이 등진다. 이 지점에서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우디 앨런 감독 작품답게 수다스럽고 온갖 푸념과 각종 에피소드들이 넘쳐난다. 유독 뉴요커의 일상에 재즈의 자유분방함과 주인공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도시적으로 녹여내기로 유명한 감독은 20대의 방황하는 감정을 핀셋으로 정확히 집어낸다.화면이 바뀌어 길에서 동창을 만난 개츠비는 억지로 영화 촬영장에 끌려간다. 대사 없는 역할로 졸업영화의 대타로 출연하러 갔더니 전 여친의 귀엽고 수줍었던 여동생 챈(셀레나 고메즈)이 주인공이다. 자신의 집안과 친했던지라 어렸을 때부터 봐 왔던 두 사람은 흡사 남매 사이인데 첫 촬영부터 키스신을 찍으란다.세월이 흘러서인지 챈은 애슐리와의 관계를 제법 촌철살인으로 짚어낸다. 연인의 존재를 밝히는 언니의 전 연인이자 짝사랑했던 상대가 뭔가 이용당하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의 비극은 일찌감치 시작됐다.다양한 배우들이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나오는 게 우디 앨런 감독 영화의 재미. 주드 로과 레베카 홀의 분량이 아쉬울 정도다.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그저 자신이 졸업했던 학교의 신문사 인터뷰라 응했던 감독은 애슐리의 순수한 열정에 감격해 자신만의 고민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 사실 그는 세상의 찬사에도 엄청난 압박과 우을증으로 괴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나의 신작을 평가해 달라”고 끌려간 시사회에서 소개받은 시나리오 작가 테드(주드 로)도 어리고 예쁜데 열정적이기까지 한 대학생 기자에게 끌린다. 하지만 테드는 함께 영화를 시사하던 중 신경쇠약으로 자리를 박차고 나간 감독을 찾으러 갔다가 아내(레베카 홀)의 바람을 마주한다. 그 사이 세계적인 배우 베가(디에고 루나)마저 풋풋한 애슐리의 매력에 빠져 레드카펫 행사에 대동시킨다. 문제는 아무 정보도 없이 점심에 이어 저녁 약속을 바람 맞은 개츠비가 TV생방송을 통해 ‘바람둥이 배우의 뉴페이스는 누구인가?’란 스포트라이트를 통해 연인을 접했다는 사실이다. 가장 돌을 던지고 싶은 애슐리 역할을 얄밉게 해 낸 엘르 패닝.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사실 그는 모르지만 이 상황을 지켜보는 챈은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비도 오고 촬영도 펑크난 무명배우지만 우연히 자꾸 스치는 언니의 전남친이 여자친구에게 휘둘리는 모습에 뭔가 부아가 치민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에서 20대 청춘의 발랄함을 기대했다면 사실 오산이다.영화의 말미, 이상하게 냉랭했던 개츠비와 엄마의 사연이 이 영화의 화두로 부각된다. 단순히 부자의 화해라고 하기엔 애매모호한 엄마의 사연은 미국 주류라 불리는 Wasp(백인, 앵글로 색슨, 신교도)의 치부를 꼬집는다.멕시코 국민배우 디에고 루나가 순진한 여대생을 꼬시는 장면은 미디어가 소비하는 각종 스캔들을 가늠하게 만든다.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예정된 집안 행사에 바쁜 실제 연인을 두고 우연히 만난 절세미녀를 대동하고 온 개츠비는 그제서 돈과 교양이 넘치는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된다. 누구보다 속물적이라 여겼던 엄마의 조언에 개츠비는 드디어 애슐리를 버린(?)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속 대사처럼 그 곳에 오롯이 존재하는 챈과 운명같처럼 조우한다. 현재 웨이브, 쿠팡 플레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되곤 있지만 2017년 말 크랭크업 후 우디 앨런의 양녀 성추행 논란과 미투운동의 여파로 미국 및 대부분 국가에서 상영조차 못하고 있다 티모시 샬라메의 굳건한 팬덤으로 한국이 몇 안되는 개봉국가가 됐다. 무엇보다 올초 ‘웡카’의 흥행과 ‘듄: 파트2’의 기세에 발맞춰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이 지난 3월 재개봉하면서 극장가는 그야말로 ‘티모시 풍년’ 시절에 돌입했다. 극 중 그가 비에 젖어 챈의 집에서 쓸쓸하게 치는 피아노 곡은 무한반복으로 보고 싶을 지경이다. 굳이 영화로 보지 않아도 된다. 구간 반복, 안방에서 보는 재미는 바로 거기에 있으니까.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4-03 18:30 이희승 기자

'여주 남친 출연' 후폭풍…드라마 '웨딩 임파서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건대 의상학과 출신으로 극중 잘 나가는 CEO 윤채원의 삶을 잘 표현한 배윤경.사진제공=프레인TPC)“덕분에 시야를 넓혔어요.”배우 배윤경이 ‘웨딩 임파서블’의 종영 소감을 전했다. 2일 종영한 tvN ‘웨딩 임파서블’에서 태양물산 대표이사 윤채원역으로 진취적인 캐릭터를 완성한 그는 극중 사각관계에 새로운 흐름을 더하며 로맨스 서사의 재미를 증폭시켰다. 인생 첫 주인공이 되기 위해 남사친과 위장결혼을 결심한 무명 여배우와 형 바라기 예비 시동생 이지한의 막상막하 로맨틱 미션을 그린 드라마는 평균 시청률 3%를 유지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극중 ‘배윤경 표 직진 플러팅’은 김도완(이도한 ), 문상민(이지한 ), 전종서(나아정 )와의 각기 다른 조화를 이루며 시청률 견인에 한 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2030의 워너비 CEO답게 단아하면서도 우아한 스타일링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이에 배윤경은 소속사 프레인TPC를 통해 “좋은 작가님, 감독님, 스탭분들, 배우분들 덕분에 늘 편안하고 유쾌한 현장이었다. 채원이를 만들어 가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고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그동안 채원이의 행복을 위해 응원해 주신 시청자분들께도 너무 감사드리며, 지친 일상 가운데 소소한 재미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생에 좌절이라곤 없는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릴 만큼 출중한 능력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역할을 찰떡 소화한 만큼 그의 차기작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4-03 15:53 이희승 기자

[비바100] 영화 '댓글부대'에서 홍경이 다.했.다에 토 달 사람?

영화 ‘댓글부대’속 팹택 역할로 열연한 배우 홍경.(사진제공=매니지먼트 mmm)“시나리오 안에서 서스펜스가 느껴졌어요. 제가 채워나갈 수 있는 무언가가 많아 보이는 캐릭터였달까요. 팹택은 외부활동이 거의 없고 친구들과의 관계가 전부인 애인데 그런 선입견을 벗어난 연기를 하고 싶었습니다.”영화 ‘댓글부대’에서 팹택으로 분한 홍경에게 소재의 예민함을 묻자 미학에 대한 믿음을 내놨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댓글부대’는 실제 기자출신인 장강명 작가가 여론조작에 대한 사실적인 취재를 바탕으로 현실에서 있을법한 에피소드를 녹여낸 동명 소설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대기업 비리에 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손석구)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안국진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그는 “이렇게 가보고 저렇게도 튀어보고 하는 게 좋았다. 영화적인 체험과 경험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매니지먼트 mmm)대중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자명하게 드러난 상황에서 한국사회의 고질병이기도 한 정경유착과 그에 휘둘리는 언론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영화라 출연을 망설였을 법도한데 기우였다.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안국진 감독의 차기작인 ‘댓글부대’에서 홍경은 ‘댓글’을 조작하는 팀 알렙의 일원인 팹택을 연기했다. 배우가 되기를 꿈꾸며 수도 없이 본 다양한 국적의 영화들 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손가락 안에 꼽는 최애작이었던 만큼 출연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96년생 홍경’은 MZ다운 당당함으로 “모든 세대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중심축, 그래서 각 나이대의 연대의식에 매료됐을 뿐”이라고 말했다.다수의 취향보다 소규모 모임에서 안정을 찾는 전형적인 마이너 취향인 팹택은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하고 누구보다 패셔너블하다. 촬영 전 의상팀이 남자라면 주저할 게 뻔한 핑크 크롭티를 제안하자 흔쾌히 입고 그 옷에 어울릴 법한 선글라스를 쓰고 출연할 정도로 역할에 빠져 들었다.온라인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리더 찡뻤킹(김성철)과 스토리 작가이자 ‘댓글부대’의 제보자 찻탓캇(김동휘)이 진중함과 의심 사이를 오고 갈 때 홍경은 팹택이 지닌 장난끼와 은근한 관종끼를 스크린에 흘리며 ‘댓글부대’의 비극을 형광색으로 물들인다. 젊은이의 표상이라고 하기에 이들의 대화는 반이 욕설, 그리고 반은 서로에 대한 비판이다. 불안한 미래와 비루한 현실 속에서 세 사람의 우정은 굳건히 유지될 수 있을까. (사진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세 친구들이 모여사는 집은 정말 구조가 이상한데 실제 감독님이 친구들과 살던 집을 고스란히 재현했다고 해요. 집안 맞은편에 대관람차의 네온사인이 가득 들어오는 현란한 조명은 실제 크기에 맞췄고요. 캐릭터들의 취향을 살린 세트장에서 촬영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이번에 깨달았죠.”손석구와는 넷플릭스 ‘D.P’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이지만 한 장면도 마주치진 않는다. 다만 그는 스크린 속 손석구의 연기를 보고 “탄복했다”고 표현했다. “선배님의 팬보이예요.(웃음) 같은 작품을 두번 했다는 게 진심으로 저에게는 소중한 경험이거든요. 편집돼 아쉽긴 하지만 넷이서 촬영한 적이 있어요. 그때 어떤 식으로 연기를 하는지 그리고 궁금한 점을 모두 물어볼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분위기를 이끄는 법을 많이 배웠죠. ‘삼세번’이란 말도 있으니까 세 번째에는 함께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댓글부대’에서는 세 친구들의 우정이 마냥 끈끈하지만은 않다. 용돈벌이로 시작한 댓글 아르바이트로 무고한 여대생이 자살한 순간 세 친구는 저마다의 이유로 무너진다.최근 영화 홍보를 위해 유튜브 예능 ‘짠한형 신동엽’에 출연한 그는 유난히 반짝거리는 바지 때문에 많은 이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사진제공=매니지먼트 mmm)“가짜뉴스가 사실이 된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달리는 의견이 많고 각종 정보가 넘쳐나는 걸 마냥 나쁘게 보지만은 않습니다. 대립되는 의견이 나올수록 한편으론 건강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럴 때일수록 분별력을 갖춰야 된다는 다짐을 더 많이 하게 되죠.”그간 홍경은 데뷔 이래 정의로운 형사, 군대 괴롭힘 가해자, 성소수자와 지적장애인까지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는 “이걸 했으니 다음엔 저걸해 볼까라는 생각은 아예 안 한다”면서 “단지 그 역할의 감정을 굉장히 솔직하게 오래 들여다 본다. 두려움이 느껴져도 호기심을 불러내는지를 보는 편”이라고 고백했다.고등학교 2학년때 영화 ‘다크나이트’를 본 후 충격과 감동을 받아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는 20대 후반의 홍경은 이어 “한 분야를 지독히 파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다. 지금은 모든 걸 흡수하는 단계일 뿐”이라며 자신의 연기인생에 겸허한 속내를 밝혔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4-01 18:30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베이비와 몬스터 사이에 선…17.7세 일곱명의 멤버들!

