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대기업 CVC 보유, 여야정 공감 급물살?…인터넷은행법 전철 밟을수도

김윤호 기자
입력일 2020-06-11 16:34 수정일 2020-06-11 16:50 발행일 2020-06-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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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담하는 민주당 김태년 이낙연 김병욱<YONHAP NO-3264>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가운데)이 11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업주도 벤처 캐피탈 CVC 활성화 토론회’에서 김태년 원내대표, 김병욱 의원과 환담하는 모습. (연합)

여야정이 일반지주회사의 기업주도형벤처캐피탈(CVC) 주식 소유 허용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허용 범위는 이견이 예상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 때와 같은 논쟁으로 다소 진통을 겪을 공산이 크다.

대기업 CVC 주식 보유 허용은 정부·여당이 제기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벤처 투자액이 올해 1분기 작년 동기 대비 4% 줄어든 7463억원으로, 2013년 이후 첫 감소세가 나타나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으로, 정부·여당이 선제조치에 나선 것이다.

먼저 나선 건 정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 일반지주사의 CVC 제한적 보유 방안 검토를 언급했고, 이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김병욱·이원욱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다. CVC는 대기업이 벤처투자를 위해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혹은 신기술금융회사인데, 현행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보험업 국내회사 주식 소유가 금지돼있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서다. 이에 두 의원은 금지 대상에서 CVC를 제외하는 안을 내놓은 것이다.

11일에도 정부·여당은 의지를 내비쳤다. 홍 부총리는 이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에서 투자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며 내달 중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추진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김병욱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CVC 규제개선 토론회를 개최했고, 김태년 원내대표와 이낙연 의원이 참석해 힘을 실었다.

윤창현 추경호
사진은 미래통합당의 윤창현·추경호 의원. (브릿지경제DB)

이 자리에는 제1야당 미래통합당의 윤창현 의원도 자리했다. 윤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 당으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들으려 한 것”이라며 “벤처기업의 원만한 관리를 위해 대기업의 힘을 빌리는 건 효율적이고, 과거 ‘문어발식 확장’ 비판에만 갇혀있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는 점에서 CVC 규제완화는 정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날 출범한 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경제혁신위의 위원으로 나서는 만큼 CVC 규제완화에 통합당도 나설 전망이다. 정책위부의장인 추경호 의원도 통화에서 “기술적인 부분이라 당 차원에서 추진할 의향은 아직 없다”면서도 “CVC 규제완화의 물꼬가 터지는 건 당연히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토론회에서는 보유허용 정도를 두고 정부·여당 내의 이견도 감지됐다. 대기업의 과거 부정이 대폭 개선됐음을 강조하며 금산분리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 김병욱 의원과 달리 김태년 원내대표는 “금산분리 취지는 살리면서도 벤차투자를 활성화할 혁신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온도차를 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이 토론회에서 아예 반대 입장을 표했다. 이승규 공정위 지주회사과 과장은 “현행법 때문에 대기업 벤처투자가 막혀 있다는 건 잘못된 인식이다. GS, 한화, 네이버 등은 사내 투자팀 운용으로 사실상 CVC와 같은 효과를 본다”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CVC가 재벌기업의 후계자 경영권을 보장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등의 특혜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지적한다”고 반박했다.

인은법
사진은 2018년 9월 2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 의결되는 모습. (연합)

이 때문에 CVC 규제완화가 정부·여당의 추동력으로 진행되더라도 인터넷은행법 제정 당시와 같이 주식 보유 허용 범위를 두고 여야정 간의 의견차가 발생할 전망이다. 인터넷은행법은 금산분리(은산분리)에 따른 보유한도 4%를 인터넷은행에 한해 얼마나 늘릴지, 또 자격을 어떻게 둘지를 두고 여야가 격론을 벌인 바 있다. 결론적으로 통과된 법은 34%까지 허용하고 금융 관련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허용범위 논쟁은 내달 정부안이 발표되고 국회에서 심의가 시작되면 본격화될 전망이다. 통합당은 제한이 너무 심할 경우 맞대응하는 입법을 한다는 방침이다. 한 통합당 의원은 “너무 제한적인 안이 나온다면 우리가 세게 법안을 내서 절충안을 찾도록 할 것”이라며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형식적 논리나 부작용들을 하나하나 따지지 말고 코로나19 경제위기 상황인 만큼 실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ukno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