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클해서 면세 재고 명품 샀더니…보증서 없고 A/S 안 돼

노연경 기자
입력일 2020-06-10 16:30 수정일 2020-06-10 16:30 발행일 2020-06-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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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아이빌리지에서 판매 중인 재고 면세 명품
신세계인터내셔날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에서 신세계면세점의 재고 면세 명품을 판매 중이다. 상품정보 페이지에는 보증서 제공이 안 되고, A/S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사진=에스아이빌리지 홈페이지 캡처)

면세점의 재고 명품 시중판매가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대부분 매진된 가운데 해당 상품들이 기존에 면세점에서 판매되던 명품과는 달리 보증서도 없고 A/S(고객서비스)도 안 돼 논란이 일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4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출입국객 급감으로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해진 면세점들에게 6개월 이상 장기 재고 면세품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해 줬다. 가장 먼저 판매를 시작한 곳은 신세계면세점이다.

신세계면세점은 같은 그룹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신세계인터)에게 재고 명품을 팔았고, 신세계인터는 지난 3일 자사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를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통관 이후 일반 내수 소비재와 마찬가지로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붙었지만 50%라는 높은 할인율 때문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첫날부터 90% 이상이 품절됐다.

하지만 이 같이 판매된 신세계면세점의 재고 명품은 일반 면세품과는 다르게 판매처 품질 보증서가 없고 명품 본사로부터 A/S를 받지 못 한다.

출국을 하지 않아도 값싸게 살 수는 있지만 A/S를 맡길 때에는 병행 수입 제품처럼 사설 기관에 맡겨야 하는 것이다.

이같은 사정은 지난 4일 중견면세점 중에서는 가장 먼저 재고 판매에 나선 동화면세점도 마찬가지다. 동화면세점 역시 네이버쇼핑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온라인으로 판매를 진행했고, 상품 설명란에 품질 보증서가 없고 A/S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적어뒀다.

본래 면세점에서 구매한 명품의 경우 구매 매장에서 판매원이 구매 날짜와 이 곳에서 구매했다는 확인 도장 등을 찍어준다.

이런 확인서가 일종의 판매처 보증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선을 맡기고 싶을 때 구입한 면세점의 명품 매장으로 가면 이 보증서를 확인한 뒤 명품 회사를 통해 A/S를 해준다.

하지만 이번에 신세계인터에서 판매된 면세 재고 명품은 판매 책임자가 바뀌면서 이 같은 확인과 증명이 어려워졌다.

신세계면세점이 신세계인터에게 재고품을 판매하면서 판매 책임이 신세계인터로 넘어간데다 신세계인터가 온라인몰에서 상품을 판매하면서 판매 확인을 해줄 수 없게 된 것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면세 재고품에 대해 가격적인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판매처 보증서를 빼고, A/S 비용을 줄이는 대신 할인 폭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장기 재고일뿐 면세점에서 직매입 한 명품이란 사실은 변화가 없기 때문에 면세점에서 재고품도 직접 판매하고, 품질 보증과 관리도 해주면 좋지만 관세법상 이는 불가능하다. 면세점은 면세품만 판매할 수 있는 보세판매장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관세청에서 내수 판매를 허용해줬다고 해도 법적으로 면세점이 직접 재고품을 내수시장에 판매하는 것은 안되고 다른 유통업체에 판매해야 한다.

다만 앞으로 다른 면세점들도 재고 명품을 이렇게 보증서와 A/S 없이 판매할지는 미지수다. 상당수 면세점들이 소비자들의 불만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신라면세점 측은 여전히 협의 과정 중에 있다며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답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도 신세계와 마찬가지로 그룹 내 계열사에 판매를 하려고 협의 중이라고 밝히며 “판매를 하면서 협의 조건에 판매처 보증과 A/S를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 면세점은 모두 6월 안에는 재고 면세품을 내수에 판매할 예정이다.

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