평균나이 17세지만 연습생 경력만 무려 6년 이라고 밝힌 ‘베이비몬스터’멤버들. (사진제공=YG)‘5세대’ 신인 걸그룹 대결이 본격화 된 가운데 YG표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가 1일 0시 미니 1집 ‘베이비몬스터’(BABYMONS7ER)로 컴백했다. 외국인 멤버가 한국인 보다 더 많은 최초의 K-POP 그룹 ‘베이비몬스터’는 루카(일본)·파리타(태국)아사(일본)아현·라미·로라·치키타(태국)로 구성된 7인조 걸그룹이다. 이들은 지난해 5월 프리 데뷔곡 ‘드림’을 시작으로 그 해 11월 ‘배러 업’을 발표했다. “앞으로도 리더 없이 자신만의 파트를 적극적으로 맡아 하는 시스템으로 활동하려고 합니다. 함께 한 시간이 많은 만큼 끈끈함이 녹아든 타이틀곡 ‘SHEESH’(쉬시)의 후렴구 중독성을 기대해 주세요.”(루카)‘SHEESH’는 유튜브 ‘24시간 내 가장 많이 본 동영상 1위’에 등극, 중국 최대 음원 사이트인 QQ뮤직 MV 차트서도 정상을 차지하며 글로벌 팬덤을 증명했다.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의 멤버들은 포스터와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보다 또래다운 매력이 넘쳤다. 외국인 멤버들 포함 연습생 기간만 무려 6년에 달하는 만큼 익숙한 한국어와 소녀적인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이들의 데뷔를 위해 양현석총괄이 직접 자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멤버들을 단련했을 정도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정식 데뷔를 앞두고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으로 아현은 “뮤직비디오 촬영장에 직접 오셔서 앞서 ‘댄저러슬리(Dangerously)’를 커버했던 것처럼 당당하게 불러라. 앞으로도 그런 아티스트로 남길 바란다는 말을 해주셨다”고 말했다.이들은 아시아 5개 지역에 걸친 첫 팬미팅 투어와 일본 최대 음악 페스티벌 ‘서머소닉’ 공연 등이 예정됐다. 가을께에 정규 음반을 발매한다. (사진제공=YG)데뷔 하루를 앞둔 어제밤, 단체 카톡방에 “이제 꽃길만 걷자”는 말을 남겼다는 루카는 “처음 한국에 왔을때는 언어적인 스트레스가 심했다. 하지만 친구들을 사귀고 순대국도 먹고 치킨도 시켜 먹으며 언어도 많이 늘었다”며 그간 알려진 아이돌 식단과는 전혀 다른 베이비몬스터만의 화목한 분위기를 전했다. 치키타 역시 “떡볶이가 너무 맛있더라”면서 먼저 데뷔한 태국의 리사에게 “선배님께 댄스 관련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다이어트 스트레스가 없냐는 짖궂은 질문에 로라는 “건강하게 먹고 싶은걸 먹고 연습과 무대에서 칼로리를 태우는 편”이라며 엄청난 연습량을 밝히기도. 같은 소속사의 대선배이기도 한 투애니원 멤버들이 밝혔던 핸드폰 압수와 연애 금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셀카도 자유롭게 찍고 핸드폰도 자유롭게 쓴다. 개인 SNS는 조만간 곧 풀리지 않을까”라고 미소지었다.멤버들의 공통점은 그룹명처럼 베이비와 몬스터 사이의 건강함이었다. 서로의 이야기를 할 때는 아기같은 순진함이, 앞으로의 목표와 곡에 대한 설명에는 괴물같은 야망이 흘러넘쳤다. 이날 파리타는 “나이가 어릴만큼 앞으로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게 우리만의 장점”이라고 짚었다. 태국에서 먼저 모델로 데뷔한 그는 “카메라는 익숙하지만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건 YG에서가 처음이었다. 드디어 데뷔하게 되어 꿈만 같다”는 속내를 고백했다.무엇보다 빌보드 1위와 미국 최대 규모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 무대, 도쿄 돔 공연등 이들의 꿈은 거창하지만 확고하다. 로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데뷔한만큼 그 시기가 가장 힘들었다. 너무 친한데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했다”고 데뷔를 앞두고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짚기도 했다.“YG라는 회사를 떠올리면 힙합이 가장 큽니다. 제일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회사여서 선택했고 팬들을 만날 생각에 행복합니다. 우리의 롤모델? YG소속의 모든 아티스트입니다. 선배님들의 모습을 보며 늘 동기부여를 항상 받고 있어요.”(아사)인터뷰의 대미는 라미의 몫이었다. “무대 아래서는 되게 베이비적인데 무대위에서는 몬스터 적인게 우리 팀만의 매력”이라고 밝힌 그는 “만약 베이비의 시기를 지나게 된다면 음악계의 몬스터가 되겠다”고 말했다. 여러모로 ‘베이비 몬스터’는 괴물같은 신인의 등장임에는 틀림없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4-01 15:15 이희승 기자

[기자수첩]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당당한 사랑을 보라!

이희승 문화부 부장남녀가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다. 다만 그들이 ‘톱스타’여서 대중은 괴롭다. 예전엔 너무 숨겨서 난리더니 요즘엔 일거수 일투족이 보도되는 탓에 피로도가 높기 때문. 하지만 당사자들이 SNS에 던지는 억울함과 하소연, 떡밥들을 뉴스로 소비하는 언론탓만 하기엔 이번 ‘환승연애 논란’은 예외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이들이 “관심 꺼달라” “내 팬이 더 소중하다”는 글을 올렸다가 순삭(순간삭제)하더니 이들의 열애보도가 나가자마자 전 연인이 “재밌네”라는 글을 올려 기름을 부었다. 한국 연예계를 아우르는 파란만장한 루머와 치정, 온갖 열애설 중 두 사람의 연애는 뭐가 그리 문제였을까. 간통죄가 기세등등하던 시절, 둘 다 기혼인 상태에서 사랑에 빠져 한창 활동하는 나이에 철창 신세를 진 커플도 있었다. 후에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했지만 “사랑하니까 헤어진다”는 명언을 남긴 채 각자의 길을 갔다. 그 외에도 수많은 배우들이 불같이 사랑했다 각자의 인연을 만나 가정을 꾸리거나 여전히 현재진행 중으로 현실을 즐기고 있다. 아마도 이 어린(?) 커플은 대중과 업계의 반응을 덮을만큼 사랑이 깊지 않았던 것 같다. 법적으로 문제 없는 싱글로 당당히 자신만의 세계를 개척하며 수준급의 연기력을 보여준 당사자들이라 더욱 안타깝다.일각에서는 기본 4~5년은 간다는 주류모델이었던 열애설 당사자가 1년만에 교체된 이유를 열애의 후폭풍이라고 했지만 정작 브랜드측은 “계약종료 후 열애설이 터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 잘 나가는 스타들일수록 공개연애는 꿈도 못 꾸는 게 현실이다. 냉정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스타들의 계약문구에는 결혼, 출산을 비롯해 여러 논란과 그에 따른 위약금이 명시돼 있다. 모 영화에서 “난 아직 A브랜드 계약 중이라 열애기사가 나가면 안돼”라고 절규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웃는 건 대중의 몫이다. 어쨌거나 이와중에 아무런 말도, 반응도 안하고 있는 유일한 남자의 입에서 무슨 말이라도 듣고 싶은 건 너무 큰 오지랖일까.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4-01 14:17 이희승 기자

[비바100] 불륜 잡는 섹스리스 부부의 69금 매운 맛! 티빙 화제작 'LTNS'

영화 ‘윤희에게’의 임대형 감독과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사진제공=티빙)최근 ‘OTT계의 떠오르는 아들’로 불리는 배우 안재홍. 넷플릭스 ‘마스크 걸’의 주오남이나 ‘닭강정’의 고백중 그리고 티빙의 ‘LTNS’까지 그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어떤 배우와 붙어도 찰떡 케미스트리를 보이지만 그 중 ‘LTNS’ 이솜은 유독 인연이 깊다. 2018년 영화 ‘소공녀’에서 애틋한 가난한 연인을, 그리고 2년 뒤 단편 영화 감독으로 변신한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에서는 곧 이별을 앞둔 어색한 사이를 연기했다.청소년 관람불가 웹드라마 ‘LTNS’의 공식 포스터.두 부부가 사는 아파트 호수는 609호로 웃음을 더한다. (사진제공=티빙)전작이 하루 한잔의 위스키와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으면 더 바라는 것이 없는 청춘의 표상을 연기한 이솜이 이끌었다면 후자는 단연코 주연과 연출을 맡은 안재홍의 존재감이 크다. 그런 두 사람이 ‘LTNS’에서는 부부로 만났다. 배우의 입장에서 이미 한번 호흡을 맞춘 사이라면 아무리 당시의 기억이 좋았더라도 다시 뭉치기는 매니지먼트와 제작사 입장에서도 난감할 법도 하다. 하지만 이 둘은 ‘대체불가의 호흡’이 있다.  총 6부작으로 이뤄진 ‘LTNS’의 홍보 인터뷰로 브릿지경제와 만난 안재홍은 되려 “지난 작품에서 여러번 호흡을 맞춰봤으니까 서로 잘 알고 있다는 걸 경계하려 했다. 결이 다른 작품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을 하면서 되려 서로에 대해 알아간 부분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극 중 사무엘(안재홍)과 우진(이솜)은 뜨거웠던 연애시절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섹스리스로 살아온 지 어언 5년차 부부다.불같이 사랑한 두 사람은 현재 오누이 같은 사이다. 필요한 말만 하고 정작 깊은 대화는 하지 않는다. 서울대 출신에 스타트업 대표를 했던 다니엘은 개인택시를 몰며 쉬는 날에는 살림에 집중하는 남자다. 영끌한 집값이 하락하고 버는 돈의 대부분을 이자로 내는 그는 볶음김치 하나만을 놓고 밥을 먹은 지 오래됐다. 간만에 샤워를 하고 나온 아내의 신호(?)에 남편이 “위생적이겠네”라고 대답해도 서로 상처받지 않는다. 하지만 1화부터 파격적이다. 자신과 같이 사업을 말아먹었지만 부유한 처가 덕분에 여전히 포르셰를 끌고 전원주택 생활을 하는 학교 동창 정수(이학주)는 사실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다. “사랑은 두개까지야, 세개부터는 사랑이 아니야”라며 궤변을 늘어놓는 친구가 어이없는 찰나 하필 침수된 구역에 몰던 택시를 주차하는 바람에 대출금으로 산 차마저 잃게 된다.자신을 유일하게 남은 친구라고 했던 정수는 결국 “믿을 사람 없다는 걸 알려줘서 고맙다. 앞으로 연락하지 마”라며 떠난다. (사진제공=티빙)우진이 알면 이혼감인 걸 아는 사무엘은 차의 사고를 은폐하려하지만 정수의 와이프가 이 사실을 알리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남자들의 입방정은 어쩌면 오랜 시간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소비된 ‘여자들의 수다’ 이상으로 가볍다. 정수의 바람 사실을 안 아내는 친한 동생이기도 한 그의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 하지만 “저의 벌을 벌금형으로 받겠다”며 무려 3000만원을 제시하는 남편 친구를 통해 ‘불륜’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남편하고는 연애할 때도 와보지 않았던 바다 위 펜션을 증거확보를 위해 묵는 극 중 우진의 모습. (사진제공=티빙)우진에게는 호텔에 근무하며 진상 고객들의 신상을 적은 데스노트가 있었고 남편과 함께 수많은 현장을 누비며 협박에 나선다.예측불허 고자극 불륜 추적 활극인 만큼 다양한 불륜커플들이 등장하는데 2화부터는 말맛의 향연과 매운맛 69금 대잔치가 벌어진다. 직장의 한 객실에서 침대 시트에 초콜릿을 범벅하고 휴지통에 3개의 콘돔 껍질을 발견한 뒤 “부부는 절대 이렇게 놀지 않는다”거나 “누님은 정말 빨리 배우신다”고 눙치는 백호(정진영)의 대사가 벌어진 사타구니 사이로 흐르는 식이다. “제발 먹어줘. 이혼만 빼고 다 해줄게”라는 유부남(김우겸)의 천연덕스러움은 이 부부가 몰래 촬영한 협박 영상을 수준급 프레젠테이션으로 보여주며 웃음을 유발한다.‘롱 타임 노 섹스’(Long Time No Sex)의 약자로 제목부터 자극적인 ‘LTNS’는 정작 부부관계를 맺지 않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자신들이 증거를 모으는 상대방들이 ‘합법적인 관계가 아닌 인간관계를 추구하는 것’에 대해 결코 욕하거나 분노하지 않는다. 극 중 레즈비언 커플이 마음에도 없는 이별을 한 뒤 괴로워 하자 “차라리 다시 사귀었으면 좋겠다”고 하는가 하면 “진정한 사랑을 만났고 더이상 잃을 게 없다”는 식당 사장의 하소연을 듣고는 더 부자인 파트너에게 돈을 뜯는 식이다. 그 사이사이에 주인공 부부가 얼마나 뜨거운 사이였는지와 어떻게 사랑이 식어갔는지를 가감없이 보여주며 ‘보는 맛’을 더한다. 이 작품의 허를 찌르는 지점은 접점이 없어보이는 택배와 청소의 등장이다. 극 중 우진은 경제활동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깍두기를 담그고 빨래를 개는 등 ‘LTNS’에 등장하는 모든 집안일은 사무엘의 몫이다. 그런 그에게 등장한 옆집 여자 민수(옥자연)와 실수로 배달시킨 엄청난 양의 생수가 아이러니하게도 이 부부의 발목을 잡는다.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전에 없는 끈끈한 연대감을 만씩한다. 산과 바다, 그리고 도시 곳곳을 누비는 극 중 사무엘과 우진. (사진제공=티빙)청소메이트로 각자의 집을 품앗이로 청소했던 민수와의 관계를 불륜으로 오해한 우진. 알고 보니 그 역시 휴대폰에 개(류덕환)로 저장된 옛 애인과 몸을 섞은 전력이 있다. 정신적 외도와 육체적 외도가 명확한 두 부부의 균열이 메워질 수 있을지 이 작품은 친절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기혼이나 미혼을 떠나 ‘바람’을 직·간접으로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뜨끔한 지점이 명확하다. 동시에 비혼주의자들에게는 두팔 벌려 환영할 작품의 등장임은 확실하다. 이런 세세한 소개 없이도 배우들의 불맛 베드신과 포복절도할 대사들이 가득차 있으니 작정하고 볼 것을 권한다. 단 가족이 있다면 음소거, 후방주의는 필수다. 결코 공적인 장소에서 보지 말 것.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27 18:00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발품예능 '구해줘! 홈즈' 출연진이 살고 싶은 집은?

매주 목요일 밤을 책임지고 있는 ‘구해줘! 홈즈’의 출연진들.(사진제공=MBC)“자기 집? 가장 나 다운 곳 찾아야 후회안하죠!”(장다히 PD)지난 2019년 시작한 MBC 대표 발품예능 ‘구해줘!홈즈’가 5주년 기념간담회를 위해 27일 오후 상암동 MBC에서 오픈 스튜디오를 열었다. 정다히 PD와 (복팀)박나래, 양세형, 장동민 (덕팀) 김숙, 양세찬, 아나운서 김대호, 주우재가 참석해 특유의 입담을 뽐냈다. 바쁜 현대인들의 집 찾기를 위해 스타들이 직접 나서서 발품을 파는 리얼 발품중개 배틀 프로그램인 ‘구해줘!홈즈’는 목요일 예능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해 왔다.이날 출연진중 유일한 기혼자인 장동민은 “이 프로그램과 함께 결혼도 하고 두 아이를 낳았다. 무조건 장수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라면서 “방송 초기 중문의 효율성이 그다지 크지 않았는데 지금은 냉난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깨알 후기를 전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결혼한다면 민폐가 될 지언정 ‘구해줘!홈즈’를 통해 신혼집을 의뢰할 것 같다는 양세형은 건물주다운 여유를 보이며 “아이가 생기면 주거 형태가 달라질 것이기에 지금은 그냥 월세로 지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양세찬은 “내 기준은 무조건 브랜드 아파트다. 이왕이면 방 셋, 화장실 둘 이면 좋겠다”는 확고함으로 형제여도 극과극의 온도차를 보였다.연출을 맡은 장다히 PD는 직장인으로서 2016년도를 기점으로 집값이 오르며 박탈감을 느꼈음을고백하며 “사실상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즌2가 시작된 것 같다. 그 전에는 투자의 기준으로 봤다면 이제는 ‘나 다운 집’을 의뢰인들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말했다.한 번 모이면 2주 분량의 녹화를 한다는 ‘구해줘!홈즈’의 멤버들중 유일하게 자기 코너가 있는 김대호 아나운서는 “프로그램 속 ‘집보러왔는대호?’를 진행하며 집은 사는게 아니라 ‘만난다’라는 생각을 한다”면서 “나의 신혼집은 아내를 위해 친인척들이 아무도 못 찾는 집”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복팀과 덕팀을 이끄는 박나래와 김숙은 5주년을 맞이해 절대 잊을 수 없는 집을 공개하기도 했다. 박나래는 “약 4년 전 소개된 가평의 자작나무 집이다. 이 자리에 앉아있지만 전문가는 아닌데 그 집을 통해 인테리어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하부터 옥탑방, 시골에서 도시까지 수많은 집을 거쳤다는 김숙 역시 “ 2억 초반에 계곡이 낀 강원도에 위치한 집은 촬영 직후 여기 출연자들끼리 ‘공동명의로 계약해서 돌아가며 살자’고 했을 정도다. 지금은 그 돈을 주고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송에 나온 몇몇 집들은 동료들이 “그 집 계약됐어?”라는 문의를 수도없이 받았다고.출연진중 가장 막내인 주우재는 “집에 있는 시간이 길기에 내가 고치거나 바꾸며 할 수 있는 자유도가 높은 집에서 살고 싶다. 합류한지는 얼마 안됐지만 그 동안 시청자로서 고정멤버나 다름없다”며 남다른 야심(?)을 드러냈다. ‘구해줘 홈즈‘는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27 15:45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전소니'만'보고,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상상하면 안되는 이유!

배우 전소니가 26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새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어렵고 외로웠습니다.”(배우 전소니)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외계 생물체와 이렇게 ‘찰떡’이라니. 넷플릭스 ‘기생수:더 그레이’가 26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의 이야기를 다룬다.인간의 뇌를 장악해 신체를 조종한다는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 여기에 다양하고 철학적인 주제를 녹여내 전세계에서 누적 판매 2500만 부 이상을 기록한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한다.만화를 실사화 하는데 특유의 연출력을 발휘파는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구교환,이정현,권해효등 일명 ‘연상호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들 사이에서 전소니가 기생수 ‘하이디’와 공생하는 역할로 매력을 발산한다.왼쪽부터 ‘기생수: 더 그레이’의 주역들인 김인권, 이정현, 구교환, 전소니, 권해효. (연합)마르고 창백한 얼굴이 갈라져 촉수와 연결되는 특수분장이 기묘하게 어울리며 여러 작품에서 보여준 신비로운 이미지를 탁월하게 변주한다. 무엇보다 수인과 기생 생물 하이디로 1인 2역 연기에 도전, 외롭게 자란 인간의 내면 연기와 더불어 외계 생물 하이디의 정의할 수 없는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이에 전소니는 “온전히 나 혼자로 만들 수는 없는 부분도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했다”라면서 “다른 기생생물과 있을때의 차별점을 두고 연기했다. 한국을 배경으로 어떻게 스토리가 이어질지 궁금하더라”며 참여하게 된 과정을 밝혔다.무엇보다 ‘넷플릭스 공무원’으로 불리는 연상호 감독은 이날 ‘기생수:더 그레이’에 대해 “덕질의 결과물이다. 성덕이 된 기분”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월드와이드하고, 글로벌하고, 매니악한 색채가 강하다. 원작을 보고 이 작품을 보면 훨씬 충격적으로 다가올 것이다”고 말해 기대감을 더했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내달 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26 15:15 이희승 기자

[비바100] 81년생 장재현 감독이 쏘아 올린 'K오컬트'의 힘… "더더더더 파고들것"

지난 21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장재현 감독은 “슬픔은 좋아하지만 어둠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두운 세계관에 빛을 보는 그런 느낌이 좋은 것 같다”는 연출관을 밝혔다.(사진제공=쇼박스)조용하고 풍족한 시골에서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학교 진학을 위해 근처 소도시로 이사를 했어도 밝고 따듯한 가족애는 변하지 않았다. 스스로 “늘 행복했던 그때의 기억이 되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에 끌리게 만든 것 같다”고 웃음짓는 장재현 감독은 올해 첫 1000만 영화 ‘파묘’를 만든 장본인이다. 손익분기점인 330만명이 넘고서부터 고향에 “영주의 아들” “영화 ‘파묘’의 히딩크”라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리면서 화제성을 실감했다고. 풍수와 무속신앙을 결합한 이 작품 이전에 ‘검은사제들’ ‘사바하’ 등 다소 어두운 소재의 영화를 만들어왔던 그는 “당연히 이 세상에 신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며 출발점을 알렸다. 교회 집사지만 무속신앙이나 타 종교를 다루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이유도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장재현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인 ‘검은 사제들’은 악령에 지배당한 사람들과 사제들의 구마의식을 한국식으로 풀어냈다는 극찬을 받으며 당시 54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두 번째 작품인 ‘사바하’는 신흥 종교 비리를 밝히려는 목사가 마주하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그렸다. 다음은 불교만 남은 거냐는 질문에 장 감독은 “단정지을 수 없지만 뭐든 특정 종교를 두고 작업하진 않는 편”이라고 강조했다.개봉 31일 만에 올해 첫 1000만 영화에 등극한 ‘파묘’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쇼박스)그가 정의내린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 초자연적 현상’은 사회적으로 ‘오컬트’라고 정의되고 있다. 공포를 기반으로 한 그 오묘한 장르에 빠진 건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으로 충만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다.“사랑이 워낙 충만한 분위기에서 자란 탓에 괴상하고 기이한, 흉칙한 것의 세계에 되려 빠져 든거죠. ‘파묘’는 결국 땅에 묻힌 상흔의 역사로 귀결되는데 우리 민족의 한은 파면 팔 수록 구한말 일제치하와 겹치더라고요. 극 중 ‘여우가 범의 허리를 잘랐다’는 대사도 나오지만 일제가 우리나라의 정기를 끊기 위해 우리 땅 곳곳에 쇠말뚝을 심어뒀다는 설을 믿는 입장이라 시나리오로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파묘’에는 여러 매체에서 스치듯 등장했던 여러 일제 잔재의 흔적이 나온다. 일본 무사 다이묘의 묘사를 기반으로 은어와 참외, 음양사와 더불어 풍수와 굿에 씐 한국식 묫바람, 동티, 대살굿 등이 그렇다. MZ무속인으로 분한 김고은과 이도현이 극 설정상 나이와 경력이 한참 위인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과 허물없이 지내는 장면은 바뀐 시대상을 반영한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죽은 자에게 전하는 예의와 위로’를 행하는 사람들이다.배우들의 남다른 호흡에 극찬을 이어가던 그는 “무대인사에서 ‘할꾸’(할아버지 꾸미기), ‘최꾸’(최민식 꾸미기)란 유행어를 탄생시킨 건 평생 잊지못할 감동”이라면서 “극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베테랑의 모습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진제공=쇼박스)영화의 시나리오를 한창 써내려갈 무렵 우연히 천안에 위치한 독립기념관에서 캐릭터의 이름을 따오며 ‘파묘’ 버전 이스터 에그(작품에 숨겨진 메시지나 기능)에 불을 지폈다. 땅신에게 던지는 이순신이 새겨진 100원짜리가 원래는 10원짜리라는 점 그리고  이장을 의뢰한 사람이 묵던 서울 플라자 호텔이 과거 조선총독부 자리를 보여주기 위한 명당이라는 점이 각종 SNS를 뜨겁게 달궜다.“영화를 재밌게 봤으니까 더 알고 싶은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걸 의도하고자 했던 경우는 단 한번도 없어요. 단지 이런 반응들이 영화의 생명력을 길게 가져가는 것 만큼은 확실해요. 감사할 따름이죠. 무엇보다 ‘파묘’는 그동안 관객들이 본 적 없는 걸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장르적 재미를 살리는 데 95%이상 집중했달까요? 영화란 어두운 극장에서 사람들이 모여 보는 거란 걸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지금의 OTT시대가 오기 전까지 수많은 경험을 해온 최민식, 유해진 선배님들이 무대인사를 돌 때 ‘그래, 이 맛에 영화하는거야’라고 하시는데 뭔가 울컥하더라고요.”한편 중국에서는 불법 사이트를 통해 관람한 후 얼굴에 한자를 새기는 행위를 매우 모욕적이고 굴욕적인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사진제공=쇼박스)고무적인 건 ’파묘’의 해외 반응이다. ‘파묘’의 흥행세는 한국을 넘어 전세계가 주목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28일 인도네시아에서 개봉해 200만 관객을 돌파했고 호주, 싱가포르, 북미 및 영국까지 140여개국에 팔리며 ‘K오컬트’ 장르를 전파하고 있다. 장 감독은 “‘파묘’를 찍으며 그동안 1000번도 넘게 보고 지금도 시간날 때마다 틀어놓는 영화 두편을 살짝 오마주했다는 점이 가장 기쁘다”는 속내를 밝히며 소년처럼 미소지었다. 주인공은 공포 스릴러의 원조 ‘엑소시스트’와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다. “볼 때마다 감탄하는 장면이 있어요. 드라큘라가 박쥐로 변신한 때를 놓치지 않고 십자가를 박는데 그때 대사가 ‘십자가를 정복한 지 1000년이 넘었다’예요. 그리곤 (십자가를) 불태워 버리죠. 그래서 일본 귀신이 자신을 공격하는 묘벤저스에게 ‘금강경을 외운 지 500년’이라는 장면을 찍을 때 너무 행복했습니다. 바운더리가 좁은 사람이라  계속 이 장르를 할 것 같아요. 다만 더더더더더 깊게 들어갈 것 같습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25 18:30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시즈니, 보고 있나?" NCT드림 새 앨범 쇼케이스 열어

엔시티 드림이 이번 앨범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고민과 아픔을 공감하고,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힐링 아닌 힘 드릴것”NCT 드림이 흑화한 모습으로 대중앞에 섰다. 꿈과 희망을 전했던 9년 차 아이돌 그룹의 성장통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2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 워커홀에서 NCT드림 새 앨범 ‘드림 이스케이프(DREAM( )SCAPE)’ 발매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번 앨범은 청춘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총 6곡으로 구성된 앨범이다.마이크를 잡은 마크는 “그간 꿈과 희망을 주는 입장이었다면 이번엔 메세지가 확실하다”면서 “꿈이 없는 사람들, 그리고 청춘을 겪고 있는 친구들에게도 탈출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강조했다. 런쥔 역시 “한마디로 ‘변화’라고도 표현할 수 있지만 ‘성장’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타이틀 곡 ‘Smoothie(스무디)’는 808 베이스 라인과 스네어 리듬, 반복되는 챈팅이 만들어내는 그루비함이 인상적인 힙합 댄스곡이다. 나를 향한 세상의 차가운 시선과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Smoothie’처럼 갈아 마셔버리겠다는 메시지를 자신감 있게 담았다.‘Smoothie(스무디)’를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이유로 해찬은 “퍼포먼스도 자신 있는 그룹이기 때문에 자신 있을 것 같아서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우리 팀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이라고 소개했다.이날 행사에서는 ‘Carat Cake’(캐럿 케이크)와 ‘UNKNOWN’(언노운) 그리고 ‘숨’(Breathing)의 일부가 공개됐다. 마지막 곡인 ‘숨’을 소개한 재민은 “랩 메이킹을 할 때 시즈니를 생각하면서 써봤다. 여러분을 향한 마음을 담았으니 잘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들의 팬덤명이기도한 시즈니는 월드 와이드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에 엔시티 드림은 이번 앨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5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북남미,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스타디움, 일본 돔투어 등 지난 투어보다 확장된 세번 째 월드와이드 콘서트에 나선다. NCT DREAM 새 앨범 ‘DREAM( )SCAPE’는 오늘 오후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전곡 음원을 공개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25 17:14 이희승 기자

'험한 것' 보려는 관객들 1000만명 넘었다!

흥행을 견인한 일등 공신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김재철, 김병오, 김지안, 김태준, 정윤하, 김선영, 장재현 감독이 천만 관객 돌파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천만 흥행 감사 인증 사진을 공개했다. br (사진제공=쇼박스)영화 ‘파묘’가 올해 첫 1000만 영화로 등극했다. 24일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파묘’의 누적 관객 수는 1000만 1642명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최고 흥행작 ‘서울의 봄’보다 하루 빠른 속도이자 ‘범죄도시 3’와 타이 기록이다. 이로써 ‘파묘’의 주역 최민식은 2014년에 개봉한 ‘명량(1761만 명) 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 천만 영화를 필모그래피에 올리게 됐다. 유해진은 ’택시운전사‘(1218만 명), ’베테랑‘(1341만 명), ’왕의 남자‘(1051만 명)에 이어 네 번째 천만 영화를, MZ 무속인으로 큰 사랑을 얻은 김고은과 이도현은 ’파묘‘를 통해 천만 배우에 등극했다.코로나19 이후 개봉작으로는 ‘범죄도시 2’(2022), ‘아바타: 물의 길’(2022), ‘범죄도시 3’(2023), ‘서울의 봄’(2023)에 이어 5번째 천만 영화다. ‘파묘’는 전통적인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엮은 오컬트 미스터리로,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무속인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이 거액을 받고 부잣집 조상의 묘를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렸다.초자연적 현상을 본격적으로 다룬 오컬트 장르는 한국 영화시장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만큼 이번 ‘파묘’의 최종 관객수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24 12:30 이희승 기자

[비바100] 10대에 당한 세뇌, 가스라이팅 "나치활동은 했지만 전범은 아니다?"… '히틀러의 어린 병사들'

헤맑은 표정의 독일 병사들이 프랑스를 향해 진군 중이다.(사진제공=디즈니+)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대표작 ‘라이언 일병 구하기’ 오프닝 시퀀스는 처참하기 그지없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 당시의 참혹함을 20분간 담아내는데 대사 한 마디 없이 해변에 내리지도 못하고 죽는 연합군들의 모습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퍼붓는 폭탄과 총알로 인해 단박에 목숨을 잃었다면 차라리 잘 된 일이다. 카메라는 손이 잘린 군인이 운 좋게 자신의 팔목을 들고 허망하게 서 있는 모습과 피로 물든 바닷가의 길고 긴 모래밭을 훑는다. 그렇게 작전 첫날 1만명이 현장에서 죽었다. 해변을 점령하고도 한달 사이 12만명이 죽은 비극이었다.디즈니 플러스의 다큐멘터리 ‘히틀러의 어린병사들’은 노르망디를 지키고 있던 독일 병사 중 고작 17세 소년들로 이뤄진  무장친위대 12사단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나치 정권 아래서 성장했고 히틀러를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맹세한 뒤 입대한 청소년들이었다. 2년간의 훈련과 세뇌로 인해 광신도들이 됐던 그들은 첫 임무로 프랑스에 배치되면서 히틀러를 놀래키고 연합군마저 기함하게 만드는 존재로 급부상했다.살아남은 연합군 노장은 그들에게 “어린 야수들이었다”며 피도 눈물도 없었던 10대들의 모습을 증언했다.(사진제공=디즈니+)전쟁 포로와 민간인은 죽이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도 이들에겐 통하지 않았다. 노르망디에서 연합군을 공격하기 위해 도착하기 전까지 이들의 만행은 지금까지도 전설로 남아있다. 히틀러가 세계패권을 쥐고 있던 당시 독일에서는 만으로 10세가 되면 인종 검사를 받았다. 대대로 순수한 아리아인이라는 혈통 증명서를 받은 남자아이들은 독일소년단에, 여자아이들은 독일소녀단에 4년 동안 활동해야 했다. 18세가 되면 나치당의 정식 당원이 될 수 있었는데 체력이 관건이었다. 낮에는 달리기와 수영, 담력 훈련을 하고 밤에는 나치에 대한 이론을 공부했다. 주말에는 야전 훈련과 모의 전쟁, 지도 읽는 법을 배웠다. 사실상 전시를 대비한 보충인력인 셈이다. 연합군이 숨통을 죄어 오자 성인 남자들로만 구성된 군대는 점차 규모가 축소되고 있음을 히틀러는 감지했다. 이에 어린 10대들을 회유해 결국 2만명의 소년병을 모집해 ‘히틀러의 어린 병사들’을 완성한다.극 중에는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지만 전범으로 불리는 것 만큼은 거부하는 12SS기갑사단 단원들이 여러 명 등장한다. 그때도 혈기왕성함에 기반한 ‘중 2병’은 있었던 모양이다. 엄격한 훈련과 상하관계에서 오는 모욕감과 정신 무장은 수많은 이탈자를 양산했다. 이에 히틀러와 군 수뇌부는 아예 방법을 바꾼다. 나이에 맞지 않는 과도한 훈련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등장할 정도로 무장친위대의 시작은 순조롭지 않았다. (사진제공=디즈니+)친근한 형이자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존재로 교관들을 배치한, 후에 정식으로  ‘제12SS기갑사단’이라 이름 붙인 이 부대는 빠르게 성장했다. 부모와 고향을 떠나 외로움과 향수병에 시달린 어린 영혼들은 멘토의 등장에 환호했고 무조건적인 복종으로 충성했다. 그리고 나이는 어렸지만 이들은 전쟁 내내 공포와 파괴의 씨앗으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히틀러를 위해 죽는 건 당연하고 어른들보다 강한 공격성과 잔혹성을 지녀 연합국들조차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노르망디 상륙을 성공한 뒤 하루 만에 근처 마을인 캉에 입성하는 계획을 세웠던 미국과 영국, 캐나다 군인들은 거의 한달이 지나서야 이 곳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후퇴하면서도 이들은 끝까지 발악(?)했다. 지나가는 마을마다 강간과 살인을 저지르고 민가를 공격하는가 하면 연합군을 만났을 때는 끝까지 저항하며 히틀러의 이름을 외쳤다. 자신이 일으킨 전쟁이 기울고 있음을 직감한 히틀러가 도박이라 생각했던 어린 병사들은 보란듯이 성공했다. 탱크 148대와 장갑차 330대에 나눠 탄 가장 어린 군인들은 프랑스 북부 아스크 마을에서 첫 살인을 경험한다. 레지스탕스가 자신들을 공격하자 근처 마을로 가 15세부터 74세 사이의 남성들만 추려 학살한 것. 노르망디에 도착하기도 전에 피맛을 본 이들은 25년 뒤  법정에서 “86명을 사살했지만 상부의 명령을 거부 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어린 야수들은 죽기 직전까지 싸워야 한다는 서약을 목숨 걸고 지켰다. 무엇보다 히틀러는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다친 병사들에게 수혈해야 한다”며 팔뚝에 혈액형 문신을 새겼다.원해서 입단한 사람도 많았지만 거짓과 회유, 나중에 직업이 주어진다는 이유로 전쟁터에 나간 소년들도 부지기수였다고. (사진제공=디즈니+)팔뚝에 혈액형을 문신한 유일한 부대로 철수하면서도 농가를 불태우고 어린아이를 죽였다. 약 45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는 그들에게 “미쳐 날뛰는 살인병기는 잃을 것이 없었다. 이는 히틀러가 원한 것”이라는 자막을 달았다. 제대로 훈련된 병사보다 나치에 대한 세뇌로 무장한 10대들에게 제대로 당해서였을까. 승리한 연합군들은 살아남은 어린 병사들의 문신을 보고 포로에서 분리한 뒤 끝까지 추적해 법정에 세웠다. 그 과정에서 항복했던 캐나다 연합군 포로 400명을 모두 총살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노인이 된 몸으로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은 “망설이는 병사가 있었다면 동료들에 의해 가장 먼저 죽었을 것”이라며 당시의 광기를 회상했다. 나중에 히틀러가 자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들의 반응은 후회나 자책보다 “그럴리 없다”는 성토로 이어졌다고 한다. 다큐멘터리의 엔딩은 단조롭지만 강렬하다. 혈기왕성하지만 그만큼 휘둘리기 십상인 10대를 향한 가스라이팅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여전히 진행중이다. 작금의 시대에 그것은 SNS가 될 수도, 유튜브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정치나 사회적으로 수많은 키보드 워리어가 판을 치고 있는 세상에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20 18:00 이희승 기자

[人더컬처] 넷플릭스 '닭강정'을 보지 않았다면 절.대 읽지말아야 할 인터뷰

지난 15일 전 세계에 공개된 ‘닭강정’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단언컨대 배우 이병헌이 충무로를 대표했다면 감독 이병헌 ‘역시’ 세계를 휘어잡았다. 수원왕갈비통닭을 내세운 영화 ‘극한직업’으로 1600만 관객을 사로잡더니 이번엔 동명의 웹툰에서 출발한 넷플릭스 ‘닭강정’로 시리즈 부문 TOP10 1위를 기록,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이 되어 나온 딸(김유정)을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 ‘모든기계’의 사장 최선만(류승룡)과 회사 인턴이자 딸을 몰래 짝사랑해 왔던 고민중(안재홍)이 우주를 넘어설 기세로 온갖 단서를 파헤친다는 황당무계(鷄)한 이야기다.공개 직후 지난 18일 브릿지경제와 마주앉은 이병헌 감독은 “대한민국 제작사들이 워낙 부지런해서인지 솔직히 남아있던 웹툰이 거의 없었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 작품을 봤고 ‘이게 도대체 말이 돼?’라는 생각이 가득한데도 끊임없이 빠져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애초에 ‘닭강정’의 시작은 영화화였다. 하지만 30분 내외의 짧은 에피소드로 만든다면 가벼운 병맛 코미디가 꽤 근사한 작품이 될 거란 확신이 들었다고. 이감독은 “완결 전에 계약을 했는데 편견에 대한 작품이라고 다가간게 큰 오산이었다”면서 “후반에 외계인이 등장하면서 여러 주제와 장르를 섞을 수 있게 됐다. 촬영중 작가님이 현장에 오셨는데 그날 대본에 제 싸인을 받아가시더라”고 수줍어했다.그는 “우리 부모님이 봐도 이해가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3화까지만 참으면 그럭저럭 끝까지 볼 수 있을거라 자신한다”고 특유의 위트어린 대답을 내놨다.(사진제공=넷플릭스)‘닭강정’의 세계관은 오묘하면서도 중독되는 ‘말 맛’의 향연이 가득하다. 알고보니 이상한 기계는 지구에 잠시 관광 온 외계인들의 신기술 집약체였고 무려 200년 동안이나 인간에 섞인 채 살아가며 본인의 별로 돌아갈 날만 고대하고 있었던 것. 우여곡절 끝에 기계를 찾은 제주도 어딘가에서 이들은 각각 BTS(김태훈)미사일(이하늬),핵(정순원),사슴(황미영)으로 변신해 인간을 위협한다. 그 사이에 딸 민아를 사이에 두고 의기투합한 아버지와 짝사랑남은 류승룡과 안재홍이 맡아 열연한다.“창고안의 싸움은 정말 막막했어요. 일단 배우들이 생각보다 진지했는데 그들에게 제가 한 유일한 말은 ‘만화적으로 표현해 달라’였거든요. 머리 속에서는 너무 재미있는 장면인데 그걸 실사화하려니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오더라고요. 그런데 안무실까지 잡아서 각자 춤과 동작, 자신만의 동선등을 연습한다는 소식을 들었죠.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이병헌 사단? 에이 그런거 없어요. 연기자로서 호기심을 갖게 만들고 길게 작업하고 픈 사람들을 모은 것, 그것 하나만큼은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어요.”이병헌 감독은 “영화를 전공하지 않았다. 공부를 하면서 필모그라피를 쌓아가고 있는 현실이 감사할 뿐”이라면서 “나에게 코미디란 그나마 그중 가장 잘 하는게 아닐까”라고 자평하는 모습이었다.동그란 모양의 닭강정에 대해 이감독은 “원작에 최대한 충실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닭강정’에는 ‘오징어게임’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정호연이 고민중의 전 여친이자 맛칼럼리스트 홍차로 나온다. 특별출연으로 섭외 했으나 너무 많은 대사를 드려 죄송했다는 그는 “나의 맛 취향을 집약한 캐릭터다. 나 역시 파인애플 토핑을 받아들이기 힘들고 민초파를 이해 못한다. 탕수육도 부먹파”라며 “일단 양념한걸 안 좋아해서 갈비맛 나는 치킨? 완전한 후라이드를 선호한다. 고로 닭강정도 별로”라고 웃었다.그는 곧 김은숙 작가와 함께 작업 중인 새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로 뭉친다. 치밀한 대본을 쓰기로 유명한 작가와의 협업에 대해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 김우빈, 수지와의 촬영도 기대되지만 지금은 아주 초반 작업중”이라고 말을 아꼈다.“만약 제가 극중 고백중이라면? 버튼을 누르면 기억이 사라지지만 그건 곧 죽음을 의미하잖아요. 하지만 저라도 눌렀을 거예요. 딸과 못 누렸던 시간을 돌려 주는게 맞으니까요. 무엇보다 ‘닭강정’을 통해 하고 싶은건 다 해봤어요. 아무도 안 말려서 되려 무안했던 ‘멜로가 체질’ OST의 무한 반복과 한글의 우수성 사이에 ‘국뽕이 차오른다’는 대사까지. 후련합니다.(웃음)”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20 12:30 이희승 기자

[갓 구운 책] 저출산과 인구감소 속 통계로 찾아낸 '희망의 근거'

인구감소, 부의 대전환(전영수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2만2000원)지난 2월 28일 통계청은 2023년 4분기 합계출산율 잠정치가 0.65명이라고 발표했다. ‘전 세계 꼴찌’, ‘1호 소멸 예정 국가’라는 자극적인 뉴스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의 산업 구조와 성장 공식을 돌아보면 인구 감소가 얼마나 큰 위기인지 알 수 있다.서구 선진국에 비해 과하게 높은 제조업 의존성은 값싸고 근면한 노동력이 충분히 제공되었기에 유지된 구조였고, 베이비부머의 힘으로 인구보너스(총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이 증가하며 경제가 성장하는 현상)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이 한국 경제 성장의 비결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뜻이다.‘인구소멸과 로컬리즘’, ‘대한민국 인구 트렌드’, ‘은퇴대국의 빈곤보고서’ 등의 저서와 다양한 강연, 방송 출연을 통해 저출산과 인구감소에 대해 경고음을 날리고,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온 저자는 저출산과 인구 문제가 출구 없는 위기처럼 보이지만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으면 결코 악재가 아니라고 말한다.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막막한 문제더라도 돌파구가 있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38개 인구 통계 그래프를 통해 인구감소속에서 희망의 근거를 제시한다.저자는 먼저 통계를 통해 저출생 · 고령화라는 악재 속에서도 성장할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한다. 총인구는 줄더라도 핵심 고객의 구매력은 상승하는 ‘축소 시장의 핵심 고객’을 통계의 눈으로 밝혀내는 것이다.인구 통계가 주목하는 축소 시장의 4가지 핵심 고객은 △집을 사지 않을 ‘저축 포기 청년’, 고학력, 고소득, 정년 연장으로 무장한 ‘70년대생’, △지속 · 확장 소비를 책임질 충성 ‘집토끼’, △노년에 돌입한 ‘베이비부머’다.인구감소가 거부할 수 없는 대세가 된 상황에서 대한민국 최악의 위기라며 자포자기할지,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탈 다신 없을 호재로 삼을지는 각자의 몫이다.이어 저자는 인구 감소가 개인이 아닌 국가적으로도 큰 기회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개발도상국에서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선례 없는 인구 위기를 맞은 지금, 롤모델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비슷한 인구 위기를 겪는 선진국들이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한다면 선진국형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모범 사례로 한국형 모델을 수출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인구라는 동력에 제약이 걸린 지금, 낡은 산업 구조를 혁신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모델을 꾀할 적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제조에서 서비스로, 수출에서 내수로 같은 거시적인 제언에서부터 ‘전자상거래’, ‘손해 보험’, ‘반려동물’ 등 직접적인 산업군까지 통계를 통해 분석한 유망 산업을 제시하며 고성장 시대에는 외면받았지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산업들을 제안한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19 16:35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이 배우들 뭔가 숨기고(hide) 있어!", 4명의 李씨배우들 '출격'

쿠팡플레이 드라마 ‘하이드’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이무생(왼쪽부터), 이보영, 이청아, 이민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배우 이보영과 이무생이 ‘부부’로 만나 12부작 미스터리를 완성시켰다. 쿠팡플레이 드라마 ‘하이드’의 제작보고회가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에서 열렸다.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영국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 Keeping Faith’를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극 중 나문영 역을 맡은 이보영이 남편 차성재(이무생)가 사라진 이후의 실종에 얽힌 비밀을 추적하는 가정주부를 연기했다. JTBC에서도 주말극으로 편성, 전작인 ‘대행사’의 인기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김남주 주연의 드라마 MBC ‘원더풀 월드’, 김수현·김지원 주연의 tvN ‘눈물의 여왕’과 맞붙게 됐지만 이날 이보영은 “이야기의 힘을 믿는 편인데 이 작품이 그렇다”면서 “결혼하고 아이가 있으면 잘 할 수 있는 영역들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너무 좋았다. 걱정은 1도 하지 않는다”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무생 역시 “단아하고 이슬만 드실 것 같은 이보영씨지만 먹는 걸 진짜 좋아하시고 맛집도 잘 알고 있다. 심지어 타율도 좋다”며 화기애애했던 현장 분위기를 전하기도.문영의 친절한 이웃 하연주 역에 이청아, 비밀의 키를 쥔 의문의 남자 도진우 역에 이민재가 색다른 매력을 선보일예정이다.드라마 ‘조선로코 녹두전’과 ‘쌈, 마이웨이’의 김동휘 감독이 연출을 맡은 ‘하이드’는 오는 23일부터 매주 토, 일요일 오후 10시 공개되며, JTBC에서도 30분 늦은 오후 10시30분 방송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19 13:38 이희승 기자

[비바100] '고려거란전쟁' 김동준 "국가 리더의 자질? 당연히 '진심'이 국룰이죠."

고려 8 대왕 현종의 성장 서사를 담아낸 ‘고려거란전쟁’의 김동준. (사진제공=메이저나인)역사 왜곡 논란, 감독과의 불화설 등 뒷말도 많았지만 공영방송다운 스케일과 감동이었다. 50주년 특별 기획 KBS2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이 지난 10일 최고 시청률 13.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역사적으로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한 왕이라 평가받는 현종은 고려 태조 왕건의 손자인 왕순으로 불리던 어린시절 말고는 자세한 일대기가 알려져 있지 않다. 어릴 때부터 총명한 머리에 인자한 성격을 지녀 군왕의 자질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목종(穆宗)의 모후인 천추태후와 그의 외척에 의해 강제로 승려가 되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고려 거란 전쟁’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 황제 현종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의 이야기를 담았다.(사진제공=KBS)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의 보컬에서 연기자로 착실한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김동준에게 현종은 큰 선물이자 숙제였다.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는 현종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연기자로 성장하는 나의 모습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했다”는 김동준의 말에서는 무게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드라마 종영 직후 브릿지경제와 만난 그는 “지금도 촬영장인 문경으로 가야할 것 같은 기분”이라며 아직도 역할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성장통(?)을 가늠하게 만들었다. 22년간 재위한 현종은 지방 호족들의 멸시와 몽진(궁궐 밖으로 몸을 피함)의 설움 속에서도 내정을 정비한 최고의 성군으로 꼽힌다. 김동준은 “학교 다닐 때 역사 점수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눙치면서 “캐릭터를 공부하면 할수록 죄송한 마음이 너무 컸다.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은 그 분들이 아니었다면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강감찬 역할의 최수종과 강조 역할의 이원종, 양규 역할의 지승현 등 선배들도 입을 모아 “연기할수록 부끄럽고 책임감이 커진다”고 할 정도로 역사적으로 무지했던 자신을 탓했다고. 지난해 1월 군 전역 후 배우로서 깊은 고민에 빠졌던 그는 “친구들에게 네가 생각하는 김동준은 어떤 사람이냐고 묻고 다닐 때 이 작품을 만났다. 연기적 고민이 클 때 제안받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사진제공=메이저나인)“시청자의 입장에서 왕순은 왕으로 거듭나면서 성장이 보이는 역할이잖아요. 그 과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픈 마음이 컸습니다. 연기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무엇보다 가슴이 뜨거워진 순간이 너무 많았어요. 이렇게 이루어진 나라에서 조금 더 값진 삶을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죠.”32부가 방송되는 동안 잡음도 많았다. 초반엔 연기논란이 불거졌고 시청자 청원과 트럭 시위 등이 등장할 정도로 늘어진 전개, 역사왜곡 의혹 등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KBS가 ‘태종 이방원’ 이후 1년 6개월 만에 선보이는 사극이자 270억원이라는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쏟아진 기대감은 매회 도배되는 뉴스면이 그 화제성을 증명했다. 시청자들은 논란이 일었던 초반 연기조차 “돌아보니 현종 그 자체”였다는 반응을 보냈다. 왕가에 의해 목숨을 위협받던 왕순이 한 나라의 왕이 돼가는 과정을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사극 연기에 합격점을 받은 김동준. (사진제공=메이저나인)이에 그는 “현종은 궐 밖에서 오래 생활했던 인물”이라며 “눈으로 본 백성들의 존재와 소중함을 가장 많이 아는 인물인 만큼 초반부터 왕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니라고 봤다”고 자신만의 해석을 전했다. 무엇보다 사계절을 모두 겪은 촬영현장은 가수 출신으로 화려하게 살아온 그에겐 되려 힐링의 시간이었다. 사전제작이 아니어서 초 단위로 촬영이 이뤄졌지만 그 치열함은 또 한명의 아버지를 만들었을 정도로 김동준에게 의미가 크다.“(최)수종 선배님은 NG를 전혀 안내세요. 발음이 꼬이거나 대사를 잊어버리는 일은 있을 수 없죠. 누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에 준비를 정말 많이 해갔어요. 매 순간 친구같고 아버지 같은 그 분을 보며 ‘현장이 이렇게 화기애애할 수 있구나’를 절감했습니다. 스태프들도 서로 기본 20년은 알고지낸 분들이라 제 나이 때 선배님이 어땠는지도 듣고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때도 겸손하고 분위기 메이커에 선한 영향력의 아이콘이었다고 하시더군요. ”차기작을 고민 중이라는 그는 “어떤 연기적 변신을 할지 기대해 달라”는 말로 기대감을 높였다. (사진제공=메이저나인)‘고려거란전쟁’은 10회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해 2023 KBS 연기대상에서 베스트커플상(최수종, 김동준)과 남자최우수상(김동준), 대상(최수종)을 휩쓸었다. 방송 중인 작품이 트로피를 가져가는 경우가 거의 사라진 분위기속에서 이 작품이 준 화제성을 증명한 것. 이에 김동준은 “무엇보다 커플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가장 기뻤다. 방송도중에 받은 상이라 긴장감이 확 올라오긴 했지만…”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시작부터 부담감이 컸지만 데뷔 때부터 제 가치관은 한결 같아요. ‘도전하지 않으면 얻을 수도 없다’는 겁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감내해야할 것이 있다면 하자는 주의거든요. 그런 과정이 없다면 이룰수 없다는 걸 이제 아는 나이기도 하고요. 변신을 두려워 하지 않고 뭐든 보여드릴 수 있는 역할이라면 도전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18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 과일을 영화로 맛 '보는' 일 만큼은 거.부.한.다

한국 영화계 전설인 윤정희가 15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해 화제를 모았던 ‘시’의 한 장면. 배우 역시 알츠하이머 투병 중이었던 사실이 나중에야 알려지졌다.(사진제공=파인하우스필름)외손자의 아침밥을 챙기는 게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미자(윤정희)는 중풍걸린 노인을 간병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생활은 비루해도 소박하게나마 일상을 즐기고 호기심 많은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일부러 시간을 내 동네 문화원에 등록한다. 요즘 정신이 예전같지 않아서다. 시를 외우고 쓰게 되면 매번 깜박하고 뭘 잃어버리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다. “여러분은 살면서 이 사과를 몇번이나 봤어요? 1000번? 1만번? 아닙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이 사과를 한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요. 관심을 갖고 대화하고 싶어서 사과를 오래도록 지켜보며 무슨 말을 하나 귀 기울여 보고 주변에 깃드는 빛도 헤아려 보고 그러다 한입 깨물어 보기도 해야 진짜로 본 거예요.” 실제 김용택 시인이 강사로 등장해 읊는 이 대사는 미자의 영혼을 울린다. 그렇게 시작된 시 쓰기는 쉽지않다. 사과는 늘 미자의 곁에 있었다. 국가보조금을 받으며 어렵사리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사과 한알만큼은 먹고 살았다. 중학생이 되어 말수도 적어지고 늘 퉁퉁거리던 손자의 비밀을 알게 된 것도 그 즈음이다. 마지막 수업까지 시 한편을 작성해 내야 하는 미자의 시상은 같은 학교의 여학생에게 한 손자의 ‘몹쓸 짓’으로 인해 처참히 깨진다.고소와 더불어 합의를 요구하는 피해자 부모의 말이 귀에 들리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 엄청난 일에 순하고 정 많은 손자가 연루됐다니 분명 나쁜 친구들이 시켰거나 그 역시 피해자였을지 모른다고 미자는 생각했다. 하지만 진실은 거칠고 때론 잔인하다. 손자의 범죄사실을 확인한 그는 늙고 비루한 몸이어도 수컷 본능을 주체 못하던 노인(김희라)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한다. 굴욕의 순간이 지나고 돈을 요구하는 미자에게 노인은 기가 찬다. 중풍 걸린 노인의 입장에서 미자의 몸은 돈을 주고서라도 취할 존재가 아니었다. 그저 자신보다 약자인 그를 유린하고 반항조차 못하는 상황을 보고 싶어했으리라. 하지만 미자는 달랐다. 그렇게 받은 돈으로 합의금을 해결하고 손자의 죄는 법의 테두리 안에 맡긴다. 자신의 정신이 흐릿해져 갈지언정 세상 순리를 거스르고 싶지 않은 한 인간의 자존감이 그렇게 자살한 학생의 세례명을 딴 ‘아녜스의 노래’를 완성한다. 실제 모녀 케미스트리를 자랑한 극 중 문소리와 김태리의 즐거운 한 때.(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또 한편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기존에 보지 못한 모녀관계가 그려진다. 엉뚱하지만 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던 엄마(문소리)가 갑자기 집을 나갔다. 자신이 당당히 대학을 붙은 직후였다. 그리고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이럴수가. 혜원(김태리)는 그렇게 엄마한테 버려졌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고향을 떠났지만 도시의 삶은 녹록치 않다. 졸업 후 준비하던 임용고시에 남자친구만 합격하고 혜원은 떨어진다. 도망치듯 고향으로 돌아오니 어린 시절 친구들이 그대로 그곳을 지키고 있다. 서울에서 번듯한 회사에 취직했던 재하(류준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농사를 짓고 있다. 그를 짝사랑하는 은숙(진기주)는 읍내 작은 은행의 직원이다. 간만에 뭉친 세 친구는 어린시절 틈날 때면 혜원의 엄마가 만들어주던 음식을 함께 추억한다.사계절 자연 속에서 직접 만든 음식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감자빵, 팥시루떡, 겨울 배추국, 알싸한 막걸리. 과거의 기억과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힐링 음식 속 토마토는 극 중 혜원의 상황과 묘하게 닮아있다. 고등학교 시절 혜원은 나무 그늘에서 맛있게 토마토를 먹는다. 마당 한켠에 심은 토마토 가지에는 휘어질 정도로 주렁주렁 열매가 달려있다. 엄마는 다 먹은 토마토를 다시 밭에 던지며 “내년에도 또 자랄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쉽게 키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병충해를 견뎌야 하고 햇볕에 탈 수도 있으며 비가 조금이라도 많이 오면 채 열매를 맺지못하고 꽃이 떨어져 버린다. 하지만 비닐하우스가 아닌 노지 토마토는 단단하기 그지없다. 그 고난을 겪으며 열매를 맺은 토마토의 단 과즙처럼 세상에 나와 실패와 상처를 겪어도 다시 일어나길 바라는 엄마의 바람이 듬뿍 담겨있다. 개봉 당시 임순례 감독은 “최대한 촬영 기간을 줄일 수도 있었지만 각 계절의 정수를 정확하게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사계절 촬영을 주장했다.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 우리 영화만 찍는 것은 아니니 어려움이 많았지만 특수한 사정에 적극 동의해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어쩌면 이제 과일은 ‘혀가 아닌 눈‘으로 보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13일 기준 사과 도매가격은 처음으로 10kg당 9만원대를 기록했다. 1년 만에 2배 넘게 뛰었다. 지난달 사과 물가 상승률은 71.0%, 역대 세 번째로 70%를 넘는 수치다. 배는 61.1% 상승해 1999년 9월(65.5%) 이후 24년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사과·배 등의 과일을 대체할 수 있는 참외, 토마토 등 과채류 공급이 풍부해지면 과일 수요가 분산돼 가격이 다소 낮아질 가능성도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에그플레이션(기후 변화나 전쟁, 국제 유통질서의 혼란 등에 의한 농산물 가격 상승이 전체적인 물가 상승을 선도한다는 뜻)은 사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농업관측 3월호’ 보고서에서 일조 시간 부족으로 주요 과채류 출하가 감소함에 따라 가격이 작년 같은 달보다 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농경연은 이달 토마토와 대추방울토마토 도매가격이 2만 3000원(5㎏)과 2만 4000원(3㎏)으로 1년 전보다 43.9%, 11.2% 각각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상태다.‘사과가격 얼마까지 오르나…’(연합)과일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상황에서 떠오르는 건 통조림이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황도 통조림은 지구멸망의 시대, 과일을 구할 수 없는 설정으로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생명을 구하는 직업을 가진 명화(박보영)는 모든 건물이 무너진 상황에서 남편 민성(박서준)과 살아남는다. 현실에서는 그저 복도식 서민 아파트로 무시받았지만 그들이 사는 황궁 아파트는 살아남은 부자들이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지상낙원이다. 다들 황궁 아파트로 몰려들 때 바리케이트를 치는 건 영탁(이병헌)의 몫이다.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식량을 분배하고 생존룰을 제시하는 인물로 입주민들에 의해 만장일치로 대표가 됐다. 명화는 추위에 떠는 한 소년과 모피로 온 몸을 휘감은 엄마를 몰래 집안으로 들인다. 이 모자의 눈을 피해 민성은 시계를 팔고 물물교환으로 어렵사리 황도 통조림을 구해온다. 이번 한번만 눈 꼭 감고 우리끼리 먹자는 민성과 그래도 외부인들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명화의 실랑이도 잠시 화면은 국물까지 들이켜는 소년의 모습을 비춘다. 아마도 민성 역시 저 황도가 먹고 싶었을텐데 기회는 없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급하게 캔을 따고 아내의 입에 한입 넣어준 순간 눈치없는 아이가 방문을 열며 명화를 부른다. 얼마전 아이를 잃은 명화는 본능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생명과 공존을 최우선하는 캐릭터다. 살기 위해 점차 변해가는 남편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 끝에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배우 엄태구가 뜯고 있는 뼈다귀를 슬쩍 훑는다. 운 좋게 배회하던 돼지를 사낭했을 법도 하지만 엄태화 감독은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관객의 상상에 맡기겠지만 시나리오 상에선 동물은 아니었다”는 말로 섬뜩함을 더했다.본론으로 돌아와 복숭아는 그냥 먹어도 맛있는 과일이다. 6~8월 여름에 주로 생산되며 수분이 많고 당분, 유기산, 비타민 A, 펙틴 등 영양 성분도 풍부하다. 알칼리성 식품으로 면역력을 키우고 식욕을 북돋아 주며 위·장·눈 건강, 독성 제거 등의 효능도 탁월해 통조림, 주스, 잼 등으로 가공해 섭취하기도 한다. 모든 과일은 제철에 생으로 먹는 게 제 맛이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과일 값에 통조림 과일만큼 반가운 존재도 없다. 더이상 비싸지지 않고 마음 놓고 과일을 집어드는 그 날이 빨리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14 18:00 이희승 기자

[비바100] '감독 하정우'는 장준환의 뒤를 이을 '저주받은 걸작'을 일찌감치 내놨다!

감히 이 영화는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급으로 회자될 엄청난 작품임에 틀림없다. 최근 개봉 21년 만에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을 확정지은 ‘지구를 지켜라’는 난해하고 기괴한 연출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작품. 외계인으로 인해 지구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 믿는 병구(신하균)는 외계인을 처단한다는 명목하에 주변 인물들을 살해하는 내용을 기괴하고 난해하게 그렸다. 괴랄하고 귀여운 승무원들 중 가장 인상깊은 연기는 기장으로 나온 한성천이다. 한국인이라면 결코 소화할 수 없는 헤어스타일로 등장, 이후 하정우 영화의 페르소나라 할 정도로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이른바 ‘저주받은 걸작’으로 불리는 장준환 감독의 데뷔작으로 할리우드 버전은 그리스 출신인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그간 영화 ‘송곳니’ ‘더 랍스터’ ‘킬링 디어’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가여운 것들’ 등을 연이어 선보이며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스타 감독이 어떤 변주를 내 놓을지 기대되는 가운데 ‘롤러코스터’ 역시 그 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차이점이 있다면 장준환 감독은 이후 화제작 ‘1987’을 내 놓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 ‘롤러코스터’는 충무로에서 ‘최연소 누적관객수 1억명 돌파’라는 타이틀을 가진 하정우의 첫 연출작이라는 점이다. 전작이 초짜 감독의 기발함으로 정의된다면 후자는 연기로 평단과 대중성을 잡은 배우의 발랄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화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하정우 감독은 직접 포스터를 그리기도 했다.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류승범의 경험담에서 출발한 ‘롤러코스터’는 비행기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블랙 코미디다. 일본에서 촬영을 마치고 귀국 하는 길에 태풍 볼라벤을 만나 세 차례나 정도 착륙 실패를 겪고 무사히(?) 제주도 공항에 착륙한 선배의 경험담을 흘려듣지 않은 하정우는 곧 시나리오 작업에 돌입한다. 출연한 배우들은 모두 학교 동문인 중앙대 연극학과 출신이 대부분이지만 그간 작품에서 쌓은 인연들도  대거 출연해 보는 맛을 더한다.영화는 한류스타 마준규(정경호)가 서둘러 한국행 비행기를 타러 가면서 시작된다. ‘육두문자맨’이라는 욕쟁이 캐릭터로 한국을 넘어 일본을 사로잡은 그는 걸그룹 멤버와의 열애설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 고작 1시간 거리의 비행이지만 사실 그는 결벽증과 비행공포증, 편집증까지 지니고 있다. 조용히 아무도 몰래 한국에가 연인 수영을 달래야 한다. 하지만 비행기의 분위기가 묘하다. 대학시절 “얼굴로 성공할 사람은 너 밖에 없다”며 일찌감치 하정우의 ‘찜’을 받은 걸로 알려진 정경호. 그의 반듯한 이미지를 딛고 개그도 되고 인간적인 역할의 포문을 연 작품은 사실상 ‘롤러코스터’라고 봐야한다.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그가 탄 바비항공사의 직원들은 흔히 볼 수 있는 스튜어드와 스튜어디스지만 뭔가 비밀스럽다. 그들은 웃으며 복화술로 손님을 욕하고 커텐 뒤에서 몰래 와인을 마신다. 하필 귀국행 비행기 안에는 양다리를 걸친 승무원도 있다. 복도에서 마주친 그는 거침없이 따귀를 날리고 기체가 흔들리는 사이에 하이힐로 발등을 밟으며 응징에 나선다. 그 살벌한 상황에서도 일본 스튜어디스(고성희)에게 눈길을 가는 건 타고난 바람둥이여서일까. 뭔가 아슬아슬한 분위기 속에서 비행기에 탄 부류는 다양하다. 닭살 신혼부부와 채식을 강요하는 오지랖 스님, 타 항공사 회장과 깐깐한 여비서 등이 기류 난조와 더불어 마준규의 신경을 긁는다.결국 이 비행은 안전한 착륙을 하지만 결국 사망자를 낸다. 지금은 일상이지만 이때만 해도 생소했던 AI 안경을 착용한 회장이 기내에서 능글맞게 “공주님”이라고 내뱉는 대사는 이후 벌어진 땅콩회항과 더불어 시대를 내다본 연출력이 아닐까 싶다.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롤러코스터’의 재미는 진상손님과 정상 승객의 구분이 아니라 기내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원들의 민낯이다. 기장은 음주운행을 하고 부기장은 팬티차림을 한 채 오토운행으로 비행기를 몬다. 꽁초를 문 그들과 달리 전자담배를 입에 문 수석 사무장과 손님에게 제공되는 와인을 병째로 마시는 모습은 ‘정말 저럴까?’라는 의문 대신 낄낄거리게 되는 마법을 발휘한다. 다시봐도 재미있는 부분은 당시 정경호의 짝사랑 상대였던 소녀시대 수영의 이름이 극 중 마준규의 현재 연인 이름이라는 사실이다. 정경호는 2012년 SBS ‘한밤의 TV연예’에 출연해 당시 MC였던 수영을 언급하며 “군 생활을 하면서 모든 걸그룹이 힘이 됐다. 그 중에서 소녀시대 멤버 수영이 가장 큰 활력소가 됐다” 고백하며 숨겨준 마음을 고백했는데 이 작품은 전역 후 첫 작품이다. 그들은 몇번의 열애설을 부인해 오다 2014년 공식 연인임을 선언했다.최규환 배우가 적재적소에 터트리는 진상연기는 직업이 기자인점에서 의미심장하다.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무엇보다 이제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주연이자 제작자로 이름을 높인 마동석과 ‘초롱이’ 캐릭터로 대중성을 확보한 고규필의 남다른 ‘싹’을 볼 수 있다는 게 ‘롤러코스터’가 가진 장점이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로 하정우와 인연을 맺은 김성균이 일등석 똥남으로 등장한 부분은 짧지만 중독성 강한 병맛을 남긴다. 안과의사로 나온 이지훈의 개그감은 이후 오라메디 CF로 이어질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기류 이상으로 기절한 열혈팬(황정민)의 배를 보고 복수가 찼는지 확인하는 장면 등을 보는 내내 낄낄거리게 되는 건 한번만 봐서는 알아 챌 수 없는 ‘하정우식 유머’다. 막상 들을 땐 ‘어디에서 웃어야 하지?’라고 멍한 표정을 짓다가 집에 와서 웃음이 터지게 되는 마력의 개그감이다. 소란이 가득한 비행기 안에서 바비항공의 로고는 하정우의 매니저이자 그가 자신의 에세이에서 소개하고 자신의 그림으로도 여러 번 등장한 인물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주제나 세상을 바꿀 주제가 아니더라도 하정우가 추구하는 영화적 시선은 늘 사람을 향해 있다. 그의 첫 연출작 러닝타임은 94분. 5억원의 저예산으로 27만명을 모았으며 모든 수익은 공평하게 1/N을 했다고 알려진다. 감독으로서 하정우는 두 번째 영화 ‘허삼관’으로 웃음과 감동의 휴먼 코미디를 내놨으며 곧 골프를 소재 한 ‘로비’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13 18:30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굳이 '아역'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될, 미래의 스타!

= 배우 쿠로카와 소야(오른쪽), 하이라기 히나타가 21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점에서 열린 영화 ‘괴물’ 주연 배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되도록 친절한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히이라기 히나타), “지금은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쿠로카와 소야)31만 명을 동원한 영화 ‘괴물’의 주역들이 한국을 찾았다. 21일 오전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 영화 ‘괴물’의 두 아역배우 쿠로카와 소야와 히이라기 히나타의 내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현장에서 많이 싸웠지만 지금은 왜 싸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카메라가 돌아가면 바로 화해했다”는 쿠로카와 소야.(연합)극중에서 쿠로카와 소야는 비밀이 많은 미나토 역을, 히이라기 히나타는 아이들에게 은근한 따돌림을 받는 요리’ 역을 맡아 연기를 펼쳤다. 쿠로카와 소야는 ‘괴물’이 영화 데뷔작이다. 두 살 어리지만 일찍 데뷔한 히이라기 히나타는 현지에서 드라마와 연극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의해 발탁, ‘괴물’을 들고 생애 첫 칸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에 참석했다. 한국에서의 남다른 흥행세에 한파를 뚫고 진행된 이번 행사는 이례적으로 두 배우만 참여해 진행되는 사실상 첫 행보다. 서울 내한 소식이 정해진후 무대인사 암표 티켓이 등장하고 김포 공항에 팬들이 몰리는등 남다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괴물’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의문의 사건에 연루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는 이야기다.이날 쿠로카와 소야는 “한국에서 더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봐주셨으면 한다”는 속마음을 전하면서 “공항에 온 팬들을 보고 ‘이런 일이 나에게 있을 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기뻤다”고 미소지었다.하이라기 히나타, 한파 녹이는 귀여움.(연합)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간장 게장을 처음으로 맛 본 이들은 입을 모아 “여행을 와서 맛집과 거리를 걷고싶은 도시”라며 한국에 대한 설렘을 숨기지 않았다. 영화 관계자들과 꽃살을 맛있게 먹었다는 히나타와 달리 소야는 “계란찜은 집에서도 해 먹고 싶더라”고 말해 취재진들의 웃음을 자아냈다.이어 가장 마음에 드는 신에 대해 “학교에서 싸운 두 사람이 하교하며 화해를 한 후 신발 한 짝을 나눠신은 신”이라고 밝혔다. 히나타는 “뭔가 희망을 제시하는 엔딩 신”을 꼽았다. 극중 ‘누가 괴물인가?’를 되묻는 서사에 대해 어떤 어른이 되고 싶냐는 심오한 질문을 받자 긴 시간 심사숙고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앞서 밝힌 대답에 취재진들의 탄성이 이어지기도 했다.지난달 화상으로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다 하지 않았음에도 표현을 잘 하고, 대본을 한번 읽으면 모두 외울 정도로 뛰어났다.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그런 아역들”이라는 말로 쿠로카와 소야와 히이라기 히나타의 앞날을 기대했다. 촬영에 앞서 성교육 공부를 포함해서 LGBTQ(성 소수자를 포괄적으로 이르는 말)를 담당하는 전문가에게 배우는 물론 스태프까지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괴물’은 12월 현재 전국 극장에서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13 12:44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미국에서 태어난 디즈니+를 먹여 살리고 있는 'K콘텐츠의 힘'

김소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대표가 3월 12 일 진행된 2024 디즈니+ 콘텐츠 라인업 미디어 데이에서 디즈니+ 2024 콘텐츠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디즈니플러스)“지난해 상위 15개 중 9개가 한국 컨텐츠였습니다.”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이하 디즈니코리아)가 12일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2024 디즈니+ 콘텐츠 라인업 미디어 데이’를 통해 올해 공개 예정인 주요 콘텐츠 라인업을 소개하고 2024년 한국 시장 콘텐츠 전략을 밝혔다.무대에 오른 캐롤 초이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 총괄은 “지난 30년간 한국 시장에 진출해 온 디즈니 코리아는 한국에서 탄생된 이야기가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를 절감했다”면서 “탄탄한 서사와 입체적인 인물, 큰 스케일을 선호한다는걸 배울 수 있었고 이는 앞으로도 아태지역을 비롯한 전세계에 전달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지난해 ‘무빙’에 이어 올 상반기 ‘킬러들의 쇼핑몰’까지 흥행시킨 디즈니 코리아의 올해 공개작들은 소재와 장르, 배우진들까지 탄탄하다. ‘인공 배양육’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다룬 서스펜스 스릴러 드라마 ‘지배종’과 박훈정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을 추격 액션으로 녹여낸 ‘폭군’, 배우 송강호의 연기 인생 첫 시리즈물로 화제를 모은 ‘삼식이 삼촌’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팀장으로 분한 김혜수와 낙하산 PD로 완벽 변신한 정성일의 생존 취재기를 담아낸 ‘트리거’, 상류층을 꿈꾸는 여자 김하늘과 그를 보호하는 보디가드 정지훈의 매혹적인 서사를 담은 ‘화인가 스캔들’,조우진과 지창욱의 폭발적인 열연을 기대하게 하는 ‘강남 비-사이드’등 익숙한 소재에서 새로운 장르를 접목시킨 작품도 채비를 마춘 상태다.김소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대표는 글로벌 콘텐츠 라이브러리인 ‘애콜라이트’, ‘테일러 스위프트:디 에라스 투어’와 더불어 올해 아카데미를 석권한 ‘가여운 것들’과 곧 공개될 ‘인사이드 아웃2’의 출시를 알렸다. 행사 마지막에는 ‘에콜라이트’에서 제다이 마스터로 등장한 이정재의 영상이 행사 공개를 앞두고 극적으로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제다이를 훈련시키는 장발의 마스터로 등장한 그는 다국적 배우들 속에서 단연코 빛났다. 광선검을 들고 뛰는 스타워즈 ‘에콜라이트’의 영상은 전세계 최초 공개다. 이날 국내 출시 3년 차로 접어든 디즈니+는 스트리밍 사업의 수익성 강화를 강조했다. 김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한국의 이야기를 프렌차이즈화 할 수 있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4-03-12 11:57 이희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